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데이트 - 영화 <원스어폰어타임>의 이보영


비열한 거리를 헤매던 삼류 조폭 병두에게 한줄기 빛이 되어줬던 여자. <비열한 거리>에서 ‘조인성의 연인’으로 등장해 청순미를 뽐냈던 이보영이 1940년대 일제치하의 경성으로 날아갔다. 영화 <원스어폰어타임>에서 낮엔 재즈가수로, 밤엔 도둑으로 생활하는 ‘춘자’ 역을 맡아 섹시미를 발산하는 것. 최근 진행된 현장공개에서 “코맹맹이 소리가 어렵다”면서도 간드러지게 노래 부르던 이보영은 40년대 ‘모던 걸’ 그 자체였다.


멋스런 재즈바 중앙에 있는 무대. 어깨와 쇄골이 훤히 드러나는 보랏빛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른다. 코맹맹이 소리가
가미된 간드러지는 창법에 바 손님들의 시선이 쏠린다. 요염한 눈빛과 섹시한 몸짓에 숨소리조차 멎는 듯하다.

‘해방기 코믹 액션’을 표방한 영화 <원스어폰어타임>의 막바지 촬영이 한창인 서울의 구 수도여고 내부. 1억원에 이르는 세트제작비가 들어간 40년대 경성 스타일 재즈바 ‘미네르-빠’에선 재즈가수공연이 필름에 담기고 있었다. 아름다운 외모와 에로틱한 분위기로 엑스트라와 스텝은 물론 취재진들까지 사로잡은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보영.

영화 <비열한 거리>와 드라마 <미스터 굿바이> 등에서 야무지고 청순한 모습을 보여줬던 이보영이 섹시함을 앞세웠다는 사실에 관심이 곤두섰다.

<원스어폰어타임>은 석굴암 본존불상 이마에 박혀있었다고 전해지는 전설의 3천 캐럿 다이아몬드 ‘동방의 빛’을 둘러싼 추격전을 코믹과 액션 속에 녹여낸다.

경성 최고의 사기꾼 봉구(박용우)는 일본 총감 손에 들어간 ‘동방의 빛’을 차지하기 위해 동방의 빛 환송회에 내숭 100단 재즈가수 춘자(이보영)를 대동하고 참석, 작전을 펼친다. 낮엔 재즈가수지만 밤엔 일본 고위간부 집을 터는 ‘해당화’란 도둑으로 변신하는 춘자 역시 다이아몬드를 차지하기 위한 개별 활동을 시작하고 사건은 꼬여간다.

40년대 여성, 더욱이 낮과 밤이 다른 이중생활을 하는 춘자 역이 쉽지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보영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캐릭터’란 점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

“춘자 같은 여주인공은 근래 한국영화에서 없었던 것 같아요. 저에겐 독특하면서도 단순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로 다가왔거든요. 잘 할 수 있을까란 걱정이 들기도 했는데 욕심나서 출연하게 됐어요.”

노래 부르고 춤추는 건 기본, 액션까지 선보여야 하는 역할이다 보니 배울 것도 많았다. 지난 해 8월부터 보컬트레이닝에 돌입했고 난생처음 액션수업도 받았다. 덕분에 극중 노래 4곡을 직접 소화할 수 있었고 고난도 액션신도 무사히 촬영했다.

그렇다고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요즘 시대엔 듣기도 힘든, 코맹맹이 소리가 가미된 40년대 창법을 잘 소화했는지 여전히 자신이 없다.

“간드러지고 애교 있게 노래 불러야 했는데 잘 안돼서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다”는 이보영의 얼굴에 살짝 긴장감이 엿보인다. 춤도 걱정거리란다. 스스로 ‘몸치’라 할 정도로 춤엔 소질 없는 이보영에게 남자들을 홀릴 정도로 관능적인 춤사위는 만만찮은 과제였다.

하지만 걱정은 이보영 혼자만의 몫인 듯하다. 박용우, 성동일 등 영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은 이보영의 섹시연기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왜 이제야 춘자 같은 역할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소화를 잘 하더라. 순발력도 좋고 유들유들하다”는 박용우와 “미셸 파이퍼처럼 도발적이고 섹시한 여성을 잘 나타냈다. 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다양성을 모두 보여줄 것”이라는 성동일의 말 속에서 이보영에 대한 기대감이 읽혔다.

쉽지 않은 연기의 연속, 거의 밤샘을 할 정도로 빡빡한 스케줄이었지만 자신을 믿어주는 유쾌한 배우들과 작업한 덕분인지 이보영은 촬영기간 동안 특별히 힘든 점이 없었다. “새침해보이지만 실제론 군대에 가도 될 정도로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답게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 굳이 힘든 점을 꼽는다면 추위.

“남자배우들과 달리 캐릭터성격과 직업 상 모든 옷에 노출이 있어요. 거기다 여름이 배경이라 여름의상을 입고 촬영해 많이 추웠는데 그거 말고는 달리 힘든 게 없었어요.(웃음)”

2000년대 청순한 여인에서 1940년대 도발적인 여인으로 변신한 이보영. 60여 년의 시간을 거스른 그녀의 매력은 1월말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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