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폭풍전야

▲ 양현석, 김흥국, 싸이(왼쪽부터) <뉴시스>
-YG, 정권과 밀접한 행보 구설수…의정부 복합문화융합단지 등 의혹 일파만파
-가수 이승환 등 음악계 국민위로곡 발표…소셜테이터 다양한 목소리로 ‘맞불’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최순실 씨(최서원으로 개명)를 비롯해 최측근 인사들이 대거 연예계에도 관여했다는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관련 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미 여러 연예인들의 이름이 거론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고 서둘러 해명자료를 내놓고 있지만 이미 마녀사냥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일명 ‘소셜테이너’로 불리는 연예인들이 SNS를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고 방송계예선 풍자유행까지 이어지는 등 연예계 전체가 요동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최순실 연예인 라인이 언급된 건 지난 3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최 씨의 조카 장유진(최근 장시호로 개명)씨가 ‘회오리축구단’을 발판으로 연예계 사업에도 깊이 침투했고 특정 연예인에게 특혜를 주기도 했다고 폭로해 논란의 불을 지폈다.

안 의원은 “10년 전 장 씨의 모친인 최순득 씨가 연예인 축구단인 회오리 축구단에 다니면서 밥을 사주며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고 폭로했다.

이후 안 의원은 지난 10일 같은 방송을 통해 “지난주 연예계 최순실 라인의 존재를 지적하며 특정인을 거론하지 않았는데 몇몇 분들이 난리를 치더라”며 “특히 어떤 분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안 의원은 “근거는 이미 확보했다. 그걸 밝히고 사진을 공개하면 그 가수는 가수 생명과 인생이 끝장난다. 이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지 말기를 엄중히 경고한다”며 차주에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압박해 큰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처럼 아직 구체적인 명단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미 ‘회오리축구단’이 언급돼 연예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회오리축구단은 가장 오래된 연예인 축구단으로 김흥국, 김범룡, 이병철, 임대호, 조영구, 강석, 박종식, 김정렬, 홍기훈, 유오성, 박명수 등 유명 연예인들이 가입돼 있다.

회오리축구단 의혹에
해명 ‘진땀’


회오리축구단 의혹이 제기된 후 가수 김흥국, 이승철, 싸이, YG엔터테인먼트가 집중 포화를 받았다.
 
이승철은 소치올림픽 폐막식, 유엔 공보국(DPI) NGO 콘퍼런스 등 각종 굵직한 국제 행사에 국내 대표 가수로 참여한 이력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이에 대해 이승철은 UN과 주고받은 문서까지 공개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승철 측은 “시점도, 사연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고 터무니없는 주장과 루머가 도는지 분노를 넘어 아연실색할 따름”이라며 “최순실, 최순득이라는 사람은 맹세코 얼굴도 모르고 알지도 못한다. 알아야 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또 회오리 축구단에 대해 축구 자체를 그만둔 게 15년이나 넘어가는데 거쳐갔다는 이유만으로 거명되는 건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경계했다.

싸이 측 역시 “회오리축구단에 소속된 사실이 없다”며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에 대해 “YG엔터테인먼트에 장 씨가 입사한 사실이 없다. 싸이와 장 씨의 친분 관계는 전혀 없다. 두 사람은 만난 적도 없으며 아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더욱이 YG엔터테인먼트는 “항간에 떠도는 근거도 없는 루머를 구두 및 SNS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하고 사실 무근인 내용을 전파하는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강경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김흥국도 자신이 진행하는 SBS 러브 FM ‘김흥국, 봉만대의 털어야 산다’를 통해 “오늘 갑자기 기자들에게 전화를 많이 받았다. 내가 회오리축구단의 30년 전 초창기 멤버인데 축구단을 나온 지 10년이 넘었다. 2002 월드컵 홍보가 끝나고 그만뒀다”며 “최순실 씨 언니분이 최순득 씨라고 들었는데 누군지도 모른다. 단지 회오리축구단의 회원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이상한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내가 아는 회오리축구단은 1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순수하게 축구를 하는 모임이다. 일각에서는 싸이가 회원이라는 소문까지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방송인 조영구도 연루설에 관해 “최순득 씨가 12년 전 회오리축구단 회식에 참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때뿐이었다”며 이후 몇 차례 회식에 참석해 밥값을 계산했고 그로 인해 장 씨의 결혼식과 아들 돌잔치 사회를 보기는 했지만 이후 왕래가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회오리축구단에 관계된 연예인들 모두 사실이 부풀려 알려진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순실, 차은택 감독(왼쪽부터) <사진=정대웅 기자>
연관성 0% 해명에도
의혹 확산

