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호(號)가 방향을 잃었다. 시민들은 촛불 저변에 더 큰 어둠의 마수(魔手)가 깔려 있는 사실을 잊은 채 토요일마다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광장 안의 선동꾼들에게 합리적 이성을 헌납한 채 군중심리에 함몰돼가는 형국이다. 국회는 대의정치를 포기한 지 오래다. 여야 모두 제도권 정치는 내팽개치고 오로지 ‘광장정치’ ‘촛불정치’만 쫓고 있다.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 조직인 통진당 세력은 이성 잃은 최순실 사태에 편승해 부활을 꾀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광우병 파동’에서 국가적 혼란 상태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 광장 안의 선동꾼들은 어린 학생들을 선두에 세웠다. 좌파 언론들은 “이것이 민심”이라며 대형 포털을 통해 일반인들의 참여를 부추기는 여론전을 펼쳤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거짓선동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시민들은 촛불집회가 시민들의 자발적 형성보다는 보수정권 이념을 반대하는 집단에 의해 조종당해온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국회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국회가 원하는 대로 총리 추천을 해달라고 해도 싫다 했고, 하야를 결심한 대통령이 임기단축 일정을 의논해달라는 제안에도 손을 놓았다. 이른바 ‘촛불민심’에만 눈치를 보는 행태를 보였다. ‘촛불민심’이 대통령의 하야라고 믿는다면 그것을 어떻게 제도권 안에서 담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살 길 찾아 좌고우면(左顧右眄) 조령모개(朝令暮改)하기에 분주했다. 국감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우수의원’ 표창이나 하는 ‘낯 뜨거운’ 짓이나 하고 있는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만 세비(歲費)가 아까울 따름이다. 
야당의 유력 대권주자는 시위대의 촛불을 ‘횃불’, ‘들불’로 키워야 한다며 위기 조장과 선동정치에 목숨 걸고 있다. 흥분한 민심을 바탕으로 4월 전 조기 대선을 관철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기위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통령을 하루 빨리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한다는 초조감이 배어있다. 박 대통령의 위기와 함께 갈 길을 잃어버린 보수의 빈틈을 파고들자면 더 빨리 정신없이 밀어붙여야 된다는 생각 외에는 더 생각할 게 없는 것 같다.
임기단축을 논의해달라는 대통령 제안에 국회는 탄핵안 발의로 화답했다. “그럼 탄핵 절차 받겠다”고 한 대통령을 향해서는 파렴치하다고 몰아붙인다. 탄핵표결 후 국정혼란 수습로드맵 구상도 없다. 막무가내로 하야 압박만 하고 있다.
통진당 잔재 세력들은 최근 광화문 주변에 이석기 전 의원과 이정희 전 대표,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 사진이 들어간 플래카드를 내걸기 시작했다. “때는 이 때다”하고 들고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은 이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 이들의 부활을 묵인이라도 할 태세다. 대한민국의 소중한 가치마저 버리려는 것인가. 대한민국호(號)가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한국인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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