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숙고’ 끝에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10월28일  오전까지 ‘최순실 국정농단’파문에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당일 저녁 청와대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전체에 대해 일괄 사표 제출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의 인적쇄신 결심과 동시에 비선실세 핵심인 최순실씨 역시 30일 전격 귀국했다.이로써 ‘최순실 게이트’는 검찰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 박 대통령의 심경변화와 최씨의 갑작스런 귀국은 더 큰 국가적 불행사태를 사전에 차단하기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다.

- 朴, 비서실장·수석 4명 사표 수리 … ‘문고리 3인방’도
- ‘靑 인적 쇄신 후 내각 물갈이 … ‘정면 돌파’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월28일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해 청와대 수석비서관 전원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지시 한 뒤 30일 이원종 비서실장과 안종범 정책조정, 김재원 정무, 우병우 민정, 김성우 홍보수석의 사표를 수리했다. 또 이재만 총무, 정호성 부속, 안봉근 국정홍보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사표도 수리했다. 신임 민정수석에는 최재경 전 인천 지검장을, 홍보수석에 배성례 전 국회 대변인을 각각 내정했다.

당초 주말 정국 상황의 추이를 보고 본격적인 인사단행을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청와대 인적쇄신후에는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거국중립내각보다는 황교안 총리를 비롯해 이번 파문에 책임있는 정부부처 3~4개부처 장관들이 교체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대통령 정국혼란 심각성 ‘인식’

한편 박 대통령의 인적쇄신 결심에 따라 정권 국정농단의 핵심 인사들 역시 보조를 맞추듯 귀국하고 있다. 독일에 머물고 있던 최순실씨는 변호인을 통해 “검찰이 소환을 통보하면 출석하겠다"고 밝힌 후 30일 오전 전격 귀국했다.

중국에 체류 중인 차은택씨도  “다음 주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와 차씨는 지난 9월 초 비슷한 시점에 출국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이 서로 상의한 뒤 해외로 도피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최씨는 국내 귀국 입장을 밝히기 전까지 “지금은 몸이 안좋아 비행기를 탈수가 없어 (한국에) 들어갈 수 없는 형편”이라고 했고, 차씨는 언론 접촉을 계속 피해왔었다. 대통령 연설문 사전 유출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조인근 전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도 “유출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기자회견으로 밝히고 검찰에 출두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결단은 혼란스런 정국에 대해 ‘고육지책’이지만 정면돌파를 선택한 셈이다. 일단 박 대통령은 ‘하야’나 ‘거국중립내각 구성’보다는 ‘청와대 전면 인적쇄신 및 총리를 위시한 내각 일부 사퇴’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또한 최씨의 최측근들이 검찰에 출두해 어떤 증언을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당사자인 최씨와 차씨가 들어와 직접 해명하는 쪽으로 설득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최씨와 차씨가 귀국 또는 귀국의사를 밝힌 데에는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고 있는 상황이 최씨와 차씨의 귀국에 단초를 마련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검찰에 따르면 '비선실세'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10월28일 검찰에 비공개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또 최씨 최측근인 펜싱국가대표 출신 고영태 더 블루K 이사(40)는 27일 변호사 없이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 전 사무총장과 고씨는 최씨 관련 의혹 안팎을 풀어낼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최씨와 오랜 시간 가까이 지내온 최측근 고씨는 최씨 모녀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고씨는 최씨가 승마선수인 딸 정유라씨(20·정유연에서 개명)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의심받고 있는 회사 더 블루K의 한국법인 이사·독일법인 대표이사 등 직을 맡았다. 고씨는 최씨와 서로 반말을 하며 지낼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르재단 설립멤버인 이 전 사무총장은 재단의 설립경위와 운영방식들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최씨는 이 전 사무총장이 자신에게 2억원을 요구했다며 "미친 사람"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는 재단 사무총장 직에서 물러난 이 전 사무총장은 안종범 대통령실 정책조정수석(57)이 자신의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최씨를 잘 아는 고씨와 차씨에 정통한 이 전 사무총장이 검찰에 출두해 적극 협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귀국은 한 마디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는 불가피한 선택일 공산이 높다.아울러 박 대통령이 대국민사과까지  하며 궁지에 몰린 것도 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를 했지만 지지율이 17%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이후에는 14%까지 떨어지면서 사실상 국정운영능력 상실됐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을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었다. 만약 ‘최순실 국정농단’파문을 유야무야할 경우 지지율 하락은 둘째치고 국가적으로 더 큰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감도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지지율 10%대, 대규모 촛불집회…사전차단

한편 광화문 대규모 촛불집회도 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는 데 한몫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의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10월 29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렸다. 이번 시위는 최씨가 박 정권의 '비선 실세'라는 사실이 드러난 이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였다.

특히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이날을 기점으로 11월 1일부터 집회를 12일까지 매일  열겠다고 예고했다. 이뿐만 아니라 청소년단체인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 한국청년연대 등 젊은이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대통령 하야’를 주장해 청와대 역시 국민적 분노에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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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57일만에 전격 귀국, 검찰수사 ‘급물살’
- 딸 두고 ‘나홀로 귀국’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

‘청와대 비선실세’로 지목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10월30일 급히 귀국했다.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고 있는 청와대는 공식입장을 자제하고 있고 ‘조속한 의혹규명 기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흘리고 있다. 최씨는 귀국하면서 변호사 이경재씨를 통해 “검찰 수사에 적극 순응하겠다”며 “국민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최씨는 이날 오전 7시30분 런던발 영국항공을 타고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해당 비행기는 영국항공 BA017로 현지시각 29일 오전 11시 30분께, 한국 시각 29일 오후 8시30분 런던 히스로 공항을 이륙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던 때다.

최씨의 귀국시점은 최측근 고영태씨와 최씨 의혹을 폭로한 이성한 전 미르 사무총장이 동시간 검찰 조사를 받고,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에 일괄 사표 제출을 지시한데다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하는 등 최씨와  관련한 동시다발적 상황이 벌어지던 때다. 이날 최씨의 귀국도 자신을 둘러산 의혹에 대응을 위한 '계획된 귀국'의 일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씨 귀국과 관련, “조직적 은폐 시도가 진행 중”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우 원내대표는 “관련 당사자들이 입도 맞추고 행동도 맞춰서, 뭔가 정해져 있는 시나리오대로 움직여가는 흐름이 포착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서로 연락하지 않고서는 이뤄지기 어려운 행동”이라면서 “변호인이 브리핑하면서 다가오는 검찰수사를 대비하는 모양새가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최씨가 ‘몸이 아프다’며 당장 귀국은 어렵다고 밝히다가 돌연 귀국한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을 대신해 모든 의혹을 자신이 책임지고 ‘독박’을 쓰기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 마디로 ‘꼬리 자르기’를 위한 귀국이라는 얘기다.

특히 검찰은 최씨측이 몸을 추스를 수 있도록 하루만 시간을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였다. 또한 최씨는 귀국했지만, 그의 딸 정유라(20)씨는 유럽 현지에 계속 머물고 있다. 최씨 모녀 모두를 변호하는 이 변호사는 이와 관련 “필요하면 딸도 귀국해야겠지만 최씨가 와서 해명하면 될 일"이라며 정씨 귀국은 어렵다고 전했다. 향후 검찰 수사에서 최씨가 무슨 말을 할지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전망이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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