앙심 품은 현지인에 살인 당하고 인질강도로 희생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필리핀에서 한국인 피살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지인에 의해 총격을 당하거나 국내에서 살인을 사주해 피살되는 등 범죄형태도 다양하다.

지난 11일에는 150억 원대 투자 사기 관련 수사 대상이었던 한국인 3명이 필리핀 바콜로시 한 사탕수수밭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들은 유사수신행위규제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수사받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약 1년 동안 서울 강남구에 J투자회사를 만들고 외환 선물 거래(FX마진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15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끌어들인 뒤 이를 챙겨 잠적한 혐의가 있었다.

유사수신 행위는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되지 않은 사업자나 사람이 불특정 다수에게 장래의 수익을 약속하고 자금을 모집하는 경우를 말한다. 피살된 이들은 각자 대표와 상무, 전무 등으로 스스로를 부르면서 회사를 운영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들의 피살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측이 있었다. 하지만 경찰이 지난 20일 30대 중반의 김모 씨를 긴급체포하면서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기 시작했다. 김 씨는 지난 4일 필리핀에 출국했다가 사건 발생 이틀 후인 13일 입국해 잠적하던 중 19일 오전 11시께 경남 창원시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필리핀 체류 당시 김 씨와 함께 거주한 30대 후반의 박모씨를 주범으로 보고 현지 경찰을 통해 소재를 추적 중이다. 박 씨는 김 씨보다 앞서 지난달 15일 필리핀으로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8월 24일에는 세부 라푸라푸시 소재 식당 인근의 사무실에서 임모씨가 가슴 등에 3발의 총격을 받아 숨진 채 발견됐다. 사무실은 임 씨의 거주지였다. 당시 경찰이 약 1년간 수사를 벌였지만 범인을 찾지 못했었다. 그런데 최근 범인이 검거됐다. 범인은 식당 종업원 A씨였다.

범인을 잡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 8월 한국인 대상 범죄 전담반(코리안데스크) 심성원 경감에게 “당시 임 씨 식당의 종업원 중 1명이 범인”이라는 제보가 들어오면서 부터다. 제보자는 심 경감이 임 씨가 숨졌을 당시의 종업원들 사진을 보여주자 단번에 현지인 A씨를 지목했고 결국 검거했다. A씨는 “임 씨가 나를 해고해 앙심을 품고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같은 2013년에는 한국인 대상 인질강도단이 경찰이 붙잡혔다. 이들은 2007년 국내에서 환전소 여직원을 살해한 뒤 동남아로 달아나 한국인 여행객을 상대로 인질강도 행각을 벌였다. 두목인 최모씨는 2007년 7월 9일 공범 2명과 함께 경기도 안양시의 한 환전소에서 여직원을 살해하고 1억 8500만 원을 훔쳐 필리핀으로 달아났다.

최 씨는 현지인과 한국인 공범 5명과 함께 2008년 11월부터 2012년 5월까지 한국인 여행객을 필리핀 등 동남아로 유인 납치한 뒤 인질강도 행각을 벌였다. 최 씨 일행은 인터넷 여행카페 등을 통해 한국인 여행객들을 유인, 처음 1~2일은 시내 구경, 식사와 술 등을 함께 하면서 환심을 샀다.

이후 다음에 만날 때는 관광지나 쇼핑을 함께 가자고 제안한 뒤 범행 당일 일당 중 1~2명이 호텔에서 피해자를 안내해 목적지로 운행하는 척하며 도중에 “함께 갈 일행이 있다”며 미리 대기한 공범들을 태운 뒤 강도로 돌변했다.

이들은 여행객을 차량에 가두거나 인적이 드문 가옥에 납치 감금한 뒤 국내에 있는 피해자 가족에게 연락해 협박하는 수법으로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수법으로 이들이 저지른 인질강도 사건만 10건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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