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혼  살인을  당했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성직자의 일탈이나 종교시설 등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는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정직하고 성실해야 할 성직자의 잘못된 행동은 사회와 신자들을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대구대교구가 수탁·운영하고 있는 대구시립희망원의 인권침해 문제 등이 알려지면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요서울에 한 여성으로부터 서울대교구 신부와 관련된 일탈 사건이 제보돼 그 내용을 공개하고자 한다.

은퇴 후 혼인신고하자더니 문자로 이별 통보, 진심어린 사과 원해
서울가정법원 약혼파기 책임 물어 신부에게 위자료 1,000만 원 선고 

A씨로부터 제보 메일을 받은 건 지난 14일이었다. 그녀는 “서울대교구 신부와 10년을 살다 배신 당해서 사실혼파기 소송 끝에 판결이 나왔다. 사실혼까지는 인정이 안 되었지만 약혼파기는 인정한다는 승소 판결을 받았다”며 사연을 알려왔다.

A씨는 현재 아들, 딸과 함께 일본에 거주하고 있다. 영화 관련 분야 일을 하고 있는 그녀는 2006년 서울대교구 소속 B신부를 처음 알게 됐다. 둘은 2007년 2월 B신부가 일본에 여행을 왔을 무렵 여행 안내를 한 뒤부터 가깝게 지내게 됐다. 이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만남을 지속해 왔고 제주도 등으로 둘만의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또 A씨 딸 결혼식을 기념하는 필리핀 여행을 함께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지난해 B신부가 이탈리아로 수련을 떠나며 급변하기 시작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메주고리라는 곳으로 성지순례를 떠났다. 하지만 즐겁고 뜻 깊어야 할 성지순례 여행에서 최악의 경험을 했다. A씨는 성지순례 도중 통역사 C씨로 부터 B신부와 오랜 기간 만나온 사실을 알고 있다며 A씨를 비난하고 B신부와의 관계를 끊으라고 강요받았다. 당시 A씨는 당황한 가운데서도 B신부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모르는 사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황당한 경험을 한 A씨는 여행을 마치고 B신부에게 성지순례 여행에서 겪은 일을 묻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그 뒤 B신부는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A씨는 B신부로부터 5월 30일 다음과 같은 한통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신부로 사는 길과 신부처럼 사는 길의 선택에서 신부의 길을 택했습니다. 여자 있으면서 신부처럼 사는 게 아니라 신부로 살기로 교회에 약속했습니다. 교회로부터의 요청이고 응답입니다. 힘든 생활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황당한 경험과 함께 일방적인 이별 문자를 받은 A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10년이라는 시간동안 교제해 오며 B신부는 A씨에게 65살에 은퇴한 후 혼인신고 하고 살자고 말했었기에 배신감은 더 컸다. 결국 A씨는 B 씨에게 사실혼파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8월 31일 서울가정법원은 B신부에게 약혼 파기에 대한 책임과 함께 위자료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믿었던 신부에게
몹쓸 일 당해

이성 간 만남에는 이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A씨와 B신부의 만남은 시작부터 잘 못 됐다. 카톨릭에서는 신부의 결혼이 허락되지 않는다. 신부들은 사제서품 전 독신서약을 한다. A씨와 B신부의 만남은 이뤄져서는 안 되는 만남이었다. A씨에 따르면 둘의 만남은 B신부로 인해 시작됐다. B신부는 A씨 모친이 다니던 성당의 신부였다. B신부는 우연히 A씨를 알게 됐고 동기 신부들과 일본으로 여행을 가게 되자 자연스럽게 A씨에게 가이드를 부탁했다.

4박5일 일정으로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 B신부 일행은 신주쿠 등을 여행하고 마지막 날 밤 호텔에 숙소를 잡았다. 당초 싱글룸 3개를 예약했으나 B신부는 일방적으로 자신의 방을 트윈룸으로 바꿨다. 당시 같이 여행을 했던 두 신부가 마지막 날이니 둘이 같이 시간을 보내라며 자리를 피하자 어색함을 녹이려고 둘은 술을 마시게 됐다. 

B신부는 술을 마시다 A씨를 옆으로 오라고 했고 A씨가 거부하자 그러면 자신이 가겠다며 재촉했다. 결국 A씨가 B신부 옆으로 자리를 옮기자 B신부가 돌변했다. A씨는 저항을 했지만 B신부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믿었던 신부에게 몹쓸 일을 당한 A씨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A씨는 B신부에게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따져 묻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하지만 다시 만난 B신부는 용기를 내기 위해 술을 마신 A씨에게 또다시 몹쓸 짓을 하고 말았다.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눈을 떠보니 사당동의 한 허름한 여관방이었다”고 말했다. 또 “부끄러워 여관방을 나섰는데 직원이 여관비를 내지 않았으니 지불하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 돈을 갖고 있지 않아 결국 어머니를 부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A씨의 모친은 딸의 상황을 알고 B신부를 불렀다. A씨에 따르면 당시 B신부는 자신은 퇴폐이발소를 다니는 습관이 있어 잘못을 저질렀다며 올바른 신부가 되도록 도와달라고 했다고 한다. A씨와 그녀의 모친은 신부 하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자는 마음으로 B신부를 용서하기로 했다.

