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들의 ‘대반란’


아름다움과는 다소 거리 있는(?) 외모와 넘치는 끼로 사람들을 웃기는 여자. 개그우먼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다. 최근 이 이미지가 흔들리고 있다. 데뷔 때보다 한결 예뻐진 모습을 보여주는 개그우먼들이 늘어난 것. 치열한 노력으로 외모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다방면에서 활동 중인, 웃기지만 우습지는 않은 개그우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난 너무 예뻐. 난 참 섹시해. 미모는 나의 무기. I’m a beautiful girl~”

지난 1일 열린 제6회 대한민국영화대상 축하공연에서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삽입곡 ‘Beautiful girl’과 ‘마리아’가 불려졌다.

하지만 노래를 열창한 이는 영화주인공 김아중이 아니었다.

극중 김아중의 친구로 등장했고 케이블채널 tvN의 <막돼 먹은 영애씨>에 출연 중인 개그우먼 김현숙이었다.

본명보다 ‘출산드라’로 더 유명한 김현숙은 이날 아름다운 흰색 원피스에 하이힐을 신고 무대에 등장, 완벽한 공연으로 시상식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여우조연상 후보에도 올랐던 김현숙은 짧은 커트머리에 어깨와 가슴라인이 드러나는 튜브형 롱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아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폭식을 예찬하던 ‘출산드라’의 풍만한 몸집 대신 S라인 몸매를 자랑하는 김현숙을 보며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TV랑 완전히 다르다’, ‘기대 이상의 미모’란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이런 반응은 인터넷에서도 일어났다.

김현숙만이 아니다. 최근 일취월장한(?) 미모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개그우먼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백보람처럼 처음부터 예뻤던 개그우먼들과 달리 활동하면서 점점 미모가 빛을 발한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사모님’으로 유명한 김미려도 그 중 한명이다.


김미려·강유미 등 일취월장한(?) 미모

M-TV <개그야>의 ‘사모님’코너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김미려는 케이블채널 Mnet의 <미려는 괴로워> 프로그램을 통해 ‘미인’으로 거듭났다.

한때 70kg에 이르는 몸무게의 김미려는 체계적 운동과 식사조절, 지방흡입수술 등을 통해 50kg대로 체중을 줄였다. 이미지 변신에도 성공했다. 77사이즈에서 55사이즈로 바뀐 몸매는 ‘사모님’으로 활동하던 때와 전혀 다른 인상을 만들었다. 칼을 대진 않았지만 살이 빠지고 필러성형을 한 덕에 얼굴윤곽이 뚜렷해져 일부 네티즌이 김주하 아나운서와 닮았다며 비교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달 17일 동갑내기 탤런트 안재환과 백년가약을 맺은 정선희도 활동하면서 점점 미모가 빛을 발하는 개그우먼이다.

일반인들보다 다소 튀어나온 입이 개그소재로 활용되기도 했던 정선희는 지난 몇 년 사이 확연히 달라진 자태로 팬들로부터 “예쁘다”는 말을 듣고 있다.

특히 군살 없는 몸매와 매끈한 피부는 동료 여자연예인들까지 부러워할 정도다. 최근엔 MC를 맡고 있는 각종 방송프로그램에서 감각적 스타일을 선보여 세련녀 이미지까지 생겼다. 여세를 몰아 얼마 전 남편 안재환과 함께 색조화장품 브랜드까지 내놓았다.

K-2TV <개그콘서트>에서 유세윤과 함께 ‘사랑의 카운셀러’코너를 진행하며 인기를 누린 강유미 역시 치아교정과 체중감량으로 한결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갖게 됐다. 데뷔 땐 걸걸한 목소리와 남부럽지 않은 덩치 때문에 남성적 이미지가 강했으나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허스키보이스 연예인의 대표주자 박경림도 나날이 외모가 발전(?)하고 있다. 고등학교시절 데뷔한데다 사각턱 때문에 ‘예쁘지 않다’는 인식이 강했던 그는 요즘 성숙한 여인의 향기를 풍기며 지상파와 케이블방송을 종횡무진 누빈다.


꾸준하고 치열하게 미모 가꿔

데뷔 때 ‘얼굴이 무기’란 가슴아픈 농담까지 들어야했던 개그우먼들이 예뻐질 수 있었던 데는 이른바 ‘방송물’ 영향이 크다. 최첨단유행을 가장 먼저 접하고 담당스타일리스트가 생기면서 세련된 스타일을 선보일 수 있게 된 것.