 
이런 가운데 YG는 ‘최순실 게이트’ 연관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며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우선 YG는 현재 의정부 복합문화융합단지 사업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YG는 이 사업에 공개입찰 없이 참여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가 해제된 뒤 땅값이 3배 이상 올라 큰 이득을 챙겼다는 것.

이에 대해 의정부시는 “시가 먼저 YG에 제안해 지난해 1월 케이팝 클러스터 조성 협약(MOU)를 맺었다. 그 해 8월 민간 사업자를 공모했고 단지에 참여하는 업체 간 협의로 만들어진 의정부복합문화창조도시개발 주식회사가 응모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YG가 유독 이번 정권 들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정황들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양현석 대표의 친동생인 양민석 씨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문화융성위원회’ 1기로 활동한 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경제사절단’에 동행하면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당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유일한 사절 단원이었고 최 씨의 최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 감독 역시 ‘문화융성위원회’ 1기 위원으로 활동했다.

여기에 최 씨가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국가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모델 에이전시 YG케이플러스의 전신인 K플러스도 의혹의 대상이 됐다.

YG소속 아이돌 그룹 빅뱅이 지난 8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홍보대사로 선정됐고, K플러스는 YG와 합병되기 전까지 최 씨 소유의 빌딩에 입주하고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계속되는 의혹에 양현석 대표는 지난 10일 열린 SBS ‘K팝스타6-더 라스트 찬스’ 제작발표회에서 “사람들이 왜 이런 말을 믿고 싶어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연관성은 0%"라며 ”차 감독님을 뵌 지도 10년이 넘었다. 그 동안 연락한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남주, 고주원, 박해진(왼족부터) <뉴시스>
잇따른 루머에
마녀사냥 조짐

 
이 외에도 배우 김남주가 연루설에 휩싸였다. 김남주는 최 씨의 최측근인 고영태가 만든 가방 브랜드 빌로밀로 제품을 협찬받은 바 있다.

2012년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김남주는 빌로밀로 가방을 들고 나왔다. 당시 ‘김남주 가방’으로 큰 인기를 모았고 수천 개가 완판됐다는 기사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남주는 어떤 인연으로 가방을 들게 됐는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 종편채널이 “고영태가 김승우, 황정민 등이 속한 연예인 야구단 플레이보이즈에 입단해 투수로 활동하면서 연예계 인맥을 늘렸다”고 보도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배우 고주원과 박해진은 고영태와 과거 친분 혹은 안면 때문에 루머가 퍼지고 있다. 한 매체는 ‘고영태와 고주원이 사촌지간이고 이 때문에 플레이보이즈에 입단해 연예계 인맥을 쌓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고주원 측은 “과거 알고 지낸 사이일 뿐 사촌 관계는 전혀 아니다. 또 군 입대 후 연락이 완전히 끊겼는데 갑자기 루머에 휩싸이게 돼 황당하다”고 밝혔다.

박해진 소속사 역시 “14년 전 부산의 한 술집에서 우연히 찍은 사진이 갑자기 고영태와 친분 사진으로 둔갑돼 당혹스럽다. 박해진은 사진 속 인물이 고영태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고 친분설을 반박했다.

