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하게 보면 최대표는 이문제와 무관미뤄왔던 당내개혁 결행할 수 있는 계기대선자금 정국에서 크게 이득을 본 사람은 누구일까.대선자금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검찰일까, 아니면 모든 것을 털고 가자는 노무현 대통령일까.역설적이지만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최대 수혜자라는 분석이 정치권에 나돌고 있다.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는 “엄밀하게 따지면 이번 대선자금 문제는 최 대표와 관련이 없다”며 “그만큼 최 대표의 정치행보는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뤄왔던 당내 개혁을 자연스럽게 결행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최 대표에게 당면한 최대 개혁작업은 총선 공천 물갈이. 그동안 당내 일각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던 사안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최 대표 혼자 힘으로 공천 물갈이라는 엄청난 일을 하기는 무리였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물갈이에 따른 당내 갈등을 아우르는데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최 대표는 당내에서 자신의 계보를 거느리지 않은 사람이다. 당 대표가 되기 전까지 최 대표는 주로 야인 생활이나 다름없이 조용히 지내 왔다. 이회창 전대표가 당을 장악한 상황에서 전면에 나서기가 껄끄러웠기 때문. 이 때문에 당내에 최 대표 계보로 불릴 사람이 뚜렷하게 있지 않다. 반면 이회창 전총재가 떠난 한나라당에 전총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소위 이회창 계보로 불리는 의원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그동안 최 대표의 리더십이 도마위에 오른 것도 이런 요인이 한몫 했다는 게 한나라당 당직자의 전언이다. 그렇지만 이번 대선자금 정국을 계기로 ‘이회창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퇴출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한나라당 고위 당직자의 말.“한나라당 내에 이회창 전총재 계보로 분류된 사람이 여러명 있다. 이 전총재의 정계복귀 여론도 이 사람들 때문에 나왔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대선자금 문제가 정국 이슈로 부각되자 ‘이회창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이 최 대표를 돕고 있는 형국이다.”이회창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사람들이 이번 대선자금 정국에서 가장 곤욕을 치르고 있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만큼 대선자금 정국에서 이들의 정치적 행보가 제약을 받고 있는 셈이다. 실제 SK로부터 100억원을 건네 받은 최돈웅 의원만 봐도 그렇다. 최 의원이 이 전총재의 최측근이라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 최 의원은 이 전총재와 대학 동창일 뿐 아니라, 지난해 대선 때 한나라당 자금조달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그만큼 이 전 총재가 최 의원을 신뢰했다는 의미다. 대선자금 수수와 관련, 구설수에 휘말린 최 의원의 경우 당장 내년 총선 공천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내 일각에선 “최 의원의 경우 내년 총선 공천은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성급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이 전총재의 측근으로 분류된 다른 사람들도 공천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기다 최병렬 대표는 대선자금 정국에서 부수적인 반사이익도 얻었다. 그동안의 당내 지도부 문책론을 한순간에 잠재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재신임 정국에 대한 당내 대책을 두고 한나라당 내부에선 ‘지도부 문책론’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여기다 당을 옥죄고 있는 사정정국 대처 문제를 놓고도 당내 불만이 고조됐었다.하지만 대선자금 정국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당내에 나돌던 이런 불만들이 한순간에 자취를 감췄다. “지금은 단결해 대선자금 정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당내 위기감이 감돌자, 이런 불만이 사그라진 것이다.이처럼 이번 대선자금 정국에서 최 대표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래서 이번 정국의 최대 수혜자는 최 대표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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