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씨 모른다”던 이 감독  사업파트너였나?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오는 8일 전 김종 문화관광체육부 제2차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를 일괄기소한다고 1일 밝혔다. 장시호 씨는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 예산을 횡령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장 씨가 운영하던 영재센터는 지난해 6월 우수한 체육 영재를 조기 선발, 관리해 세계적인 기량을 가진 선수로 성장시킨다는 명목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영재센터는 최순실 씨와 장 씨 측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각종 이권을 노리고 설립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가대표 출신인 스포츠토토 빙상단 이규혁 감독도 장 씨와 연루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감독은 영재센터 전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영재센터 전무이사, 누림기획 주식 보유 의혹도
‘감독 공개 모집’ 생략, 명성으로 감독직 따내

최순실 씨 조카 장시호 씨는 자신의 회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각종 이권을 챙기려 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그녀는 영재센터 외에도 누림기획, 더스포츠엠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계올림픽 이권 따려
만들어진 세 회사

누림기획은 지난해 7월 15일 자본금 500만원으로 설립된 스포츠 마케팅 회사다. 회사 관련 서류에서 장시호 씨의 이름을 찾을 수는 없지만 그녀의 지인들이 관련 회사에 근무하는 등 실질적인 운영자로 알려졌다. 

눈길을 끄는 점은 누림기획 설립일이 영재센터 설립일과 같다는 점이다. 또 실제 영재센터의 예산이 누림기획으로 흘러간 정황도 확인된다. 영재센터에서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제출한 ‘2015년 동계스포츠 영재 선발·육성 프로그램 운영 지원 정산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누림기획에 5732만 원이 지급됐다. 

장 씨는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 기념품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까치호랑이였던 마스코트를 진돗개로 바꾸려 했으나 좌절됐다. 하지만 철거 예정이었던 강릉스피드스케이트장을 문체부가 계속 사용하기로 방침을 바꾸고 영재센터가 사용하게 되면서 장 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이 나왔다.  

장 씨는 든든한 배경을 등에 업고 사업을 진행시켜 왔다. 그 배경엔 최순실 씨 말고도 김종 전 문체부 차관도 있었다. 특별수사본부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영재센터에 삼성전자가 16억 원을 지원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삼성의 후원금 5억 원보다 세배나 많다.  

20년 인연 숨기고
이사에 주식까지 보유

장시호 씨가 검찰의 수사를 받고 구속되면서 관계 인물들도 덩달아 수사 선상에 올랐다. 그 중 눈길을 끄는 인물이 스포츠토토 빙상단 이규혁 감독이다. 이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다.

그는 한국 선수 중 역대 최다인 6회 연속 올림픽 출전 기록을 보유했다. 세계선수권 4회, 월드컵은 14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스피드스케이팅계의 전설이다. 하지만 이 감독은 장 씨와 연루되며 곤혹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감독은 장 씨가 세운 영재센터 설립에 관여하며 전무이사직을 맡았다. 또 장 씨 소유인 누림기획의 주식을 다량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 게이트’가 처음 터졌을 때만 해도 이 감독은 “장 씨를 전혀 모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중학교 선후배 사이였던 것이 밝혀졌고 심지어 20년간 인연이 이어지 면서 ‘장 씨 아들의 스승이자 든든한 삼촌’ 사이였던 것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자 공분을 샀다. 

당초 이 감독은 영재센터 일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중학교 1년 후배인 장시호가 영재센터를 만드는 데 일할 사람이 없다고 도움을 요청해 재능기부 차원에서 수락했다”고 해명했으나 이마저도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검찰은 정황상 장 씨가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된 이권을 챙기고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기 위해 이 감독을 영재센터로 끌어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영재센터는 미르재단처럼 사단법인 등록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해와 올해 문체부로부터 받은 예산만 6억 원이 넘는다. 

신생 사단법인에서 6억 원이 넘는 정부 지원금을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최순실씨와 김종 전 차관의 지원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이규혁 감독의 영입은 좋은 홍보거리였다.

한편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5일에 이 감독을 18일에는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당시 조사에서는 삼성전자가 영재센터에 지원한 돈에 대한 성격과 배경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 돈을 받는데 이 감독이 연관돼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빙상단 감독
김종 전 차관이 지원?

이규혁 감독과 장시호 씨의 관계가 문제가 되다 보니 스포츠토토빙상단 감독 자격에 대한 논란도 고개를 들고 있다. 

스포츠토토빙상단은 올 1월에 공식 창단했다. 이상화(27), 박승희(24) 등 간판급 현역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감독 선정 과정에서 통상적인 공개모집을 진행하지 않았다. 스포츠토토 측에서 이 감독을 적극적으로 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감독은 현역 은퇴 뒤 2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세계적인 선수였던 것은 확실하지만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검증받을 특별한 경력은 없었다. 감독 능력에 대한 검증을 거지치 않은 상황에서 이 감독은 국내 최대 빙상팀 감독에 임명됐다.

스포츠토토빙상팀은 연 예산만 39억 원이다. 또 국민체육진흥공단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투명한 운영은 필수다. 하지만 이미 시작부터 감독 선정과 관련해 공정성 문제에 휘말렸다.

이 감독 선임과 관련해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체육계 황태자’라 불렸던 김종 전 차관이 국민체육진흥공단을 통해 스포츠토토빙상단 창단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 전 차관은 이미 최순실씨와 함께 장시호씨가 연관된 영재센터와 강릉스피드스케이트장 지원과 관련해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씨와 인연이 있는 이 감독이 김 전 차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창단한 스포츠토토빙상단 감독에 앉았으니 의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이 감독이 고교시절 국가대표로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성 추문에 휘말렸던 사실이 알려지며 감독 자격 논란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살펴보면 성폭력 범죄행위로 징계를 받은 자 등은 국가대표 및 지도자 자격정지를 받게 돼 있지만 이 조항은 2014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독은 당시 성추문과 관련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억울하다”며 “문제가 될 일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이 감독은 고등학생 신분이었고 술을 마신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했던 점을 고려한다면 비난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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