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스타 명의 등 악용 실태


인기스타를 들먹이면 쉽고 빠르게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돈 벌이 등 목적달성도 쉽다. 해당 연예인의 인기가 높을수록 효과는 더 커진다. 때문에 많은 스타들의 명의와 초상권이 좋지 않은 일에 도용돼 왔다. 연예인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급상승한 요즘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미지에 먹칠을 당하는 연예인들의 억울한 사정을 살펴본다.


“원더걸스 보여줄게”…유괴

전국에 ‘텔미 열풍’을 일으킨 5인조 여성그룹 원더걸스. 이들의 인기와 이름이 어린이 유괴 사건에 악용, 연예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2월 30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원더걸스를 보여주겠다”며 초등학생 3명을 납치, 부모들에게 돈을 달라고 협박한 이모(30)씨에 대해 특별범죄가중처벌법상 약취·유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전날(29일) 오후 3시30분께 서울 강서구 등촌동 모 초등학교 근처에서 김모(9)군, 이모(9)군, 이군의 동생(7)을 “원더걸스공연에 같이 가자”고 유혹, 자신의 승용차에 태웠다. 그날 밤 9시40분쯤 이씨는 아이들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1인당 150만원씩 450만원을 가져오라”고 협박했다.

하지만 강화된 검문검색에 불안을 느낀 이씨는 밤 11시께 서울 양천구 목동 인근에 아이들이 탄 승용차를 버리고 달아났다. 아이들은 행인들 도움으로 무사히 귀가했고 이씨는 30일 오전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조사 결과 일정한 직업이 없는 이씨는 지인들에게 진 빚(400만원)을 갚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소식을 접한 원더걸스 소속사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나쁜 일에 원더걸스 이름이 악용돼 충격적이지만 아이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고 범인이 잡혀 다행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예인 인기 악용 잦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예인 명의와 초상권 악용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유괴까지는 아니지만 연예인을 ‘몰래’ 내세운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이영애 주식회사’ 사건. 코스닥 상장사 뉴보텍은 지난 해 2월 이영애와 그 가족이 세운 ‘주식회사 이영애’ 공동경영 및 엔터테인먼트사업 시작을 공시했다. 그러나 이영애 쪽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뉴보텍의 공개사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급락, 뉴보텍 소액주주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물론 이영애도 한동안 구설수에 시달렸다.

배우 신현준은 지난 해 3월 일명 ‘포스터 사기사건’에 얽혀 마음고생을 했다. 한 상품권 제작업체가 신현준 주연의 1997년 개봉작 포스터를 <태양을 찾아서>로 제목만 바꾼 뒤 자신들이 만든 것처럼 꾸며 투자자들을 현혹한 것. 업체 대표는 ‘신현준 포스터’를 믿은 1천여 투자자에게 205억원에 이르는 돈을 받았다가 구속됐다.

사기 콘서트도 기승을 부린다. 한류스타로 발돋움한 비, 세븐, 신화는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 사기콘서트가 기획돼 홈페이지에 긴급공지를 띄워 피해 줄이기에 나섰다.

신화의 경우 2003년 매니저를 사칭한 사람이 국내 밤무대와 콘서트계약을 꾀하기도 했다.

허위·과장 광고에도 연예인 이름과 얼굴은 도용된다.

지난 해 12월 자사광고모델인 중견탤런트 전원주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대표이사처럼 허위·과장 광고한 결혼정보업체 ‘초이스뱅크클럽’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결혼은 했지만 출산경험이 없는 탤런트 노현희는 광고모델로 활동 중인 다이어트업체에서 ‘노현희 출산 후 16kg 감량’이란 인터넷 배너광고를 띄워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아야했다.

원로배우 김한섭은 최근 자신의 예명인 ‘트위스트 김’을 도용한 음란사이트와 소송에서 이겨 2500만원의 위자료를 받게 됐다. 재판부는 “트위스트 김이란 예명을 도메인이름으로 이용한 것은 김씨가 음란사이트운영자 혹은 이와 관련이 있음을 암시할 뿐 아니라 김씨의 사회적 가치와 평가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미지 타격 정신적 충격까지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예계에선 “전단지에 불법으로 얼굴이 실리는 건 약과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의 사회적 위치가 급상승하고 영향력이 커지면서 스타를 내세운 불법행위가 더 심해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고 전했다.

이런 불법행위는 피해규모가 클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연예인 이름만 믿고 사람들이 쉽게 지갑을 여는 것.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이 모델로 각광받는 건 홍보효과가 크고 빨리 믿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악용, 사기를 친다면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뭣보다 해당 연예인이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심할 경우 정신적 충격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연예인 이름과 초상권 도용은 근절돼야할 범죄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각종 사건에 연루된 연예인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비난받기 십상이고 그 과정에서 적잖은 마음고생도 한다.

사건이 크고 심각할 경우 연예활동에까지 지장 받을 수 있다는 게 연예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미지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연예인들. 때문에 이미지 관리에 온힘을 기울이지만 이들의 이름과 얼굴은 언제 먹칠 될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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