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연예잠망경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 중에 감자탕이 있다.

얼큰한 육수에 돼지갈비 살과 우거지, 여기에 감자가 어우러진 이 음식을 한국인들은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먹을 때 마다 감자탕에 감자가 너무 적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감자보다 돼지갈비 살이 더 많았고 그래서 부족한 감자를 추가시키곤 했다. 감자가 비싸서 그런가? 이게 무슨 감자탕이야? 하는 생각이 항상 들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감자탕이라고 할 때 ‘감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감자(potato)가 아니고 돼지갈비 사이에 붙어있는 살코기를 의미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래서 항상 감자탕에는 감자(potato) 보다 이런 고깃살이 더 많았던 것이다.

이렇듯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 사실과 너무 다른 경우가 연예계에도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보통 여자연예인을 보면 예쁘고 화려하니까 명품 좋아하고, 씀씀이 크고 또 어느 정도는 사치스럽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연예인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숫자는 극소수라고 본다.

필자와 함께 일하는 L양…, 처음 봤을 때 귀티가 나고 옷 입는 스타일도 상당히 세련되어 속칭 명품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한국의 장쯔이”라고 매스컴도 그녀의 귀티 나는 이미지를 칭찬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얼마 후 TV홈쇼핑 프로에서 멋있는 옷을 방송하길 레 눈여겨봤는데 몇 일후 L양이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백화점에만 가는 줄 알았는데 홈쇼핑에서도 옷을 사는 것을 보니 참 알뜰하구나” 했더니 당황하면서 홈쇼핑 옷이 아니라고 우긴다. 그녀의 허세(?)에 황당했는데 이어지는 그녀의 말은 필자를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다.

“저는 홈쇼핑에서는 옷을 안사요. 너무 비싸서요. 비슷한 디자인의 옷이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훨씬 저렴해요. 옷뿐만 아니고 국산 화장품, 신발, 액세서리도 싸고 예쁜 게 너무 많아서 저는 주로 거기서 구입해요. 다들 어려운데 절약해야죠.”

감자탕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고 막연히 감자가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L양의 속마음을 모르고 겉모습만 보면서 그
녀를 평가했던 것이 상당히 머쓱했다. 이런 내실을 갖춘 연기자와 함께 일하고 있는 나는 행운아라는 생각이 들어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보이는 세상과 ‘다른 세상’은 분명 존재한다.

이 다른 세상이 우리의 마음을 아름답게 만드는 그런 세상이면 좋겠다.

오늘밤은 유난히 감자탕에 소주 한잔이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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