하지만 B신부는 재판과정에서 일본에서 있었던 일과 사당동 여관에 있었던 일 모두를 부인했다. A씨에 따르면 B신부는 평소 자신은 빨리 은퇴를 할 것이며 은퇴하면 혼인신고하고 시골이든 일본에서 죽을 때까지 살자고 했다는 것이다. 또 자신은 하나님께 죽음으로 갈라서는 날까지 함께 하기를 매일 기도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B신부는 이러한 모든 내용을 부인했다.       

교황청서 일 한다던
통역사 누구?

A씨는 B신부와의 소송 직전 성지순례 여행에서 겪은 일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어했다. B신부와 통역사 C씨의 관계도 의심이 됐지만 자세히 알 수는 없었다. 다만 자신을 교황청에서 일한다고 말한 것을 기억해 서울대교구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당시 C씨는 A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C씨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고 했다. 개인을 감시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B신부와의 문제도 A씨가 방문해 알려줘서 알았다고 할 정도였다.   

A씨와 B신부의 문제가 서울대교구에 알려지고 나자 B신부는 ‘휴직’ 징계처분을 받았다. 서울대교구 언론홍보팀 관계자에 따르면 휴직징계가 내려지면 신부는 세례, 미사 등의 성무집행을 할 수 없다. 사실상 신부 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A씨가 제보한 자료를 살펴보면 B신부는 휴직징계를 받은 이후인 올 2월 이탈리아 시칠리에서 연수를 받은 기록이 있다. 

개인적으로 연수를 떠날 수도 있지만 신부들의 연수와 해외교육은 대부분 교구장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휴직 징계를 받은 상태의 신부는 통상적으로 교구에서 해외연수를 지원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A씨가 B신부의 징계처분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이유다. 

독특한 성적취향 등
“수치스러웠다”

A씨는 B신부와의 교제 과정 속에서 큰 심적 고통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이뤄질 수 없는 사제와의 교제에 대한 신앙적인 고뇌와 B신부의 독특한 성적취향 때문이다. A씨는 이런 고통으로 인해 자연스레 술을 마시게 됐고 자살시도까지 하게 됐다. 한국에 오면 거주하던 B신부가 마련해준 오피스텔에서 자살을 결심하고 불을 지르기까지 했다. 그녀는 이 사건으로 인해 정신병원까지 들어가야 했다. A씨는 이러한 고통을 겪으며 “영혼 살인을 당했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힘든 시간이었다는 표현이다.      

A씨는 “B신부는 제가 일본에 있을 때도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해 수시로 전화했다. 한국에서 같이 지낼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새벽 미사를 떠나기 전에도 자신의 앞에서 성적 만족을 위한 행동을 자연스럽게 했다”며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었다”고 전했다.  

구마사제 갔다?
꽃뱀으로 몰리기도

A씨는 B신부와의 사건을 이야기 하면서 국내 카톨릭계 내부에서 이뤄지고 있는 이상한 현상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영화 소재로 사용돼 인기를 얻기도 했던 구마사제 얘기다. A씨는 “한국 카톨릭이 구마사제 연수를 도입하려 했던 목적은 신자들을 현혹시켜 돈을 만들려는 목적이다”라며 “그게 교구 고위층 비리”라고 전했다. 

A씨는 B신부도 이탈리아로 연수를 떠난 것이 구마사제 연수를 받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녀가 제보한 자료에는 이탈리아 시칠리 등에서 연수를 받았다며 B신부가 재판에 제출한 연수 참여 사실확인 증명서도 있었다.

총 5개의 연수참여 사실확인 증명서에는 ‘대체치료 안에서의 구마사제의 분별’ ‘악마의 활동을 파괴하고 그 힘을 축소시키기 위해 등장한 하느님의 아들’ ‘현대 악마의 새로운 도전과 이에 대한 묵시록의 가르침’ 등의 주제 연수에 참여했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서울대교구 측에서는 구마사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언론홍보팀 관계자는 “구마사제의 양성, 활동 등 모든 것은 교구장과 본인밖에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구마사제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것 역시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B신부는 A씨에게 메일 등을 통해 공공연히 자신은 구마사제고 이 교육을 받고 있다고 밝혀왔다. 또 A씨는 “B신부를 구마사제로 이탈리아에 보낸 사실은 다른 신부도 다 알고 있다. 지원도 교구에서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소송을 진행하면서 정신적인 안정을 되찾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도 다시 시작했다. B신부에 대해서는 진실한 사과만을 원할 뿐이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누군지도 모르는 통역사를 만나서 인격살인을 당했고 그 후 준비없는 이별을 맞았다. 그 다음엔 꽃뱀으로 몰려 한국과 일본에까지 소문이 돌아 같이 일하는 관계자에게 까지 신뢰감을 잃었다. 그동안 나에게 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조차 파악이 안됐었다”고 말했다. 

한편 B신부는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은 서울대교구에 B신부의 행방을 수소문 했으나 알 수가 없었다.  

반론 보도문

일요서울신문사는 10월 21일자 '서울대교구 신부와 10년 동거한 A씨 눈물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서울대교구 B신부가 A씨와 10년간 동거하였고, ‘은퇴하면 혼인신고 하자’고 하였으나, A씨에게 문자로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하였다는 내용 등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러나 서울대교구 B신부는 1심 판결이 선고된 사실을 제외한 나머지는 A씨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사실이 아니고, 1심 판결에서 인정된 내용에 대하여도 현재 항소심에서 다투고 있으므로, 위 기사는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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