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대통령직 임기단축을 포함한 자신의 진퇴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하야’를 선언한 셈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앞으로 국회는 당리당략에 함몰되지 않고 차분하게 대통령 하야 로드맵을 만들어야할 역사적 사명을 떠 안았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히 눈길이 가는 인사가 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말이다. 여당 인사들 중 누구보다 앞장서서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박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박 대통령 퇴진을 압박하며 탄핵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 전 대표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결을 위해서는 “악마의 손이라도 잡아야 한다”라는 말을 패러디라도 하듯, 권력을 잡기 위해 그는 친문세력과 친박세력을 제외한 모든 세력과 손을 잡겠다고 했다. 친박세력을 몰아내고 새누리당을 접수한 뒤에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고문, 새누리당 출신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이 결집하는 ‘제3지대’, 그리고 국민의당을 합류시키는 제2의 ‘3당합당’ 모델을 스케치하는 셈법이다. 
하긴 집권을 위해서는 군사 독재정권과 손잡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서 정치를 배운 사람이니 그런 생각을 해볼 만하다. 
김 전 대표는 친박세력을 쳐내기 위해 지록위마(指鹿爲馬)식 정치를 하고 있다. 힘 잃은 윗사람을 농락하여 자기세력을 모으고 있다는 뜻이다. 
김 전 대표가 그동안 박 대통령에 대해 했던 말이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지 모르겠다. “박근혜 후보는 그동안 혹독한 검증과 시련을 겪은, 맹자가 말한 바로 하늘이 준비시킨 유일한 후보다.” “여러분들 박근혜 대통령 사랑합니까. 이 김무성이도 대한민국 국민 누구보다도 더 박근혜를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역대 대통령 중에 박근혜 대통령만큼 깨끗하고 대한민국을 위해서 노심초사하는 대통령, 나는 본 적이 없다.” “임기가 끝나는 그날까지 레임덕 없는 훌륭한 개혁대통령을 만들겠다.”던 그였다.
그런 사람이 이제는 ‘촛불’에 기대 “내 정치 인생에서 박 대통령을 만난 게 가장 후회스럽다”며 독설을 내뱉었다. “대통령이 하야해도 사법처리는 피할 수 없다”라며 박 대통령을 맹공격했다. 아울러 그는 친박세력은 ‘썩은 환부’로 반드시 도려내야 한다고 공격했다. 본인이 18대 공천 탈락 후 친박 무소속 연대를 이끌고 박 대통령의 “살아서 돌아오라”는 ‘촌철살인(寸鐵殺人)’에 힘입어 기사회생 했던 사람 아닌가.
김무성 전 대표가 야권과의 결합은 얼마 안 가 보수에 대한 배신으로 심판받게 될 줄을 까마득히 잊고 있다. 보수는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책임이 있는 박 대통령에 실망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야당을 대안세력으로 보지는 않는다. 
김무성의 탄핵론은 또한 이념적 투항이라는 점에서 보수층의 우려가 크다. 설사 김 전 대표의 바라는바 대로 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개편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이념무장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그가 뼈 속까지 이념으로 무장된 좌파진영을 이길 수 없다. 그들은 대통령 진퇴문제를 국회와 상의해야 한다고 했다가 정작 진퇴문제를 논의해달라는 대통령에게 스스로 조기퇴진을 결정하지 않으면 9일 탄핵안을 처리하겠다고 겁박하는 사람들이다. 이들과 연대를 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김 전 대표는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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