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최근 잇달아 공매도에 대한 부정여론이 들끓고 있다. 앞서 한미약품과 대우건설 등이 정보유출을 활용한 공매도 의혹을 받으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부각된 때문이다. 문제는 공매도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개미들이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경제성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불황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이 제도개선에 나서는 등 노력 중이지만 사실상 핵심은 빗나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9월 30일. 오전 9시가 되자 증시가 개장했다. 이날 한미약품의 주가는 무섭게 치솟았다. 장 초반 전날 종가보다 5% 넘게 상승했다. 전날 한미약품이 미국 제넨텍에 1조 원 규모의 표적항암제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는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앞 다퉈 주식을 사들였다.

이런 분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약 30분가량 지난 뒤 돌연 주가가 고꾸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한미약품이 지난해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게 8500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폐암 신약 올무티닙의 권리를 반환받는다고 공시한 데 따른 결과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주가는 18% 추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이날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개인투자자들이었다.

지난달 15일 대우건설 주가도 비슷한 낙폭을 보였다.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10% 이상 빠진 주가는 전날대비 13% 넘게 하락 마감했다. 담당 회계법인인 딜로이트 안진이 대우건설의 올 3분기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 판정을 내린 탓이다.

감사의견 거절은 회계법인이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를 검증하기 어렵거나 기업 존립이 어렵다고 판단할 때 내리는 결정이다. 주목할 부분은 두 사례 모두 공매도와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팔고 주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다시 매입해 차익을 챙기는 투자기법이다.

앞서 한미약품의 경우 해당 정보를 미리 알게 된 일부 투자자들이 주식을 공매도 해 주가가 더 크게 하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이날 이뤄진 공매도 거래 가운데 절반가량이 악재 공시 이전인 개장 직후 발생했다. 공매도량은 전날(7658주)대비 10배를 훌쩍 넘는 10만4327주를 기록했다. 대우건설도 안진이 의견 거절을 할 것이란 정보가 유출돼 공매도가 이뤄졌다는 의혹을 받는다.

개인투자자 이탈
경제 얼어붙는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공매도 특성상 외국인과 기관에게 유리하고, 개인들의 경우 정보부족 등 공매도에 취약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공매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오히려 유동성 공급이라는 순기능이 있어 전략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과도한 주가 하락을 유도하고 기관 및 외국인의 투기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신용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주식 대여에 소극적이어서, 돈이나 정보에서 모두 밀리는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세력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에 대한 불합리성이 부각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순매도가 5개월 연속 이어졌다.

순매도가 5개월 이상 지속된 건 지난 2005년 11월~2006년 4월(6개월) 이후 처음이다. 올 한 해 6조2170억 원(10월 기준)을 빼낸 개인투자자들은 이 기간에만 4조112억 원에 달했으며 기관 순매도액(7조5143억 원)에 맞먹는 수치다.

한 개인투자자는 “공매도는 주가가 오르는 국면에서는 상승 흐름을 꺾고, 하락기에는 주가하락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면서 “잃을 게 뻔한 투자를 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제성장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투자시장이 위축될 경우 경제는 더욱 꽁꽁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면서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이 계속된다면 일시적인 매도에서 머물지 않고 영구적으로 시장을 떠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공매도 규정을 어겨 시장에 혼란이 초래하더라도 금융당국이 이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약 3년간(2014년부터 올해 10월까지) 공매도 규정 위반으로 적발된 회사는 15곳이었다. 이들 회사에 부과된 과태료는 총 2억2400만 원으로, 회사당 평균 1500만 원, 최고액은 3000만 원이었다. 그마저도 최고액은 단 1건에 불과했다.

자본시장법 180조에 따르면 공매도 규정 위반에 대한 과태료 상한선은 5000만 원이지만 시행령에는 3000만 원이 한도로 정해져있다.

다만 불공정 거래와 연관된 공매도로 사안이 무겁다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형사처벌까지 내려진 사례는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과태료가 처벌의 전부라는 것이다.

개미 뺀 제도개선
“실효성 없다”

물론 정부당국의 노력이 없는 건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공매도 투자자의 유상증자를 제한하고 공매도 과열종목을 지정, 하루 동안 공매도 거래를 금지시키는 제도개선안을 내놨다.

하지만 핵심은 놔둔 보여주기 식 제도개선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매도를 제한할 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문제가 되는 건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라면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자본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도 동등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거래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향후 공매도에 대한 대응과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을 제거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