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사회에서 범법자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문신은 조직폭력배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요즘은 예술성과 개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문신 한두 개 쯤은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문신을 새기고 있으며, 중·고등학생들에게도 퍼져나가는 추세다. 하지만 일부 청소년들이 문신을 범죄와 일탈의 수단으로 사용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일요서울]은 한국타투인협회 장준혁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문신의 현 주소와 청소년 문신에 대한 생각을 직접 들어봤다.

한국타투인협회 장준혁 회장

정부의 신 직업 육성 계획, 최순실 사건으로 잊혀질까 걱정

문신을 법적 테두리에 두지 않으면 악용사례 늘어날 듯

한국타투인협회 회장이자 별칭 ‘에르난’이라는 타투이스트로 살고 있는 장준혁 씨는 의상디자이너가 꿈이었다. 어머니가 미술학원을 운영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예술가의 삶을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힘들었고, 의상디자이너를 그만둔 뒤 아티스트가 아닌 일반적인 일에 종사하며 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패션잡지에서 문신을 접하게 됐다. 당시 장 씨는 무섭게만 느껴졌던 문신에서 예술성을 느끼면서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 이후 장 씨는 주변 지인들에게 멕시코가 문신으로 유명하다는 얘기를 듣고, 멕시코로 향했다. 그는 멕시코에서 문신을 배우고 타투이스트로 활동하다 2002년 한국에 들어왔다. 장 씨는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문신이 불법인 줄 몰랐다. 그는 “한국에 넘어온 게 2002년인데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문신은 불법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장준혁씨의 작품들

장 씨의 하루는 고객 상담으로 시작된다. 고객과의 상담 후 도안을 의논한다. 작업을 결정지으면 도안 작업의 시간을 갖고 본격 작업에 들어간다. 고객이 이미 작업된 도안을 원하는 경우 바로 진행되기도 한다. 평균적으로 문신을 새기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3~4시간이다. 등 부위 전체에 작업하는 경우는 6~8회 기간을 두고 실시하며, 어깨나 팔의 경우에 하루 3~4시간에도 가능하다.

장 씨에 따르면 입문하는 견습생들은 “개개인에 따라 연습방법이 다르다. 고무판과 피부와 비슷한 재질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특이하게 두부에 연습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문신의 부정적 이미지

어디서부터?

문신은 말 그대로 몸에 글씨, 그림, 무늬 등을 새겨 넣는 행위를 말한다. 피부나 피하조직에 상처를 내서 물감을 넣는다는 점에서 단순히 그리기만 하는 보디페인팅과는 다르다. 기능이 아닌 예술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성형 문신과도 구별된다. 원래 문신은 주술적이면서도 전투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한국에선 고려시대를 거치면서 노예, 이방인에 대한 형벌로 주로 쓰였다. 이후 19세기 조선시대에 선원과 군인들을 중심으로 문신이 되살아났으며, 조직폭력배의 이미지가 성립된 것은 일본 야쿠자의 문신 때문이다.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 

현재 연예인과 스포츠스타 등 방송계에서 인기 있는 인물들이 문신을 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일부 케이블방송에서는 문신을 가리지 않고 보여주는 등 많은 인식 변화가 이뤄졌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지금 문신을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경우가 많아 아직까지도 부정적 시각을 갖는 경우가 많다.

최근 문신은 어린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어린 마음에 문신을 하면 강해보이고, 남들의 시선을 끌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에 문신을 하게 된다.

또, 상대를 겁주는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문신을 한 학생들의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 씨는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문신행위는 매우 부정적이다. 해외의 경우 독일에서는 16~18세 사이의 청소년들은 부모님의 동의와 동행 하에 문신을 새길 수 있다. 나라에서 지정한 합법의 틀 안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 같이 문신을 불법으로 지정하는 사회에서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문신을 새기면 안 된다”고 전했다. 

대다수 국가 문신 합법

유독 한국·일본만 불법 

정확히 말해 우리나라는 문신 관련법이 아직 없다. 하지만 문신을 침습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들의 시술을 제외한 모든 문신은 불법으로 취급되고 있다. 장 씨는 지인 중에서 지속적으로 문신 행위를 하다 실형을 받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형을 받은 사람은 두 아이의 아빠였으며, 자신의 꿈 때문에 아이들을 두고 감옥에 가야 했던 사실에 자괴감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타투이스트들의 갈망을 더욱 키웠으며, 한국타투인협회를 만들어 문신에 대한 인식 변화와 지속적으로 보건복지부에 법 개정을 요구해왔다.

결국 현 정부들어 신 직업 육성계획에 타투이스트가 포함돼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정부는 타투이스트를 신 직업 육성계획에 중장기 검토과제로 삼았으며, 근본적인 제도 변경 및 법률적 쟁점 검토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해외 사례 및 부작용에 대한 연구 자료를 분석하고, 의료인 종사자 등 이해관계자 등과 타투이스트 직업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장 씨는 “현재 최순실 사건과 흔들리는 현 정부에서 타투이스트들이 잊히지 않을까 우려된다”라며, “문신을 신속히 법적인 테두리 안에 놓지 않으면, 일부 청소년과 성인들이 범법행위로 악용하는 경우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해외에서 인정받는 한국 타투이스트들도 한국을 떠나는 추세다. 이는 한국에서 범법자로서의 삶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타투이스트에 대한 법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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