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 복귀하며 흥행파워 발휘


MBC 퓨전사극 <태왕사신기(이하 <태사기>)>가 뜨거운 사랑속에 종영됐다. <태사기>가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폭발적 관심을 모으면서 주연을 맡은 배용준의 ‘최고 한류스타’ 입지는 보다 굳건해졌다. 한류스타들의 흥행 성적이 신통찮은 상황에서 거둔 성공이란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배용준에 이어 권상우, 지성, 소지섭, 송승헌, 이병헌 등 잇달아 차기작을 선보이는 한류스타들이 한국 안팎으로 흥행파워를 발휘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한류스타들 흥행성적 ‘부진’

지난 5일 대작 퓨전사극 <태사기>가 안방극장에서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평균 3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한 <태사기>는 방영 내내 화제를 모았다.

주연은 물론 조연들까지 인기 반열에 올렸다.

특히 주인공 ‘담덕’역을 맡은 배용준은 <겨울연가> 이후 5년만의 드라마 출연작인 <태사기>의 성공으로 여전한 흥행파워를 과시했다. 지난해 영화 <외출>의 흥행실패로 흔들렸던 ‘최고 한류스타’ 위상을 바로 세운 셈.

비단 배용준만이 아니다. 최근 상당수 한류스타들의 흥행파워는 신통치 않았다.

드라마에선 최지우와 이정재가 투톱으로 나선 <에어시티>, ‘동안 배우’ 차태현의 <꽃 찾으러 왔단다>, 김승우 주연의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세븐의 드라마 데뷔작 <궁S>, 에릭 주연의 <케세라세라>, 엄태웅과 주지훈이 호흡을 맞춘 <마왕>은 평균 10%미만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일부 드라마는 작품성에서 좋은 평을 받았지만 스타 인지도에 비하면 확실히 아쉬운 결과다.

한류스타 주연의 영화가 겪은 고전은 더 심각하다. 강동원 주연의 , 송혜교의 <황진이>, 이병헌의 <그 해 여름>, 정우성-김태희의 <중천>, 장동건-이정재의 <태풍>, 최지우의 <연리지> 등 많은 영화가 흥행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태풍>의 경우 400만명 정도의 관객이 들었지만 2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점을 감안하면 흥행으로 보긴 힘들다.


<태사기> 배용준 기점,
분위기 전환?

한류스타들의 계속된 인기몰이 실패에 “한류스타 파워가 국내에선 안 통한다”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태사기>의 배용준을 필두로 한류스타들이 줄줄이 활동을 재개해 한류스타 ‘힘’을 보여줄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군대에서 전역한 스타들의 활약상, 일부 한류스타가 전작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기대도 크다.

<천국의 계단>과 <슬픈 연가>로 한류스타가 된 권상우는 지난 3일부터 방영된 K-2TV 드라마 <못된 사랑>에 출연 중이다. 2년 8개월 만의 안방극장 컴백이다. 극중의 권상우는 이요원, 김성수와 삼각관계를 이뤄 ‘지독한 사랑’을 펼쳐 보인다.

인기사극 MBC <이산>과 SBS <왕과 나>와의 경쟁에서 권상우의 인지도가 힘을 발휘할 지에 관심이 쏠려있다.

<올인>으로 한류스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지성은 12일 첫 전파를 탄 MBC <뉴하트>로 시청자들과 만난다. <뉴하트>는 <외과의사 봉달희>와 <하얀 거탑> 뒤를 잇는 의학드라마다.

흉부외과의사들의 꿈과 사랑, 고뇌를 그린다. 지성은 흉부외과 레지던트 ‘이은성’으로 나와 한층 탄탄해진 연기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 <뉴하트>가 <태사기> 후속작품이자 지성의 제대 뒤 복귀작이란 점에서 기대가 크다.

군 제대 뒤 <고맙습니다>로 컴백, 호평을 받은 장혁은 오는 26일 첫 방송될 SBS <불한당(가제)>을 차기작으로 택했다.

<불한당>은 여자에게 사기를 쳐 살아가는 제비와 세상을 천진난만하게 보는 싱글맘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장혁과 이다해의 연기호흡이 인기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주연 영화·드라마도 봇물

해가 바뀌면 소지섭, 지진희, 김래원 등 대표급 한류스타들을 안방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 4월 전역한 소지섭은 <왕과 나> 후속으로 내년 2월 방영될 <카인과 아벨>로 연예계에 컴백한다.

6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카인과 아벨>은 어린 시절 헤어진 형제가 형사와 킬러로 성장, 서로에게 총을 겨눌 수밖에 없는 비극적 이야기를 그린다. 소지섭이 고독한 킬러로 나와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이어 다시 한 번 강렬한 매력을 발산하고 지진희가 소지섭의 형이자 경찰역할을 맡았다. 정려원이 여주인공으로 출연한다.