이처럼 각종 루머가 쏟아지면서 마녀사냥이 확산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일부 연예인들은 공식행사를 자제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기획사 관계자는 “중대한 사안이긴 하지만 연예인들이 자칫 이슈막기용 마녀사냥 희생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최순실 씨로부터 시작된 거대한 음모와 비리를 잘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고 단순 친분만으로 피해자처럼 해명해야 하는 처지에 자괴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연예인들이 이슈 희생양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단순히 친분이 있는 것만으로 해당 연예인이나 기획사를 비난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들이 문화계 쪽을 쥐고 흔들었다고 하니 당연히 친분 관계 정도는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다만 최순실이나 그 측근들과 긴밀하게 연결돼 사업이나 연예계 활동에 특혜를 받은 정황이 있다면 그건 명명백백히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소신 발언과
풍자 등도 눈길

 
한편 연예계가 최순실 게이트로 폭풍전야에 놓인 가운데 ‘할 말은 하겠다'는 연예인들의 소신있는 행보가 이어지면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회현상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히거나 참여하는 연예인을 가리키는 소셜테이너들이 자신의 각종 SNS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해 다양한 의견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1일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음악인들이 몸소 나섰다. 연예기획사 드림팩토리는 가수 이승환과 작곡가 이규호가 공동 제작한 ‘길가에 버려지다’ 음원을 무료 배포했다. 이효리, 전인권이 이승환과 함께 보컬로 나서고 더 클래식 박용준과 들국화 베이스트 민재현 등 전 세션이 재능 기부 형태로 참여했다.

앞서 이승환은 자신의 소속사 건물에 “박근혜 하야하라”라는 대형 현수막을 설치했다가 경찰에 의해 철거하는 일을 겪은 바 있다. 이후 크기를 줄인 현수막을 다시 내걸어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밖에 김제동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이 역할을 다 하고 있었으니 그래도 우리나라가 여기까지 왔구나. 길 지나가는 모든 이의 뒷모습에 마음으로 깊이깊이 머리 숙였습니다. 진짜 대우받아야 할 모든 이들에게 민주 공화국의 시민들에게”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또 “지금 몸을 추슬러야 할 사람들은 우리 국민들입니다. 지금 그런 위로와 대우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우리 국민들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검찰을 지탄하는 동시에 촛불시위에 나선 국민들을 지지한다는 뜻을 명확히했다

윤도현은 “검찰이 쥔 열쇠가 제발 희망의 문 열쇠이기를. 이런 시국에 검찰도 너무나 힘들겠지만 잘 부탁한다. 국민이 간절히 바란다”는 글을 SNS에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배우 신현준 역시 촛불을 들고 엄숙하게 찍은 사진을 올렸고, 김의성은 “#그런데 최순실은”이라는 해시태그를 꼭 넣어서 SNS활동을 이어가 이번 사태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2PM 황찬성, 방송인 오상진, 전혜빈 등 도 SNS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개콘 이수지 패러디 개그<뉴시스>
   이와 더불어 최근 최순실 사태를 풍자해 접목하는 것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MBC ‘무한도전’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자주 쓴 ‘우주’라는 표현과 최순실 PC에서 발견된 ‘오방낭’을 풍자한 자막들을 선보였다.

‘상공을 수놓은 오방색 풍선,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출발’이라는 자막을 비롯해 개그맨 양세형을 두고 ‘끝까지 모르쇠인 불통왕, 요즘 뉴스 못 본 듯’ 등의 자막으로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해소했다.

SBS ‘런닝맨’에서도 ‘우주’ 발언이 쏟아졌고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도 몇몇 코너에서 요즘 세상을 풍자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연예계가 안팎으로 혼란스러운 지경이 이르렀다. 여러 의혹 제기와 함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까지 작성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간 불미스러운 경험을 했던 연예계의 울분도 함께 표출되고 있어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다만 연예계를 둘러싼 끝 모르는 루머들이 양산되며 피해자 역시 속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연예관계자는 “몸통이 아닌 깃털에 불과한 경우도 있고 단순히 얼굴마담 격으로 연예인을 끌어들인 프로젝트도 있다. 최순실 라인과 연계된 사업이고 자금인 줄 알았으면 직접 관여를 했겠느냐”며 속출하는 루머에 대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