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서 ‘법정’으로…점입가경


무대사용을 둘러싼 이승환과 컨츄리꼬꼬 쪽의 날선 감정대립이 결국 법정공방으로 번졌다. 맞고소라는 최악의 상황이다. 이로써 “사전협의를 통해 이승환 쪽 스텝에게 허락을 받고 무대를 썼다”는 컨츄리꼬꼬 쪽 주장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무대사용 범위를 넘어섰다”는 이승환 쪽 주장은 재판을 통해 진위가 가려지게 됐다. 이번 사건의 진행과정과 쟁점을 짚어봤다.


도용 vs 정당한 사용

이승환과 컨츄리꼬꼬 사이 문제는 지난 해 12월 25일 불거졌다. 이승환이 드림팩토리 홈페이지에 컨츄리꼬꼬 쪽이 자신의 무대디자인을 양해 없이 사용했다는 글을 올리면서다. 12월 22일과 24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 이승환은 다음 날 같은 곳에서 콘서트를 연 컨츄리꼬꼬에게 기본무대를 빌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컨츄리꼬꼬 쪽이 세부적인 무대디자인까지 그대로 썼다며 섭섭한 마음을 나타냈다.

다음 날 이 글은 ‘무대도용’ 등의 제목으로 기사화됐고 논란이 일었다. 이에 이승환은 드림팩토리 미니홈피를 통해 “컨츄리꼬꼬가 아닌 공연연출자에게 책임을 물었다”는 글을 실었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더 격화됐다. 컨츄리꼬꼬콘서트를 기획한 참잘했어요 엔터테인먼트(대표 이형진·이하 ‘참잘했어요’)가 이승환의 주장에 “이승환 쪽과 사전협의를 통해 조명, 음향 등 무대장치 사용허락을 받았다”면서 “사과보도를 않을 경우 명예훼손 등으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 뿐만 아니라 참잘했어요는 “대관료 외에 웃돈까지 얹어 줬다”고 밝혔다. 이에 양쪽은 공연견적서까지 공개했다.

이어 참잘했어요는 “이승환도 다른 가수의 무대를 도용한 적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격분한 이승환 쪽은 컨츄리꼬꼬 쪽을 상대로 저작권침해 및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것을 알렸다.

소식을 접한 참잘했어요 쪽은 “이승환 쪽이 본질을 흐리고 언론보도를 이용,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격한 반응을 보이며 갈등이 심해질 것을 예고했다.


입씨름에서 맞고소로

입씨름을 거듭하며 점입가경으로 치닫던 양쪽 대립은 결국 법정공방으로 번졌다. 이승환이 소속된 (주)구름물고기가 참잘했어요 이형진 대표를 명예훼손혐의로 형사고소한데 이어 11일 컨츄리꼬꼬 공연 동영상 제작 및 판매금지와 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접수했다.

참잘했어요 쪽도 7일 이승환과 소속사, 공연기획사 관계자 등을 명예훼손과 무고, 업무방해혐의 등으로 맞고소하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분위기였다.

연예계 관계자들과 팬들 중 상당수는 이번 사태가 “가뜩이나 어려운 가요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되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이승환 쪽이 소송 전 컨츄리꼬꼬 쪽에 제안한 ‘양쪽 공연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대화’가 이뤄졌다면 사태가 맞고소로까지 악화되진 않았을 거란 생각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송 6개월 이상…갈등 심화?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양측 모두 베테랑이고 인기가수인 만큼 멀리 내다보고 감정보다 이성으로 생각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승환 쪽과 컨츄리꼬꼬 쪽도 대화를 통한 해결이 최선의 방법이란 사실을 알고있다. 하지만 대화로 풀기엔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 보인다.

컨츄리꼬꼬 쪽의 고소대리인 김진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안)는 “상대편이 먼저 고소를 한 만큼 어쩔 수 없이 법원으로 갔다”고 말했다. 이승환 쪽 법률대리인인 정경석 변호사(법무법인 KCL)도 “화해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 하지만 컨츄리꼬꼬 쪽이 소송 전 이승환 쪽의 대화제의 거절은 물론 비방까지 했다. 대화의지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뭣보다 이번 사건에서 양쪽이 문제 삼는 부분이 달라 쉽게 합의점을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컨츄리꼬꼬 쪽은 소장에서 이번 사건이 무대를 허락 없이 쓴 저작권침해가 아닌 공연장 대관 과정에서 생긴 커뮤니케이션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이승환과 공연스텝들 간의 의사소통과정에 문제가 생겨 사건이 일어났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승환 쪽 입장은 다르다. 사건 본질은 컨츄리꼬꼬가 이승환 쪽이 허락하지 않은, 허락할 수 없는 부분의 무대디자인까지 사용한데 있다는 주장이다.

정 변호사는 “컨츄리꼬꼬 쪽이 이승환 공연스텝에게 큐시트까지 점검하며 무대사용을 허락 받았다고 하는데 그게 누구인지 알 수 없다”면서 “이를 허락할 수 있는 사람은 이승환 뿐인데 그는 물론 스텝도 허락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식적으로 공연연출자가 다른 가수에게 자신의 세부적인 무대장치까지 이용하라고 허락할 리가 없다. 그걸 허락받으려 했다는 것 자체도 문제다”고 덧붙였다.

민사소송의 경우 판결까지 평균 6개월 이상 걸린다. 길고 긴 법정공방에 접어든 이승환과 컨츄리꼬꼬. 팬들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양쪽 모두 더 큰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고 활동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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