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복 시작한 중국, ‘제2의 중화(中華)’ 노리나

사진은 본기사와 무관함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중국이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로 ‘금한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한령은 비공식적이지만 중국 민족문화산업 보호, 중국 연예인 활동 활성화를 명분으로 이미 그 효력이 발휘되고 있다. 우선 중국은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해 외국계 기업 중 유일하게 세무조사와 위생 점검 등을 실시하면서 보복 조치를 취했다. 결국 롯데그룹은 중국 내 광고를 중단한 상태며 홈쇼핑 매각에 나서는 등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한국 유명 연예인들이 중국 시장에서 하차하고 있으며 면세점 등 유통업계가 타격을 입고 있다. 이 밖에 최근에는 국내 격투기계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격투기 대회서 한국 선수들 꺼린다”

‘금한령(禁韓令)’은 있지만 ‘금일령(禁日令)’은 없다?

지난 11월 금한령이 알려질 당시만 해도 격투기계는 영향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중국 격투기 대회에 한국 선수들의 출전도 계속됐다. 하지만 국내 사드배치를 공식 발표함에 이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까지 체결되면서 격투기 선수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

최근 중국의 한 대형 격투기 단체에서 한국 선수들의 출전을 요청해 총 3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 준비를 해왔다. 이들은 오는 30일 예정된 대회를 바라보며 국내에서 훈련하면서 출국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일방적 금한령으로 인해 이들의 출국은 취소됐다.

출국 앞두고

한국 선수 받지 말라 통보

홍콩과 중국에서 격투기 에이전트를 하며 한국 격투기 선수들의 중국 진출을 돕던 김송환(가명)씨는 지난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선수들을 다 구해놨더니 한국 선수 받지 말라고 통보가 왔다”며 “사드 언제쯤 풀리려나”라는 글을 남겼다.

또 김 씨는 “중국 격투기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을 꺼리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 선수들의 중국 대회 출전은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 2014년 시진핑 주석의 체육 활성화 지침에 따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종 종합격투기 대회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를 능가할 격투기 대회 창설을 준비해 왔다.

반면 한국에서는 신생 격투기 단체 ‘WKA ASIA’(중국 정식기구인 WKA와는 무관)를 통해 WFC(WORLD Fighting Championship·이하 WORLD FC)’를 창설했고 지난 7일 제주신라호텔에서 발대식을 가졌다. WORLD FC는 쿵푸를 바탕으로하며 아시아 최대 격투 대전을 목표로 탄생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한국에 총본부를 두고 중국의 북경과 상해 그리고 일본까지 지부를 두어 오는 17일 상해지부에서 중국 발대식과 함께 시범경기에 돌입한다.

윤국주 WKA ASIA 상하이지부 사무총장은 WORLD FC 발대식에서 “중국과 한국은 사드 배치로 여러 분야에서 민감하다. 특히 한국 연예계의 중국 TV 프로그램 참여는 완전히 불가능해졌다”며 “우리는 이미 SMG(상해둥팡미디어그룹)와 중국 최대 스포츠 전문 채널 CCTV-5와도 계약을 맺었다. WORLD FC에서 한국 선수들의 출전은 중국 중계방송을 통해 중국 전역에 퍼질 것”이라며 금한령 탈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조선족으로 한국이나 중국의 입장으로써 금한령 탈출을 주장할 명분이 없어보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금한령’, ‘한한령’을 계기로 ‘제2의 중화’를 꿈꾸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다. ‘중화(中華)’란 세계 문명의 중심이라는 뜻으로 중국 사람들이 자기 나라를 자랑하며 부르는 말이다.

WORLD FC 창설

한국 선수들 쿵푸진출?

종합격투기 전문가 고상현(가명)씨는 “현재 한국에서 많은 유망 선수들을 배출하고 있는 종합격투기 단체 ‘로드 FC’가 중국 진출 이후 성행 중인 이 시점에 WORLD FC의 등장이 달갑지만은 않다. 특히 WORLD FC 측의 ‘금한령 탈출을 돕는다’는 것은 한국 이종격투기 선수들의 분야를 쿵푸 쪽으로 돌리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며 “한국 격투기계가 현재 대회를 중국과 공동 개최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 선수들의 중국대회 진출 불가 사건은 앞으로 대회 개최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한국 격투기 대회가 중국 대형 기업을 스폰서로 두는 경우도 있는데 금한령으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금한령 ‘직격탄’ 맞는 한국

일본 만화영화는 성행

‘금한령’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입는 피해는 커가고 있는 가운데 ‘금일령’ 분위기는 없다. 현재 중국 공영 및 위성방송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 한국 연예인이 사실상 퇴출당한 상태다. 중국 내 영화관에서도 한국 영화를 걸 수 없는 상황인 상황이다. 하지만 일본 문화에 대한 제재는 없다.

지난 2일 중국에 개봉된 신카이 마코도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개봉 첫날 224만 명을 동원하며 중국의 2D 애니메이션 역대 개봉일 흥행 기록을 갈아엎었다. 중국에 수입된 전체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역대 2위의 개봉일 흥행 기록이다.

개봉 첫 주말 예매자도 5천500만 명에 달해 중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다 기록을 넘었다. 동시에 중국 언론 각종 매체에서 이 애니메이션에 대해 최고 평점을 주며 일본 애니메이션을 극찬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중국 연예 관련 업체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중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다 갑자기 사드 문제로 대립하며 연예 산업이 급격한 타격을 입었다”며 “일본의 경우 중국과 대립 역사가 오래됐고 영유권 문제나 사드 배치 등이 본격화될 경우 한국 못지않은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