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 영화 <더 게임>의 이혜영


강렬한 매력의 영화배우 이혜영이 <더 게임>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 이후 6년 만이다. 그 사이 몇몇 드라마에 어머니로 출연했던 이혜영은 <더 게임>에서 다시 한 번 팜므파탈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많은 분량이 편집 당했다”며 아쉬운 표정을 짓는 이혜영. 하지만 카리스마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가히 ‘원조 팜므파탈’이다.

이혜영은 한국 연예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배우다. 대다수 여배우들이 청순가련한 역할을 좋아하던 1980~1990년대. 이혜영은 당당하고 도발적인 이미지로 인기를 누렸다. ‘원조 팜므파탈’이란 별명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날카로운 눈매와 하이톤의 똑 부러지는 말투 덕에 강한 이미지는 더욱 뿌리내렸다. 스스로 “개성 있고 강한 성격을 지녔다”고 말하는 이혜영도 평범치 않은 캐릭터들을 즐겼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는 법. ‘도발적인 여자’의 대명사였던 이혜영은 2002년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 이후 <패션 70’s>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의 드라마에 ‘어머니’로 출연했다. 평범한 어머니는 아니었지만 특유의 팜므파탈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 그녀가 31일 개봉하는 영화 <더 게임>에서 다시 한 번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30억원을 건 금융권 재벌 강노식 회장(변희봉)과 자신의 몸을 건 가난한 화가 민희도(신하균)의 숨 막히는 대결을 그린 <더 게임>에서 이혜영은 강회장의 아내 ‘이혜린’으로 나온다.

돈 때문에 나이 차이가 많은 강회장과 결혼했다 버림받은 이혜린은 욕망을 이루기 위해 강회장에게 몸을 빼앗긴 민희도를 적극 돕는다.

사실 극중 이혜린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영화는 강회장과 민희도가 벌이는 단 한 번의 게임, 뇌를 바꾼 뒤 두 사람이 겪는 혼란에 초점이 모아진다. 하지만 이혜영에겐 많지 않은 분량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왔다. 작품을 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연기,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혜영은 “이번 작품에서 다양한 시도를 꾀했다. 오랜만에 마음껏 나를 표현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다. 어머니를 벗어나 다시금 당당한 여성을 연기하고 싶었던 이혜영에게 ‘이혜린’은 안성맞춤의 역할이었다.

“어머니 역이 나쁜 건 아니지만 어떤 굴레에도 갇히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독립적인 여성이 욕심났다. 마침 그때 <더 게임> 시나리오를 받았다. 한 눈에 이혜린이 내 역할이라고 느꼈고 윤인호 감독도 같은 말을 해 출연하게 됐다.”

욕심과 기대를 머금고 시작한 촬영은 변희봉, 신하균, 손현주 등 함께 한 배우들 덕에 더욱 의미 있었다. ‘연기파 배우’로 통하는 이들 틈에서 이혜영은 보다 과감하고 안정적인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다들 너무 뛰어난 배우들이다. 그 분들과 함께 해서 내가 더 돋보인 것 같다”는 말은 인사치례가 아니다.

과정은 행복했으나 결과는 아쉽다. 출연 내용 중 상당부분이 ‘잘린’ 탓이다. 윤인호 감독 말을 빌리면 강회장과 민희도의 대결에 초점을 맞추고 상영시간을 고려하느라 본의 아니게 이혜영이 희생됐다. <더 게임> 시사회에서 “편집과정에서 영화를 안 보여줘 의심했는데 내 분량이 너무 많이 편집됐다. 감독에게 이유를 물어봐야겠다”는 말로 섭섭한 마음을 나타내기도 했던 이혜영.

하지만 섭섭함은 크지 않은 듯하다. 연기경력 25년의 베테랑이자 뒤끝 없는 성격의 소유자답게 이혜영은 금세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잃지 않은 윤인호 감독을 칭찬하기까지 했다.

“<아홉 살 인생> <미요네즈> 등의 전작에서 알 수 있듯 윤인호 감독은 흥미가 아닌 이야기의 감정을 충실하게 쫓아간다. 이번에도 그런 점을 놓치지 않아서 ‘역시 윤 감독이다’ 싶었다. 영화자제는 무척 재미있다. 남자배우들 연기가 좋아서 더 즐겁게 봤다.”

분량은 적어졌지만 영화 속의 이혜영 매력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많지 않은 장면에 등장함에도 인간의 욕망을 단번에 보여주는 이혜린을 통해 ‘원조 팜므파탈’ 이혜영의 카리스마를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다. 눈빛, 말투, 손끝에까지 어려 있는 도도함과 당당함은 이혜영이 왜 특별한 배우인지를 잘 설명해준다.

연기열정을 되살려줬다는 점에서 <더 게임>은 이혜영에게 더욱 특별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는 크게 연기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는 이혜영은 <더 게임>을 통해 보다 활발한 활동을 계획하게 됐다.

“사실 <더 게임> 전까진 작품이나 연기욕심이 크지 않았다. 과거엔 너무 어려서 잘 몰랐던 것 같고 최근엔 아이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낳았으니 길러야 하지 않겠나.(웃음) 이번 영화를 계기로 내 매력을 내보일 수 있는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는 욕심과 바람이 생겼다.”

그 어떤 베테랑 배우도 긴장한다는 기자시사회 포토타임에서 섹시댄스를 출 정도의 배짱을 가진 이혜영. 그녀의 도발적인 에너지와 독특함이 다음엔 어떤 작품에서 폭발할 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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