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70) 미국 공화당 후보가 11월8일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당선되었다. 내년 1월20일 취임한다. 트럼프는 주류 언론들에 의해 “무지”하고 “무모한 폭군”으로 비하되었었다. 뉴욕타임, 워싱턴포스트, CNN 등 미국 주요 진보 언론들은 힐러리 클린턴(69) 민주당 후보 당선확률을 80-91%로 예측했으나 모두 빗나갔다. 나도 그렇게 잘못 판단하였다.  트럼프는 자기 소속의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의석 과반을 확보함으로써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막강한 권한을 휘두를 수 있게 되었다.   

트럼프는 1946년 뉴욕에서 독일계 이민 2세의 3남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는 뉴욕에서 아파트 임대업으로 큰 돈을 벌었다. 트럼프는 13세 때 음악교사에게 주먹을  날렸다. 아버지는 공격성의 아들을 길들이기 위해 사립 기숙사 고교인 ‘뉴욕군사학교’에 입학시켰다. 포덤대학을 거쳐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경영대학)에 편입, 졸업했다. 그는 25세 때 아버지로부터 ‘트럼프 그룹’을 물려받아 부동산개발 재벌로 성장했다. 재산은 37억달러(4조2100억원)로 미국 부자 순위 156위이다. 2004년부터 10년간 NBC의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견습생)’를 진행하면서 스타가 되었다.

그는 개혁당, 공화당, 민주당,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꾸는 등 정치이념에 괘념치 않았다. 
트럼프의 승리 배경은 교과서적 정치학 이론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트럼프는 70년 동안 공직을 맡아본 적이 없다. 미국인들은 공직 이력이 검증되지 않은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기존 정치와 지배계층에 불만을 품은 미국인들은 워싱턴의 중앙정부를 철저히 불신한다. 그래서 그들은 제도권과 기득권의 아웃사이더(바깥사람)인 트럼프만이 워싱턴의 썩은 정치를 소신껏 도려낼 수 있다고 믿고 그를 밀었다. 고삐 풀린 진보에 대한 보수의 반발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1조 달러 인프라 구축, 소득세 인하, 상속세 폐지, 법인세 인하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조세정책을 들고 나섰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재검토, 금융규제 완화,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 적극 개발, 최저임금 인상, 오바마케어 건강보험 폐지 등 터무니없는 공약을 내걸었다. 대외관계에서도 세계2차대전 후 미국이 감당해왔던 세계 “경찰 역할”을 거부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해체를 주장했고 한국·일본·사우디아라비아 등에 대한 군사지원 축소 내지 중단을 주장했다. 불법입국자를 막기 위해 미·멕시코 국경선에 장벽을 세우고 비용은 멕시코가 물어야 한다고 하였다.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의 지식과 일자리를 훔쳐가는 강간국”이라고 선언했다. 그의 정책공약들은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대중영합)이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바탕한 보호무역, 동맹국의 군사비 분담 증대, 국제화 거부 등은 전 세계를 불안케 한다. 트럼프 당선에 놀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세계에 암흑의 시대가 왔다.’고 개탄했다. 아시아 증시들도 일시적이지만 일제히 급락했다. 

그러나 70여년 공화·민주 양당이 지켜온 미국의 기본 노선을 뒤엎는 트럼프의 대선공약들은 국내외적으로 거센 반발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그는 기업인으로서 주고받는 협상유연성이 체질화되었다는 데서 포퓰리즘 공약도 재조정될 수 있다. 그는 당선소감에서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지만 모든 나라들을 공정하게 대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전화 통화를 통해 “미국은 한국과 100% 함께 할 것”이며 한국 방어를 위해 “한국과 굳건하고 강력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다짐하였다. 벌써 달라진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한미관계를 2차대전 후 유례없이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데서 면밀한 관찰과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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