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식 교육부장관은 그동안 말도 많던 중학교 역사 1·2와 고등학교 한국사 등 3종의 국정 역사교과서 검토본을 지난달 28일 공개했다. 그는 새 역사 교과서가 “특정 정권이나 대통령을 미화하지 않고 공과(功過)를 모두 다뤄 균형있는 역사관을 가질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의 역사교과서 검토본 공개를 접하며 영국의 윈스턴 처칠과 고대 그리스의 투키디데스 역사관이 떠오른다. 처칠은 ‘2차세계대전’ 등 불멸의 저서들을 저술, 1953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역사 서술의 목적이 “후세들에게 교훈이 되기 위해서”라고 적시했다. 역사학의 창시자인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쓰면서 역사 서술의 목적은 “당장의 찬사보다는 후세들을 위한 데 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의 역사교과서도 “당장의 찬사보다는 후세들을 위해서” 그리고 “후세들에게 교훈이 되기 위해서” 서술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역사교과서는 그동안 ”후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의 찬사’를 얻어내기 위해 쓰이곤 했다. 집권세력에 의한 ‘당장의 찬사’를 받아내기 위한 것이었다. 박정희 대통령 집권시절엔 자유나 인권을 외면한 채 경제발전만을 찬미하였다. 그런가하면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대에는 친북좌편향으로 기울었다.  

좌편향 교과서는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수립’이 아니라 ‘정부’ 수립이라고 썼다. 국가 아닌 1개 행정부 수립으로 격하시켰다. 그에 반해 북한에 대해서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수립’이라고 표현, ‘국가 수립’으로 격상시켰다. 한반도의 국가적 정통성을 북한에 부여한 꼴이 되었다. 그래서 새 국정교과서는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로잡았고 대한민국이 ‘1919년 수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였다’고 명기함으로써 임시정부의 법통도 살려주었다.

1948년 제주도 ‘4.3 사태’와 관련해서도 일부 검인정 교과서는 균형을 잃었다. 좌편향 검인정 교과서는 ‘5.10 총선거에 반대하는 무장봉기가 일어났다. 이에 미군정은 극우 청년들과 경찰, 군대를 파견해 진압에 나섰다’고 서술했다. 4.3 사태가 5.10 총선에 반대하는 순수 제주도민이 봉기한 것처럼 서술한 것이다. 그러나 새 국정교과서는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가 일어났다. 무고한 제주도민들까지 희생되었다”고 지적, 폭동 주동이 남로당이었음을 명시했다. 동시에 “무고한 제주도민들까지 희생되었다”는 것도 담아 균형을 맞추었다. 

새 국정교과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5.16 쿠테타를 ‘군사혁명’ 아닌 ‘군사정변’으로 썼고 그의 통치를 ‘독재‘로 못 박았다. 균형잡힌 서술이다. 그러면서도 경제발전과 새마을운동 성과에 대해선 길게 서술했다는 지적이 있다. 살아있는 권력인 박근혜 대통령을 유의, ‘당장의 찬사’를 의식한 것 같다. 

야당 쪽에서는 ‘박근혜 교과서’라며 ‘폐기’를 주장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새 국정 역사교과서 구입을 신청한 서울의 17개 중학교 교장을 불러 선택을 미뤄달라고 요구했다. 그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의 선택권과 자율권 침해”라고 반박했다. 그런가 하면 전국 1653개 초·중·고 교장들로 구성된 한국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는 균형잡힌 교과서라며 내년 신학기부터 쓸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좌우 ‘역사 전쟁’이 재연된 것이다.

그러나 새 교과서는 대체로 좌편향을 벗어나 균형을 잡았고 대한민국의 긍지와 정통성도  서술되었다. 이제 소모적인 ‘역사 전쟁’은 끝내야 한다. 우리 국민이 분단 상태에서 좌우로 갈라져 있는 한 좌우 ‘역사 전쟁’은 피할 수 없다. 교육계는 새 역사 교과서가 균형을 잡았다는 데서 반대세력에 휘둘리지 말고 소신껏 밀고가야 한다. 처칠·투키디데스의 지적대로 ‘당장의 찬사보다는 후세들을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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