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데이트 - 영화 <6년째 연애중>의 김하늘


MBC드라마 <90일, 사랑할 시간> 이후 1년여 간 휴식을 취했던 김하늘이 돌아왔다. 영화 <6년째 연애 중>을 들고 온 것이다. 극중 김하늘은 동갑내기 남자친구와 6년째 연애 중인 29살 여성으로 분한다. 실제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역할을 맡아서일까. 멜로와 코믹장르를 넘나들며 다소 과장된 연기를 보여줬던 김하늘은 한결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스크린을 누빈다.

하룻밤 사랑도 가능한 스피드시대. 여기 ‘6년 연애’란 기록을 세운 29살 동갑내기 커플이 있다.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출판기획자 다진(김하늘)과 잘 나가는 홈쇼핑PD 재영(윤계상)이 그 주인공.

눈빛만 봐도 상대방 기분을 알고 좋아하는 체위까지 파악하고 있는 이들은 반 동거에 가까운 연애를 즐긴다. 하지만 완벽한 궁합을 자랑하던 다진과 재영 앞에 설렘을 느끼게 하는 이성이 나타나면서 위기가 찾아온다.

오래된 커플의 리얼한 연애담을 다룬 <6년째 연애 중>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김하늘은 ‘다진’ 캐릭터에 깊이 공감했다. 자신과 나이도, 감성도 비슷한 다진이 처한 상황을 보며 배우 김하늘이 아닌 ‘자연인 김하늘’이라면 어떻게 했을 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촬영하는 동안에도 다진에게 자신의 생각을 최대한 덧입히기 위해 애썼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 <그녀를 믿지 마세요> <청춘만화> 등에서 코믹하거나 오버하는 캐릭터를 맡아 다소 과장된 연기를 했던 김하늘은 이번 영화에서 한결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연기도, 인물도 현실에 발을 붙인 듯 편안하다. 김하늘 스스로도 만족하는 눈치다.

“지금까지는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주로 맡아 인물에 맞는 감정을 생각하면서 연기했지만 이번엔 달랐어요. 다진에게 제 생각을 많이 투영했죠. 덕분에 제 또래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온 것 같아요.”

연인보다 가족에 가까운 다진과 재영의 관계를 보다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데는 상대배우 윤계상의 도움이 컸다.

극중에선 물론 실제로도 동갑내기인 윤계상은 현장에서 누구보다 세심하게 김하늘을 챙겼다.

물론 처음부터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던 건 아니다. 김하늘과 윤계상 모두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촬영 초반엔 어색함이 감돌았다. 더욱이 그룹 G.O.D 멤버로 활동했던 윤계상은 연기경험이 많지 않았고 군 제대 후 첫 영화촬영이었다.

김하늘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6년차 커플을 그려나가지’란 고민까지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걱정은 사라졌다. ‘의외로’ 뛰어난 유머감각과 깊은 배려심을 가진 윤계상 덕분에 웃으면서 촬영할 수 있었고 연기 호흡도 자연스러워졌다. 인터넷에 공개된 영화스틸 속 두 사람 모습이 너무 다정해 열애설이 났을 정도. 그렇게 동갑내기 동료배우 김하늘과 윤계상은 친구가 됐다.

“현장에서 계상씨 한테 특히 고마웠던 점이 많아요. 제가 감정기복이 심한 편인데 계상씨가 친구처럼 잘 챙겨줬거든요. 특히 밥을 못 먹으면 기운이 없고 우울해지는데 그때마다 어떻게 알고 바로바로 먹을 걸 갖다 주더라고요.(웃음) 그런 부분에 대해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고 지금은 좋은 친구가 됐어요.”

베드신에서도 김하늘과 윤계상의 친분은 빛(?)을 발했다. 윤계상 말을 빌리자면 베드신은 없었고 쇼파신과 자동차신이 있었다는 것. 두 사람 다 따로 준비를 하기보단 더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 촬영 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작품과 캐릭터를 만난 탓일까? 속내를 잘 보여줄 것 같지 않은 새침한 이미지의 김하늘을 실제 연애담도 망설임 없이 털어놨다.

‘연애를 자주 하느냐’는 질문에 “다진처럼 길게 하는 편”이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직업이 연예인이다 보니 (연인을) 자주 볼 수 없고 만날 장소도 마땅치 않아 애틋한 감정이 더 커졌던 것 같아요. 연애를 자주 해야 하지 않느냐는 분들도 있는데 멜로연기를 하면서 간접경험을 하니까 괜찮아요.(웃음)”

이별과 관련해서도 “특별히 차거나 차인 기억은 없다. 합의아래 헤어진 것 같다”는 김하늘은 <6년째 연애 중>을 통해 달라진 연애관도 살짝 들려줬다. 초반엔 애인이 있는 다정과 재영이 다른 이성에게 눈길을 주는 설정을 이해할 수 없어 박현진 감독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는데 촬영하다보니 이해가 가더라는 것.

“영화에서 오래된 남자친구 재영은 다진에게 무척 소홀한데 새로 나타난 킹카는 다진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자상하게 챙겨줘요. 그런 상황이라면 저라도 현재 애인이 사랑인지 그 킹카가 사랑인지 고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오랜만에 만난 공감 가는 캐릭터를 자연스러운 몸짓과 말투 속에 담아낸 12년차 배우 김하늘. 그녀에게서 새로운 가능성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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