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최순실씨(60·구속기소) <뉴시스>

최순실·차은택·안종범·김종까지 수두룩

권력자들의 집단 위증에 ‘국민 스트레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 파문으로 대한민국 호(號)가 휘청거리고 있는 가운데 사건 공범들의 거짓말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처음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질 당시 관련자들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최순실, 차은택, 최경희, 안종범 등 사건 관계자들은 초기에 “근거 없는 의혹 제기”, “사실과 전혀 다르다”, “서로 모르는 사이” 등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했다. 그러나 수개월이 지난 지금, 사건의 흐름은 이들의 진술과 전혀 달랐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뉴스와 검찰의 수사에 의해 이들의 주장과 배치되는 사실이 속속 밝혀진 것이다. 이들 중 대다수는 현재 구속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특히 고위공직자들의 계속된 위증은 국민의 분노를 일으켰다. [일요서울]은 이들의 거짓말 전후를 들여다봤다.

최순실(60·구속기소)씨가 지난 10월 독일에서 가진 세계일보 인터뷰는 지금까지 알려진 검찰 진술 내용과 상이했다. 당시 인터뷰에 응한 시점도 박근혜 대통령의 1차 대국민담화 직후여서 잘 짜인 기획 인터뷰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최 씨는 해당 인터뷰에서 “미르 및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절대 자금 지원을 받은 것이 없다. 감사해보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검찰조사 결과 최 씨는 미르재단 이름에서부터 임원진, 사무실 위치까지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밝혀졌고, 대통령의 지시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함께 기업에 돈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농단 파문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태블릿 PC’가 발견되자 최 씨는 “나는 태블릿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것을 쓸 줄도 모른다. 제 것이 아니다”라며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최 씨 소유임을 보여주는 여러 단서를 검찰이 확인했다. 검찰은 최 씨와 그의 외조카들 사진 및 연락처가 저장돼 있고, 특히 태블릿 개통 4일 만에 최 씨 일가의 모임이 열린 한 식당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있어 태블릿이 최 씨의 것이 맞다고 결론내렸다.

최 씨는 또 독일에서 집을 구할 때 “은행의 예금담보와 강원도 부동산을 담보로 해 서울에서 36만 유로를 만들어왔다”며 자금을 ‘자체 조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해 9월 삼성이 최 씨 소유인 독일 소재 회사 비덱스포츠에 송금해준 35억 원으로 호텔과 주택을 샀다.

차은택(47·구속기소)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뉴시스>

너나 할 것 없이 거짓말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47·구속기소)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지난달 8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할 당시 “박 대통령과 독대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공식 자리에서 봤을 뿐 독대한 적 없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그러나 한 문화계 관계자는 “차 씨가 청와대를 일주일에 한두 번씩 드나들었다”며 “저녁시간에 가서 (대통령과) 만났다고 본인이 직접 그랬다”고 증언했다. 이 증언은 박 대통령이 평소 청와대 비서진이나 장관조차 독대가 드물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 10월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입학 특혜 의혹으로 끝내 물러났던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도 빠질 수 없다. 최 전 총장은 당시 언론의 계속된 의문 제기에 “특혜는 없었다”고 밝혔다. 사퇴하는 날에도 “입시와 학사관리에 있어서 특혜는 없었고 있을 수도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대 특별감사를 통해 정 씨에 특혜 제공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관련 교직원 등 28명에 대한 징계를 이대 측에 요청했다. 지난 2일 이대 특별감사위원회는 정 씨를 퇴학·입학 취소시키고, 정 씨에게 각종 특혜를 준 입학처장 등 5명을 중징계하기로 결정했다. 학교는 현재 이와 관련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최 전 총장에 대해 수사 종료 후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종범(57·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뉴시스>

공직자도 입만 열면 위증

높은 도덕성과 청렴함을 요구받는 고위공직자도 예외가 없었다. 안종범 전 수석(57·구속기소)은 청와대 재직 시절인 지난 10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미르재단 강제 모금과 관련 질의를 받았다. 안 전 수석은 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강요한 것 아니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순수한 자발적 모금”이라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안 전 수석은 최순실과 공모해 기업들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774억 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에서의 ‘증인 선서’는 언제나 무력했다.

김종(55·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뉴시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55·구속기소)은 평창올림픽 분산 개최와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를 살펴보면 우선 평창 대회의 가장 큰 목표는 ‘경제올림픽’이었다. 비용 절감을 위한 분산 개최(평창·서울)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었다. 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비전과도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2014년 12월 이에 대한 논의가 ‘올스톱’ 됐다.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반대한 이후부터다. 이때 대통령의 결정을 둘러싸고 최순실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고, 평창에 상당한 땅을 보유하고 있는 최 씨를 위해 대통령이 지원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대해 김종 전 차관은 애초에 분산 개최에 대한 논의조차 없었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은 “분산 개최 논의를 했다는 것은 언론 보도에 의해 나온 것일 뿐 문체부 내에서는 아예 검토조차 없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는 보고까지 준비했다는 실무진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입장이었다. 문체부 실무진에서 준비했던 사안을 차관이 모를 리 없다는 의혹이 일었고, 김종 전 차관이 ‘대통령 호위무사’로 나서 거짓말을 했거나 ‘정말 몰랐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자라면 ‘위증’을 한 것이고, 후자라면 ‘무능’한 고위공직자를 인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김종 전 차관은 특정 개인의 이권을 챙겨주는 대통령을 거짓말을 통해 비호하고, 국가적 이벤트를 망쳤다는 비난을 한 몸에 받을 것이다.

한편, 최순실 씨 국정 농단 사태를 지켜본 국민들의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열심히 살면 보상 받는다’는 보편적 신념이 무너진 상황이 개개인의 정신 상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적 불안과 절망은 더 나아가 돌이킬 수 없는 극단적 방식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곽금주 서울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한 언론에서 “물질적 손실보다 심리적 절망이 더 위협적이다. 분노를 조절하고 있는 현 단계에서 정치인과 검찰, 언론 모두 책임 있는 역할을 충실히 하는 모습을 보여 사태 해결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