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유쾌한 매력녀 한예슬


<환상의 커플> ‘나상실’ 역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한예슬이 스크린 나들이에 나섰다. 로맨틱코미디 <용의주도 미스신>으로 영화배우로서의 첫 발을 내디딘 것. “오래 영화배우로 활동하고 싶다”는 한예슬의 용의주도한 스크린 데뷔기를 살펴본다.


한예슬은 통통 튀는 매력과 긍정적인 에너지의 소유자다. 어떤 상황, 어느 자리에서도 기죽지 않는 당당함과 한 옥타브 높은 목소리는 옆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이런 매력은 지난해 MBC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진가를 발했다.

도도한 공주병 말기환자 ‘나상실’은 한예슬의 인형 같은 외모와 발랄함 덕에 ‘귀여운 여인’으로 완성돼 시청자들 가슴을 파고들었다.


‘나상실’ 인기 업고 스크린 첫 나들이

나상실을 향한 팬들의 애정은 고스란히 한예슬에게로 이어졌다. 한예슬은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고 ‘얼굴 예쁜 스타’에서 ‘차기작이 기다려지는 기대주’로 발돋움했다. 한예슬은 <환상의 커플>을 발판 삼아 스크린으로까지 도약했다. 18일 개봉한 <용의주도 미스신>으로 영화배우 신고식을 치른 것.

<용의주도 미스신>은 얼굴과 몸매 모두를 갖춘 잘 나가는 광고대행사 AE 신미수의 ‘남자 고르기 프로젝트’를 그린 로맨틱코미디다. 버터 재벌 3세(권오중), 섹시 연하남(손호영), 순정파 고시생(김인권) 등을 만나며 쇼핑하듯 연애를 즐기는 신미수. 하지만 상처만 남은 신미수는 사사건건 부딪히던 남자(이종혁)에게 위로받으며 20대의 성장통을 마무리한다.

조금 과장해 말하면 <용의주도 미스신>은 한예슬에 의한, 한예슬을 위한, 한예슬의 영화다.

9명의 여배우에게 거절당한 역할이라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신미수 역에 한예슬 아닌 다른 배우를 떠올리긴 힘들다. 최고급 드레스에서 몸빼바지에 이르기까지. 64벌에 달하는 의상을 척척 소화해낼 수 있었던 것도 슈퍼모델 출신 한예슬이었기에 가능했으리라.


한예슬 위한 <용의주도 미스 신>

신미수의 여러 이미지 중 어떤 게 실제 자신에 가장 가깝냐는 질문에 한예슬은 “모두 다”라는 대답을 건넨다. “발랄하지만 가끔 내숭도 떨고 프로처럼 일하고 즐길 땐 즐기는” 다양한 모습을 신미수 속에 담아냈다는 것.

“나상실을 연기하는 한예슬을 보고 캐스팅했다”는 박용집 감독의 말처럼 신미수와 나상실은 닮은꼴이다. 아름다운 외모에 반하는 엽기적 성격, 용의주도한 것 같으면서도 2% 모자란 행동은 두 캐릭터 간에 연결고리가 된다. 전작과 차기작의 캐릭터가 겹친다면 어느 배우나 걱정하기 마련. 하지만 한예슬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한예슬에겐 두 캐릭터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신미수를 연기하면서 한 번도 나상실과 겹칠 거란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나상실 때와는 전혀 다른 마인드로 미수에게만 집중해서 촬영했으니까요. 관객들은 분명히 두 캐릭터의 차이를 파악할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할 거예요.”

영화의 98%,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는 한예슬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는 건 무의미하다. “한 장면 한 장면이 다 소중하다”는 다소 뻔한 답을 내놓은 한예슬은 촬영 중 생긴 에피소드를 얘기하며 특유의 솔직함을 드러낸다. 권오중이 자신의 손가락을 농염하게 핥아주는 장면을 찍으면서 불쾌하기도 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했는데 재미있게 나와서 다행이란다.


“대중에게 즐거움 주고 싶어”

좋아하는 장면이나 애창곡 선택엔 어려움을 겪지만 <용의주도 미스신>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낼 땐 조금도 망설이지 않는다.

첫 영화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모습이 (한예슬의 표현을 빌리자면) ‘건방지기’보단 풋풋하다.

“네 명의 남자배우들이 저를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스크린에 그리고 싶었던 모든 모습을 그릴 수 있었고 예상만큼 영상도 잘 나온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면 건방지게 들리실지 모르지만 첫 영화로서 너무 만족스러워요. 보는 내내 즐거웠고요. 정신없이 보느라 제 부족한 부분은 미처 알아내지 못했는데 한 번 더 보고 파악할게요.(웃음)”

다소 즉흥적일 것 같은 이미지 속에 “관객 수나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옹골찬 생각을 품고 있는 한예슬.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멀다는 한예슬은 이제 막 영화란 새로운 세계에 한 발을 내딛었다. 아직은 새싹이지만 언젠가 큰 나무로 성장해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는 이 유쾌·상쾌한 여배우의 행보를 지켜보는 일이 꽤나 즐거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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