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대한민국이 수립된 지 올 8월로 68년이 지났다. 그동안 대통령 중심제에서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 대통령은 모두 9명이다. 불행하게도 9명 중 멀쩡한 대통령은 하나도 없다.  온전한 대통령이 없고 상처투성이며 국제적 조롱거리로 전락되기도 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8.15 해방정국의 혼란속에서 공산주의자들의 적화책동을 물리치고 자유민주 국가를 세웠다. 건국의 아버지 반열에 오를 만 했다. 미국의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국부로 추앙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기붕 국회 부의장의 국정농단과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성난 시위대에 의해 쫓겨났다. 초대 대통령부터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졌다. 

4.19 혁명 후 내각책임제의 민주당 정권을 쿠테타로 전복하고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은 18년 장기 독재했다. 그는 ‘유신 독재자’로 지탄받으면서도 우리 국민을 빈곤에서 탈출시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그러나 영국 역사학자 존 액튼(1834-1902년)이 “권력은 부패하는 속성을 지니고 절대 권력은 절대 썩는다”고 적시한 대로, 박 대통령의 절대 권력도 절대 썩었다. 박 대통령의 1970년대 후반 ‘궁정동 안가’ 잦은 출입, 차지철 청와대 경호실장의 권력전횡, 독재 권력에 대한 국민적 저항 등으로 박대통령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그는 최측근인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시해당하는 비운에 처하고 말았다. 

전두환과 노태우 두 대통령들은 수천억원대의 불법 통치자금을 삼켰다. 그들은 쇠고랑을 차고 복역해야 했다. 전두환 대통령 권력에서는 동생 전경환 씨가 설쳤고 노태우 대통령 뒤에선 고종사촌 동생 박철언 씨가 ‘황태자’란 별칭을 들으며 권력을 주물렀다. 김영삼 대통령 때는 둘째 아들 김현철 씨가 ‘소통령’ 행세하다 결국 감옥으로 갔다.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셋은 모조리 불법부정으로 구속되었다. 뿐만 아니라 김 대통령은 4억5천만 달러의 뇌물을 주고 남북정상회담을 샀고 노벨 평화상도 로비로 탔다는 국제적 비판과 조롱을 면치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기득권층을 부패타락 세력으로 몰며 자신은 깨끗한 척 했다. 하지만 자기 형 노건평 씨가 뇌물 수수로 징역형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노 건평씨는 ‘봉화대군’으로 불릴 만큼 법위에 군림했다. 결국 노 대통령 자신도 청와대에서 검은 돈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수치심속에 자살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씨도 뇌물 수수죄로 감옥에 갔다.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권력형 이권에 개입하면서 ‘만사형통(兄通)’이란 신조어를 유행케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혼 단신이어서 친인척 부조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박 대통령만은 헌정사상 최초의 멀쩡한 대통령으로 무사히 임기를 마칠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게도 비선(秘線)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검은 손이 뻗혀 있었다. 최 씨는 이권 따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국가 기밀문서인 대통령 연설문과 국방·외교·경제·대북관계 등을 사전 열람하는 등 국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정에 무소불위로 통크게 간섭한 것이다. 8명의 전직 대통령 주변에서 볼 수 없었던 요사스러운 여인의 국정 농단이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하야’ ‘탄핵’ 등의 국민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건국 이후 오늘에 이르기 까지 멀쩡한 대통령은 하나도 없다. 대통령들의 눈이 어둡고 마음이 흐린 탓이었으며 ‘봉화대군’, ‘소통령’, ‘황태자’, ‘만사형통’, ‘최순실’ 등이 설친 때문이었다. 우리 국민은 68년째 반듯하고 떳떳한 대통령 하나 없는 구겨진 나라에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자유민주체제의 퇴락이며 국가적 수치이다. 내년 12월20일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반듯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진다.
■ 본면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