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데이트 - 영화 <가면>의 이수경


K-2TV 주말드라마 <며느리 전성시대>에서 신세대 며느리로 열연 중인 이수경. 그녀가 미스터리 스릴러물 <가면>에서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면모를 드러낸다.

흡사 ‘가면’을 쓴 듯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얼굴이다. 생기발랄한 웃음 대신 슬픔을 머금은 이수경의 표정에서 한층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이 엿보인다.

작고 귀여운 얼굴과 맑은 음성 때문일까. 이수경은 지금껏 발랄하고 사랑스런 캐릭터로 팬들과 만났다. <하늘이시여>의 애교만점 ‘구슬이’나 <소울메이트>의 ‘수경’은 대중에게 이수경의 밝은 매력을 어필했다.

출연 중인 <며느리 전성시대>의 ‘조미진’ 역도 마찬가지. 시어머니에게 할 말은 하는 며느리라 이전 캐릭터들보다 좀 더 기가 세지만 말괄량이 이미지는 여전하다.

비슷한 역할들 속에서 ‘색다른 캐릭터’에 대한 갈증을 느끼던 이수경은 영화 <가면> 시나리오를 접하고 마음이 움직였다. 운명적 사랑을 미스터리 스릴러 속에 녹여낸 이야기에 끌렸고 말 못할 슬픔을 간직한 ‘차수진’ 역할이 욕심났다.

사실 <가면>에서 차수진의 분량은 그리 많지 않다. 이야기는 세건의 잔혹한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강력반 형사 조경윤(김강우)과 박은주(김민선)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수진의 비중은 상당하다. 사건을 파헤치며 혼란에 빠져드는 남자친구 조경윤 곁을 지키며 후반부로 갈수록 부각되는 인물이 수진이다.

<몽정기2>와 <타짜>가 영화출연 경력의 전부지만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작품”이 영화란 사실을 알고 있던 이수경에게 분량은 중요하지 않았다. 때문에 철부지 소녀이미지를 털어내고 성숙한 여인의 면모를 보일 수 있는 ‘수진’이 마냥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시나리오도 재미있었지만 다시는 차수진 같은 캐릭터를 맡을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무턱대고 하고 싶다 졸랐어요. 그래서 출연하게 됐고요.(웃음)”

역할에 대한 욕심은 피나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아직은’ 자신에게 버거운 수진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촬영 전 늘 양윤호 감독과 긴 대화를 나눴고 어느 때보다 연기에 집중했다. 수진의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현장에서도 장난기를 접고 최대한 조용하고 차분하게 지냈다. 차수진의 직업이 네일 아티스트인 점을 감안해 석 달 간 네일아트도 배웠다. 끓어오른 연기열정은 여배우에게 가장 어렵고 힘들다는 노출연기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다.

<가면>에서 이수경은 알몸 노출을 감행했다. 조경윤과 격정적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뒷모습과 가슴 선을 드러내는 것. 장장 7시간 동안 진행된 데뷔 후 첫 베드신촬영이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장면임을 인지했기 때문일까.

대역의혹이 들 정도로 완벽한 몸매에 대한 찬사에 얼굴을 붉히던 이수경은 베드신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의외로 담담한 반응을 나타냈다.

“사실 베드신을 찍기 전엔 무척 긴장했는데 영화를 보니까 예쁘게 나온 것 같아서 다행스러워요. 촬영할 때 제가 긴장하면 그게 화면에 나타날까봐 주의했고 김강우씨가 리드를 잘해줘서 무사히 끝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기존 이미지를 버리고 베드신에까지 도전한 <가면>은 이수경에게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특히 감정표현이 서툴렀던 이수경은 <가면>을 통해 보다 다양한 감정을 한결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

“베테랑 양윤호 감독님과 젊지만 실력 있는 배우들과 작업이 좋은 기회가 됐다”며 사랑스런 미소를 짓는 이수경의 얼굴에서 자신감이 엿보였다. 이왕 시작한 이미지 변신. 다음번엔 김민선이 연기한 ‘박은주’처럼 중성적인 역할에 도전해보면 어떨까 싶지만 이수경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욕심은 나지만 이직은 자신 없단다.

“여태 발랄한 역할은 많이 했지만 남성적 역할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영화 속 민선씨를 보면서 멋지다, 부럽다는 생각은 했는데 막상 터프한 역할을 제의받으면 못할 것 같아요. 제가 잘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요.(웃음)”

이선균, 유진, 이민기와 함께 캐스팅된 차기작 <왠지 느낌이 좋아>에서도 캔디처럼 밝고 씩씩한 여자를 연기할 이수경. 자칫 발랄한 이미지 안에 갇히는 게 아닌가 싶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당장 할 수 있는 역할과 조금 더 기다려야 할 역할을 명확히 알고 있는 이 영리한 여배우의 캐릭터 구축은 이제 막 시작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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