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신인 포스트 000 타이틀 달고 데뷔 탄탄한 실력 개성 갖춰야 진정한 스타 자리매김

탤런트 김희선(왼쪽)과 '제 2의 김희선'으로 불리며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닮음꼴 배우 오연서.

스타 닮은꼴 신인 화제 >>

‘제2의 OOO’.
톱스타와 비슷한 외모나 특징을 가진 신인 연예인에게 흔히 붙는 수식어다. 특정 스타와 닮은꼴일 경우 단숨에 대중들 시선을 사로잡고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인에겐 유리하다. 하지만 수시로 톱스타와 비교 되고 특정이미지에 갇힐 수 있다는 점에서 고통이기도 하다. 스타와 닮은 신인이 겪는 빛과 어둠을 살펴본다.


‘제2의 김희선’ 오연서 화제

지난 주 ‘오연서’란 이름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연예섹션을 뜨겁게 달궜다. 한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에까지 올랐다. 덩달아 오연서의 미니홈피도 검색순위 상위권에 떴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생소한 오연서는 김상경이 주연을 맡은 K-1TV 대하사극 <대왕세종>에 캐스팅된 신인 연기자.

내년 1월 5일 방영되는 <대왕세종>은 ‘세종대왕’ 역의 김상경을 필두로 김영철, 김성령, 박상민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화제작이다.

극중 오연서는 양녕대군(박상민)의 총애를 받는 조선 최고의 미녀 ‘어리’역을 맡았다.

하지만 오연서가 네티즌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이유는 <대왕세종> 캐스팅이 아니다. ‘제2의 김희선’이라 불릴 만큼 톱스타 김
희선과 쏙 빼닮은 외모 때문이다. 캐스팅 소식과 함께 ‘제2의 김희선’이란 호칭을 접한 네티즌들은 앞 다퉈 오연서의 미니홈피에 들려 사실을 확인했다. 덕분에 순식간에 이름이 알려졌다.

사실 오연서의 연예계 경력은 짧지 않다. 전혜빈과 함께 2002년 여성 3인조 댄스그룹 LUV로 데뷔했다. 또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 영화 <허브>, <두 사람이다>, 드라마 <히트>, <천국보다 낯선> 등에도 출연했다. 하지만 오연서란 이름을 대중들에게 인지시킨 건 오랜 활동경력이 아닌 ‘제2의 김희선’이란 수식어였다.


신인 이름 알리기 쉬워

오연서만이 아니다. 적지 않은 신인들이 ‘제2의 OOO’ ‘포스트 OOO’란 타이틀로 인지도를 쌓는다.

지금은 스타대접을 받는 박한별과 장희진도 데뷔 초기엔 ‘제2의 전지현’으로 주목받았고 <궁S>의 허이재, <깍두기>와 래미안 CF에 출연 중인 이민정은 ‘제2의 김태희’로 관심을 모았다.

남자연예인도 예외는 아니다. <불량커플>을 비롯한 여러 드라마의 주연을 맡은 류수영과 한류스타 장혁은 ‘제2의 정우성’으로 데뷔했다. <올인>에서 이병헌 아역으로 출연한 진구에겐 한동안 ‘리틀 이병헌’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남궁민은 ‘제2의 배용준’, 유건은 ‘제2의 원빈’으로 불렸다.

‘제 2의 OOO’ 타이틀은 소속사에서 신인 띄우기 전략으로 내놓는 경우가 많고 인터뷰 중에 나온 대화를 인용한 기사제목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팬들이 닮았음을 인정하고 붙이는 경우도 있다. 누가 붙여줬든 기억하기 쉽고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신인에게 매력적인 타이틀임은 분명하다.

한 연예관계자는 “인지도 쌓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신인들에게 스타를 닮았다는 홍보전략만큼 좋은 건 없다. 닮은 상대가 유명스타일수록 파급효과는 더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타와 닮은꼴 외모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신인 입장에선 톱스타와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사람들의 높은 기대감을 채워야하는 부담을 겪는다. 이를 증명하듯 스타와 닮은 신인들 중 상당수가 초반엔 비난을 면치 못한다. 닮았다고 일컬어지는 스타보다 외모도, 실력도 못하다는 지적을 받는 것.

‘제2의 OOO’란 타이틀을 달았던 한 신인배우는 인터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도 톱스타와 비교되다 보니 좋은 소리를 듣기 힘들다. 심지어 어떤 행동을 해도 따라했다는 오해를 산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실력·개성 없으면 금방 묻혀

닮았다는 말을 듣는 인기스타의 팬들로부터 인신공격에 가까운 욕을 듣기도 한다. 신인그룹 아이 더 트리탑스(ITT) 멤버 장유준은 최근 “동방신기 멤버 영웅재중을 따라 하기 위해 성형까지 했다”는 소문에 휩싸여 동방신기 팬들에게 무차별 사이버공격을 당했다.

장유준 소속사 파라마운트뮤직은 ‘영웅재중 따라 하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동방신기 팬들의 질타는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제2의 OOO’ 타이틀을 빨리 떼버리지 못할 경우 인기스타의 아류로만 인식돼 연예인로서 생명력까지 잃을 수 있다.

화제를 모으며 잠시 ‘반짝’하고 묻히는 신인이 수두룩 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타와 닮았다는 말을 듣는 신인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그저 감사하다”에서 “닮았다는 말은 그만 듣고 싶다. 제2의 누군가가 아닌 나로 인정받고 싶다”로 입장이 바뀐다.

하지만 ‘제2의 OOO’ 꼬리표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피나는 노력으로 탄탄한 실력을 쌓고 개성을 구축한 뒤에야 벗어날 수 있다. 이를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림은 물론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톱스타와 비슷한 외모를 갖고 있어도 연기력이나 가창력이 따라주면 어느 새 닮은 이미지는 사라진다. 결국 실력으로 다른 부분은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슷한 모습으로 데뷔해서 다른 모습으로 우뚝 서는 게 진짜 스타가 되는 길 아니겠느냐”고 조언했다.

저물어가는 2007년과 다가오는 2008년. 또 어떤 신인이 ‘제2의 OOO’로 단숨에 인지도를 쌓고 또 어떤 신인이 ‘제2의OOO’ 틀을 깨고 진정한 스타로 자리매김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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