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곁불’쬐러 온 옛 친구에 ‘불구덩이’ 떠밀리나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7주째 이어진 촛불시위엔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이들이 외치는 구호는 ‘대통령 퇴진’ 하나였다. 그런데 이 같은 뜻에 편승해 사익을 챙기려는 세력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모습이다. 대한민국을 부정했던 옛 통합진보당 세력이 ‘최순실 게이트’를 틈타 노골적인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촛불 집회가 열리는 서울 광화문 주변에는 통진당 이석기 전 의원, 이정희 전 대표,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 사진이 들어간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민주당 추미애 대표 등 야권 유력 인사들조차 본인들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자 이를 이용하는 실정이다. 이에 정치권은 야권이 주말 촛불집회에 옛 통진당 세력을 활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머지않아 결정적인 ‘악수’가 돼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촛불 정국 속 고개 드는 통진당… ‘유턴’하는 보수층
- 집회가 있는 곳엔 ‘어김없이’ 등장하는 ‘선수(?)’들…

촛불 정국을 타고 해산된 통합진보당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이다. 광화문 촛불집회에 등장한 플래카드가 이를 방증한다. 플래카드에는 헌법재판소가 통진당 해산 결정을 하는 데 청와대가 개입했다며 내란선동 혐의가 확정돼 복역 중인 이석기 전 의원 석방을 주장하는 내용 등이 있다.

지금까지 대규모 집회에는 원래 취지와 동떨어진 요구를 하며 불법·폭력시위를 조장하는 세력이 늘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집회의 순수성은 훼손됐고, 동력이 끊긴다는 정치권의 비판에 매번 직면했다. 이번 촛불시위 역시 이런 ‘프로 선수(?)’들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한 술 더 떠 옛 통합진보당 인사들은 지난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진당 해산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헌법재판소에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는 이날 회견문을 통해 “최근 공개된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에는 헌재의 정당해산 결정 두 달 전인 2014년 10월 4일 자에 김 전 비서실장이 ‘통진당 해산 판결 연내 선고’를 지시한 사실이 뚜렷이 적혀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내가 하면 ‘민주주의’, 남이 하면 ‘음모’”

이에 한 정치권 인사는 “따로 벌어진 두 가지 일이 연결되려면 명백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최순실 사태 와중이라고 해도 연결할 수 없는 별개의 것을 연결해 억지를 부리는 것까지 용납할 수는 없다”며 “헌재는 통진당 측 주장에 대해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통진당 주장대로라면 헌재 소장뿐만 아니라 헌재 재판관 대부분과 대법관들까지 청와대 지시를 받아야 한다. 어불성설이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정치권의 관계자 역시 “탄핵 결정도 헌법재판소가 하게 된다. 만약 그 결과마저 본인들이 생각한 것과 다르다면 음모가 있다 혹은 청와대의 지시였다고 문제 삼을 것이다”며 “본인들 뜻대로 이뤄지면 그것은 ‘정의’이자 ‘민주주의’이고 본인들의 뜻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음모’라며 민주주의가 무너졌다고 외쳐대는 세력들”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또  “자기들에게 유리할 땐 헌법과 법률이 원칙이고 미운 사람 단죄할 땐 그냥 여론재판인가, 웃기는 얘기다”고 조소했다.

실제로 지난 5차 집회에서,  해산된 통진당 출신으로 이루어진 원외정당인 ‘민중연합당’ 당원들은 이석기·한상균·이정희 3인을 모두 거론하며 “억울한 희생양, 그들이 돌아와야 민주주의입니다”라고 주장했다. 설상가상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이래 건설, 운용돼온 원자력발전소를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함께 ‘끝장내자’는 집회의 취지와는 전혀 무관한 플래카드도 등장했다. 원전 운용은 단순히 효율적인 전력공급을 넘어 핵무기 개발의 토대가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최순실 게이트’와 별개로 반국가 세력 정치활동 규제 나서야...”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들이 이러한 주장을 지속적으로 하는 속내엔 북한과의 전력 비대칭을 완화하고 나아가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제거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현 시국이 옛 통진당 세력 입장에선 기다리고 기다리던 상황일 것이다”며 “얼마나 학수고대했던 상황인데 이번 기회(?)를 쉽게 놓치려 하진 않을 것이다. 체제변혁과 민중혁명을 꿈꿔온 이들 세력에겐 마지막 실력행사의 무대로 안성맞춤일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역사에 기록될 ‘평화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집회에 참여한 국민들은 순수한 의도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국민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어떠한 행동에도 박수를 치면서 받아주는 것을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한 것과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목표로 위헌 정당 심판을 받은 세력들의 부활을 막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며 “여야는 헌재 결정을 무력화시켜서는 안 된다. 반국가 세력이 정치활동을 버젓이 재개하는 것에 대해 조속히 규제를 서둘러야 한다. 헌재와 박근혜 정부의 업적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정치권은 통합진보당을 비롯한 세력들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구 통합진보당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로 원내에 첫발을 디뎠다. 당시 민주통합당의 대표는 문재인 전 의원이었다.

이후 원내에 입성한 통합진보당은 국가 행사에서 줄곧 애국가 제창을 거부하더니 끝내 북한의 남침 시 혜화동 KT통신시설 등 주요 국가기간시설을 탈취하려는 음모가 제기됐다. 결국 이석기 전 의원은 내란선동죄·국가보안법 위반이 인정돼 복역하게 됐고 통합진보당은 헌법재판소 재판 과정에서 위헌정당 판결을 받고 지난 2014년 해산 판결을 받았다.

이 같은 사실을 국민들 모두가 알고 있음에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는 것. 실제로 당시 국민들은 통진당의 실체가 드러나자 경악했다. 나아가 통진당이 국회에 발을 딛는 데 일조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를 향한 비난 여론도 들끓었다. 이에 옛 통합진보당 세력이 국정 위기를 틈타 활개 칠수록 국민들의 가슴속에 있던 옛 기억이 선명해질 것이 자명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옛 통합진보당 세력이 기지개를 켜는 것이 오히려 문 전 대표 입장에선 결정적 ‘카운터 펀치’를 허용하는 셈이고, 나아가 보수층이 재결집하게 되는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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