일부 개그우먼들은 현대의학의 힘을 빌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대다수 개그우먼들이 꾸준하고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 업그레이드 된 미모를 갖게 됐다. 정선희의 경우 코성형수술을 했지만 몸매와 피부는 순전히 노력의 결과다. 2~3년 전부터 거의 매일 운동을 하는 정선희는 연예계에서도 소문난 운동마니아다. 김미려 역시 <미려는 괴로워>에서 강도 높은 운동과 식이요법을 겸하는 고통스런 과정이 고스란히 공개됐다.

일각에선 개그우먼들이 외모에 기울이는 노력에 대해 “외모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 “개그우먼으로서의 개성을 잃는 것 같다”는 비난을 보내지만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다방면 활동 위한 노력

개그우먼들이 고통과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예뻐지려는 가장 큰 이유는 ‘꿈’을 이루고 활동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다.

개그맨 혹은 개그우먼이 웃기기만 하던 시대는 지났다. 연기자, 가수, MC 등 다방면에서 맹활약 한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기란 쉽지 않다. 단순히 재미를 주는 패널 역할을 넘어 특정분야에서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선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외적 변신을 통해 웃기고 망가졌던 이미지를 털어내야 원래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방송가 한 관계자는 “개그맨들이 다른 분야에서 성공하기 힘든 원인 가운데 하나가 코믹한 이미지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대중은 웃긴다는 생각을 먼저 한다. 활동 폭도 좁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개그우먼이 MC, 가수, 배우 등으로 활동하기 위해선 기존의 틀을 벗어나 다른 매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경림은 예뻐지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토크쇼 진행자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라고 답한 적 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는 토크쇼진행자가 되기 위해 보다 프로답고 당당한 모습으로 자신을 가꿔가고 있다는 것. 이런 노력 덕분인지 박경림은 얼마 전부터 케이블채널 MBC에브리원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쇼 <박경림의 화려한 외출>을 진행 중이다.

김미려도 외적 변신을 계기로 가수와 연기자 꿈을 이뤘다. <미려는 아름다워>를 통해 몸무게 줄이기와 이미지변신에 성공한 그는 현재 SBS 사극 <왕과 나>에 조연으로 출연 중이다.

지난 11월엔 디지털 싱글앨범 <나를 만나다>를 내놓고 가수로도 뛰고 있다.

김미려의 측근은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가수가 되기 위해 <미려는 괴로워>에 출연한 건 아니다. 예뻐지고 싶어 시작했다. 외적 변신이 가수와 연기자활동을 시작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건 맞다”고 답했다. 이어 “개그우먼이 가수를 한다고 하면 우습게 볼 수 있는데 사모님 이미지를 털어내서인지 그런 면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김미려가 자신감이 많이 생겼고 소화할 수 있는 의상 폭도 넓어져 보다 당당하게 무대에 서고 있다”고 전했다.

정선희 역시 지상파와 케이블채널 MC, 라디오DJ 등으로 활동 하고 있다.

매니지먼트 ‘매니저필보이’의 황정현 대표는 개그우먼들의 외모가꾸기를 “차별화를 위한 노력”으로 평했다. 황 대표는 “예쁜 개그우먼은 그렇지 않은 개그우먼보다 대중들 시선을 사로잡기 쉽고 다른 분야 활동도 쉽다”고 말했다.

개그우먼에게 미모가 최고 무기는 아니지만 예쁘면서 개그실력까지 있다면 남다른 경쟁력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난 소중하니까” 미모에 투자

미(美)에 대한 여자들의 원초적 욕망도 개그우먼들의 아름다움을 꽃피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직업과 나이를 떠나 여자라면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은 법. 특히 대중과 언론에 노출돼 있는 연예인은 늘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바람이 크다. 개그우먼이라고 빠질리 없다.

한 개그우먼 매니저는 “개그우먼도 여자다. 예뻐 보이고 싶은 게 당연하다”면서 “개그코너에서 망가진 모습을 많이 보여주므로 방송이나 일상생활에선 더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정선희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도 외모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개그우먼도 여자이기 때문에 미모에 신경 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일반여성들처럼 보다 나은 자신을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한 연예관계자는 “최근 부쩍 예뻐진 개그우먼 대다수가 개그실력을 일정 받은 뒤 다른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 한다. 자기 일을 잘하는 개그우먼들의 외모 가꾸기를 비난보다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줬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

웃기기만 한 여자에서 웃기고 예쁜 여자로 거듭나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개그우먼들. 그녀들의 맹활약상이 더욱 기대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