김래원도 내년 상반기 방영될 KBS 드라마 <식객>으로 일 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다. 허영만 화백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식객>에서 김래원은 요리에 천부적 소질을 가진 ‘성찬’역을 맡아 갈고닦은 칼솜씨와 손맛으로 팬들을 사로잡는다. 주진모가 주연을 맡은 사전제작 드라마 <비천무>도 SBS를 통해 새해 1월부터 방영, 기대감을 모은다.

송승헌의 경우 한국과 터키 합작드라마 <페르소나>를 비롯해 여러 드라마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따라서 곧 출연작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고 ‘원조 한류스타’ 안재욱은 사전제작 드라마 <사랑해>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촬영에 한창이다.

한류스타들이 출연하는 영화도 대거 준비돼 있다. 내년 상반기 개봉되는 <숙명>에선 송승헌, 권상우, 지성 등 3명의 한류스타를 볼 수 있어 벌써부터 아시아 팬들 가슴을 설레게 한다. ‘만주 웨스턴’을 표방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도 이병헌과 정우성이 동반 출연한다. 연기파 배우 송강호도 함께다.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한류스타 조인성과 주진모도 내년 상반기 중 촬영에 들어가는 <쌍화점>에서 호흡을 맞춘다.

여자 한류스타 중엔 손예진이 <무방비도시>로 내년 1월 스크린 나들이에 나서고, 전지현도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로 내년 상반기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식어가는 ‘한류’ 데울 수 있을까?

이 같은 한류스타들의 활동이 국내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지와 더불어 식어가는 한류를 재점화시킬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일본 연예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한류 위기론’의 원인 중 하나는 흥행작의 맥이 끊겼다는 것. 특히 한류의 근간인 드라마에서 <대장금>이나 <겨울연가> 같은 작품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열풍이 가라앉고 있다는 견해가 다분하다.

일본 연예관계자는 “일본에서 다양한 한국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대장금> 이후 대박이라 할 만한 드라마는 없다.

이 시점에서 화제작이 나와 줘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기존 한류스타가 출연한 작품이라면 더 없이 좋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선 한류스타들의 총출동이 한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작 전부터 아시아 각국 팬들을 한국으로 불러 모을 정도로 관심을 모은 <태사기>의 경우 일본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일 NHK를 통해 첫 방송된 <태사기>를 제대로 보기 위해 HDTV를 사겠다는 의견이 올라오는가하면 재방송 요구도 끊이지 않고 있다. <태사기>는 드라마임에도 극장에서까지 개봉되고 있다. 방송 다음 날부터 1주일에 한편씩 상영하는 형식으로 지난 4일 ‘신주쿠 발트9’ 등 일본전역 10개관에서 개봉한 <태사기>는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극중 ‘연호개’ 역을 맡은 윤태영의 무대인사가 있었던 3일 입장권은 일찌감치 판매가 끝났고 주최 쪽은 당일 혼잡을 막기 위해 행사 3일 전에 좌석권을 배포했다.

한류잡지 관계자는 “<태사기>의 지금 열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한류는 더욱 활성화될 것 같다. 한류스타들 주연 작품이 계속 공개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소지섭 주연의 <카인과 아벨>이 일본 최대 광고대행사 겸 종합엔터테인먼트사인 덴츠에 20억원에 이르는 금액으로 선 판매돼 한류열기 재점화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졌다.


일본 팬 기호에 맞아야

물론 불안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일본을 비롯한 한류 팬들 상당수가 중년여성인 만큼 작품 스타일과 캐릭터가 이들 기호에 맞아야 흥행할 가능성이 높다.

<겨울연가>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배용준이 ‘욘사마’란 호칭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도 중년여성들에게 지나가버린 ‘순수한 사랑’을 회상시켰기 때문이다. 이병헌 역시 <올인>보다 <아름다운 날들>에서 보여준 부드러운 이미지로, 장동건도 <태풍>의 거친 모습이 아닌 <이브의 모든 것>의 신사다운 모습으로 일본 팬들 마음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현재 제작 중인 작품 가운데 상당수는 일본 팬들이 크게 호감을 느끼지 않는 액션 장르다. 권상우가 <못된 사랑>에 출연 중이지만 이 역시 순수하기보단 자극적인 사랑을 그린다.

한류잡지 발행인은 “주요 한류 팬인 일본 중년여성들은 부드럽고 순수한 남성과 아름다운 멜로에 열광한다. 그럼 점을 감안할 때 <숙명> <카인과 아벨> <못된 사랑> 등이 무조건 인기를 얻는다고 말하긴 힘들다”고 전했다. 이어 “<태사기>의 경우 액션이 있지만 판타지 장르인 만큼 일본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것 같다. 일본에선 판타지장르에 대한 호감이 높다. 배용준의 선한 이미지도 매력적이다”고 평했다.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으며 활동에 나선 한류스타들이 국내·외적으로 어떤 성적을 기록할 지, <태사기>의 배용준을 넘어설 수 있을 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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