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시키고 도우미 불러 놀고 난 뒤 ‘불법 영업’ 신고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현숙이노래주점, 디바노래타운, 채플린노래방 등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노래방 상호다. 서울시내 일부 노래방은 ‘보도방’이라 불리는 곳에서 ‘여성 도우미’를 공급받는다. 노래방 도우미 알선·고용은 엄연한 불법행위다. 하지만 지인들과의 친목도모, 직장 회식차 노래방을 찾은 손님들은 암암리에 여성 도우미를 불러 유흥을 즐기고 있다. 때때로 성적인 접촉까지 있어 많은 사건·사고들이 발생한다. 특히 대두되는 문제가 도우미를 부른 손님은 불법서비스를 이용했음에도 처벌받지 않으면서 업주와 도우미만 처벌받는다는 ‘이상한’ 법 구조다. 이처럼 불법 서비스 제공자만 처벌하고 구매자는 처벌에서 비켜가고 있어 형평성 제고를 지적받고 있다.

노래방 도우미 알선·고용 불법이지만 버젓이 성업 중

변두리 노래방은 매달 적자, 술·도우미 제공할 수밖에

김정재(가명)씨는 지난해 직장 상사들과의 회식자리에서 노래방 도우미를 불러서 놀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김 씨와 동료들은 현장에서 적발돼 일단 도우미와 함께 경찰서로 연행됐지만 훈방 조치로 ‘아무 일’ 없이 귀가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 현행 법규상 노래방 도우미를 부른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우미는 음악산업진흥에 관한법률에 의해 노래방 업주와 함께 처벌을 받는다.

이른바 보도방 한 곳에 고용된 여성의 수는 적게는 5~8명, 많게는 30여 명에 이른다. 도우미 비용은 시간당 2만~3만 원선이다. 한번 접대하면 보통 4~5시간씩 손님과 함께 보내기 때문에 회당 12만 원 정도를 받는다. 그중 보도방 업주가 4분의 1정도를 가져간다. 보도방에서 도우미를 공급받은 노래방 업주도 일부 금액을 수수료 형태로 챙긴다.

현행 법규상

손님 처벌 안 받아

노래방도우미 고용에 관한 법규인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2조(노래연습장업자의 준수사항 등)’에 따르면 ‘노래연습장업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지켜야 한다. 접대부(남녀를 불문한다)를 고용·알선하거나 호객행위를 하지 아니할 것. 또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의 규정에 따른 성매매 등의 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알선·제공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할 것’이라 적시했다. 이의 위반 시 노래방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법규는 노래방 업주와 도우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도우미를 이용한 손님은 해당되지 않아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 경기 군포경찰서는 여성 업주가 운영하는 노래연습장만 골라 술값을 갈취해온 혐의(공갈 등)로 정모(41)씨를 구속했다.

정 씨는 2015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지속적으로 안양·군포·의왕시 일대에서 여성 혼자 운영하는 노래연습장만 골라 술과 안주를 시켜 먹은 뒤 “불법영업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수법으로 총 6회에 걸쳐 140만 원을 갈취해온 혐의를 받았다.

온몸에 문신을 하고 조직폭력배 행세를 한 정 씨는 심야시간대 여성업주에게 “여성도우미와 주류를 제공한 불법영업을 신고해 영업정지를 시키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손님이 ‘불법 갑질’을 저지르더라도 업주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뉴시스>

“집에서만 안 걸리면

아무 문제 없어”

도우미를 불렀다가 경찰에 적발된 김정재 씨는 “노래방 도우미를 자주 부르는 편은 아니지만 직장 상사들과 동행 시 스트레스를 풀겠다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노래방 도우미를 부르고 심지어 2차까지 갔다면 외도를 이유로 이혼 소송을 당할 수 있다”며 “하지만 경찰에게 적발돼도 우리에겐 많은 것을 물어보지 않는다. 간단한 인적사항·사건경위서만 작성하고 훈방조치 하기 때문에 집에서만 안 걸리면 아무 문제가 없다. 불법행위임에도 실제로는 합법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현재 노래방을 운영 중인 이주석(가명)씨는 “상권이 좋은 노래방의 경우 노래방 이용요금으로도 충분히 매출이 나와 먹고 살 수 있지만 변두리나 외진 곳에 있는 노래방들은 대부분 매달 적자”라며 “학생들은 대부분 중심지에 있는 노래방을 이용하고 젊은 성인이나 직장인들은 변두리 쪽 노래방은 잘 방문하려 하지 않는다. 고객층 자체가 40~50대 남자 손님이 대부분이다 보니 술과 도우미를 찾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노래방 이용요금으로 돈벌이가 안 되기 때문에 결국 술과 도우미 장사로 건물세·전기료·생활비 등을 마련한다. 현행 법상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손을 뻗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며 “주류 판매 및 제공은 영업정지 10일에 2차 위반부터 더더욱 늘어난다. 또 도우미 알선행위 자체는 주류 판매보다 더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게 사실이다”고 전했다.

불법 아는 손님

계산할 때 태도 돌변

이 씨는 노래방을 합법적으로 운영 중인 지인이 손님에게 겪은 부당사례에 대해 털어놓았다. 청소년이 자주 드나드는 노래방이라 주류와 도우미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지했다. 하지만 일부 손님들이 ‘왜 안 되냐’고 따져 결국 보도방에 전화한 뒤 술까지 직접 사와 제공했다. 비로소 손님들이 진상을 부리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계산 할 때가 되니 태도가 급변했다. 남은 술을 반납한다는 둥 이용 시간을 남기고 나왔으니 할인해 달라며 손님들이 딴지걸기 시작했다. 서로 언성이 높아지자 불렀던 도우미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환불 요구까지 했다. 기존에는 합법적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에 이런 경우를 처음 겪었고 불법행위에 대한 두려움으로 손님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를 한 뒤 모든 비용을 할인해 줬다.

이 씨는 “현행법에 도우미를 알선·제공하는 업주와 도우미에 대한 처벌 규정은 있다. 하지만 손님은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를 알고 갑질하는 손님들이 늘었다”며 “손님에 대한 처벌 부분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노래방 도우미를 지속적으로 찾게 될 것이고, 수요와 공급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씨는 국가차원에서 노래방 내 불법행위를 규제하는 만큼 업주가 ‘불법 갑질’을 당하지 않도록 개선법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