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박정민 기자] 그린벨트는 도시 주변의 녹지공간을 보존해 개발을 제한하고 자연환경을 보전하자는 취지로 1950년대 영국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1971년 7월 서울을 시작으로 개발제한구역을 지정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일부가 그린벨트로 처음 지정된 이후 현재 14개의 도시권이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그린벨트 지역 중 하남시 그린벨트 해제와 유지는 오랜 시간 동안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현재 하남시는 전체 행정 면적의 80%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 그린벨트로 묶여 있기 때문에 청정하남의 면모를 유지할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땅 개발이 제한돼 하남시 경제 성장의 발목 잡고 있다.

-맨몸으로 상경, 현재의 이옥진시인마을 일궈
-“하남시, 그린벨트 규제 풀려야 발전 가능” 주장

일요서울은 하남시 미사동에 있는 1만여 평에 달하는 이옥진시인마을 면적의 절반가량을 그린벨트에서 해제시킨 이옥진(72) 시인을 만났다. 그는 시인으로 문인협회 회원이며 전 하남시장 후보였고 현 미사리 이옥진시인마을 대표다. 일명 ‘그린벨트 대가’로 불리는 이 대표는 하남의 발전을 위해서는 그린벨트를 해제시켜 땅을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10대에 지방에서 맨몸으로 상경해 현재는 하남시에 1만평에 이르는 마을의 대표가 됐다. 말하자면 금수저가 아닌 흙수저로 태어난 그가 맨주먹으로 척박한 땅을 하남시민이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으로 가꿔낸 것이다.

차표가 없다 해도
타야만 한다면 일단 타라

이 대표는 16세 때 전남 함평에서 서울로 향하는 열차에 무임승차해 상경했다. 그는 어린 시절 집이나 동네에서 집안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이른 아침부터 저녁 잠자리에 들 때까지 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항상 가슴이 아팠지만, 자신은 절대 그들처럼 살지 않겠노라고 다짐하곤 했다.

“그 시절은 시골에 농사짓고 사는 집의 청년들의 상경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던 때였어요. 그러나 아버지께서 아시면 대들보에 묶여 꼼짝 못하게 하실 것은 불을 보 듯 뻔했죠. 1958년 9월 어느 날 저녁 아버지 모르게 야간열차에 무임승차해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이 대표는 그렇게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날 찾아들어간 파출소에서 식은 밥 한 덩이를 얻어먹는다. 그 이후에도 중노동, 막노동, 리어카 뒷밀이 등 무일푼의 소년이 칼바람 몰아치는 서울에서 하리라고 상상할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이후 상경한 지 6개월 만에 지금의 트럭과 같은 역할을 했던 리어카를 한 대 사고 방까지 얻게 된다. ‘차는 막차인데 차표 없다고 못가나, 우선은 타고 봐야지’라는 이 짧은 한 문장은 이 대표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이다.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
차이는 결단력

서울로 올라와 사과장수, 리어카 뒷밀이 등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던 그가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열게 된 것은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통해서다. 그는 “영업이야말로 자본 없는 사람이 자기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그 능력만큼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직종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1973년도에 당시 영업의 꽃이라고 불리던 출판업계 영업 시장에 뛰어든다. 아는 사람이 아닌 정말로 필요한 사람에게 팔자라는 간단한 생각 하나로 해당 영업 업계의 1인자로 올라선다. 이후 어디에 소속된 사원이 아닌 내 사업을 찾자는 생각에 골몰하다가 물리치료기 판매라는 종목으로 개인 사업을 시작하고 이후 건축업을 하면서 사업의 정점을 맞게 된다.

이 대표는 지난 2007년 ‘저질러야 성공한다’는 재테크 노하우 책을 펴낸 바 있다. 책에는 직접 발품 팔아 깨달은 재테크의 노하우가 담겨있다. 그는 많은 투자지망생들이 ‘투자가치가 있을 것 같긴 한데’ 하면서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미적거리다가 기회를 놓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대표는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 결단력이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스스로 해결하는
토마스 기차 정신

1999년부터 최근까지 시인마을에는 토마스 기차라는 것이 있었다. 이 대표는 유신정권 시절 박정희 대통령이 전용으로 타고 다녔던 기차를 1999년도에 분할 받아 해당 공원으로 싣고 와 ‘토마스 기차’라는 이름을 붙였다. 시민들에게 기차를 태워주고 싶은 욕심에 직접 농장에 레일과 침목을 깔고 운행을 하다가 그린벨트법 위반으로 몇 일간 구속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토마스 열차 정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만화에 나오는 토마스 열차가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기 힘으로 스스로 해결하면서 굳세게 살아가는데요, 그 정신을 닮고자 이 열차에 토마스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지금은 허물고 없어졌지만 그 정신만은 오래도록 간직할 생각입니다.”

이옥진 대표가
꿈꾸는 하남

그린벨트의 본래 취지는 도시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아 녹지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하남시의 경우 녹지로 꾸며져 있다기보다는 거의 논밭으로 이용되고 있다. 원래의 취지에 부합되지 않으면서 논밭으로밖에 활용할 수 없는, 사실상 발목이 묶여 있는 땅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법은 죽은 법”이라며 “법원에서 우리나라의 그린벨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바 있다”고 전했다. 개인의 사유지를 제대로 된 보상도 없이 국가가 가져간 ‘개인재산탈취 행위’에 가깝다는 것. 때문에 국회에서는 그린벨트와 관련 보상법을 만들어 빠른 시일 내에 시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하남시는 20% 정도만 활용되고 있고 나머지 땅은 모두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며 “이 그린벨트를 풀어야 비로소 토지를 제대로 활용해서 하남시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시대가 원하는 지도자는 그늘진 곳에서 살아가는 어려운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고, 잠재된 가능성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고 발굴해 낼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도 급수가 있듯이 가난도 급수가 있는데 가장 어려운 사람을 우선으로 선택해서 그 분들의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케이블카를 검단산에 설치해 산에 오르지 못하는 장애인도 검단산 정상에 올라가 일반 사람들과 같은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 지역에서만 토박이로 살아온 하남시민이라 해도 외부인에 배타적일 필요는 없고, 니 지역이니 내 지역이니 하는 지역주의 풍조를 타파하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인으로서의 삶 또한 사랑한다. 그는 “세계적인 대문호들은 자신의 이익보다 사회의 그늘지고 소외된 사람들을 구하고자 했던 문인들이 많았다”며 “명예, 권력, 돈, 화려함에 예속되지 않고, 화려한 무대가 있더라도 취하지 않으며 뚜렷한 인생의 철학 속에서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이 진정한 문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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