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이시연, 스타 될까?


‘그녀’가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성전환수술을 통해 남자에서 여자로 거듭난 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시연(본명=이대학·29)이 그간의 심경을 고백하는 자리를 가졌다. 물론 본격적인 연예활동도 예고했다. 하리수에 이어 또 한명의 ‘트랜스젠더 스타’가 탄생할 수 있을 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져 있다.


“여러 차례 자살기도…”

“여자로 살 수 있어 행복해요.”

지난 1월 22일 서울 청담동의 클럽 ‘서클’에 운집한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이시연은 밝게 웃었다. 긴 생머리에 고운 얼굴 선, 가녀린 몸매의 이시연은 의심할 여지없는 ‘여자’였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녀는 엄연한 ‘남자’였다.

‘이대학’이란 이름의 모델 겸 배우로 활동했던 이시연은 지난 해 초 성전환수술을 받았다. 성 정체성 고민으로 여러 번 자살기도를 한 끝에 ‘죽을 바엔 되고 싶은 여자나 돼보자’란 생각이 들었던 것. 중학교 시절 여자에게 관심이 생기지 않는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사실을 안 이시연은 대학에 와 화장을 하고 여자 옷을 입으며 행복을 느꼈다.

하지만 연예계 데뷔 뒤 ‘꽃미남 스타일’을 강요받으면서 다시금 혼란에 빠졌다. 가면을 쓰고 있다고 느꼈고 고민 끝에 ‘성적 소수자’의 길을 선택했다. 수술결심을 가장 먼저 알리고 수술 뒤 한 달 여 동안 힘든 병간호를 해준 사람은 어머니였다.

‘큰 딸’로 불러주는 어머니의 응원을 받으며 새 삶을 시작했지만 쉽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은 싸늘했고 일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그 무렵 <색즉시공2> 출연제의가 들어왔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떠나려던 연예계로 돌아왔다.

지옥 같은 시간 끝에 진정한 자신을 찾았다는 이시연은 “이달 말이나 2월 초 법적으로도 여자가 된다”면서 ‘완전한’ 제2의 삶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평범한 여성이 되고 싶고 자신과 같은 성적소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제2의 하리수’ 가능?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심경과 함께 활동계획을 밝힌 이시연. 때문에 현재 연예계의 관심은 그녀의 성공여부에 모아져있다. 이시연 스스로 “내 꿈”이라고 밝힌 하리수처럼 ‘트랜스젠더 스타’가 될 수 있겠냐는 것. 연예관계자들은 성공과 실패 가능성을 반반으로 점친다.

이시연의 성공에 힘을 실어주는 이들은 안정적인 출발에 주목한다. 대다수 트랜스젠더는 연예계 정식데뷔 자체가 힘들다. 끼를 가진 이들은 많지만 튼튼한 소속사를 만나 활동기회를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반면 이시연은 성전환수술 뒤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며 본격적인 연예활동 시작을 알렸다. 이시연이란 이름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성전환수술 전 모델, 배우 등으로 활동한 경력을 잘 살린다면 승산이 있다고 연예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드라마보다 영화는 배역 폭이 넓고 개방적이다”며 “영화출연 경험이 있고 이시연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개성 있는 배역을 맡아 활동한다면 성공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굳이 연기가 아니라도 MC, 패션 등 다방면으로 진출이 가능하
다고 생각 한다”고 전했다.

날로 활성화되는 케이블방송의 자체제작 드라마도 이시연이 인기를 얻을 수 있는 통로로 꼽히고 있다.

탤런트매니저는 “케이블드라마는 지상파보다 규제가 덜하고 소재도 다양해 이시연이 부담 없이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을 것 같다. 드라마 외에 오락프로그램 출연이나 MC 등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편견의 벽 여전해”

반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은 여전히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의 벽이 높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아무리 연예계가 개방적이라도 성적 소수자들이 설 자리는 좁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멤버전원이 트랜스젠더로 이뤄져 화제를 모았던 그룹 ‘레이디’를 비롯해 대다수 트랜스젠더 연예인이 스타로 발돋움하지 못하고 활동을 접었다. “대중적 인기를 얻은 하리수가 특별한 사례”란 말까지 나왔다.

드라마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안티가 많은 연예인도 계속 방송에 출연하면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며 “하지만 트랜스젠더 연예인들은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아 데뷔 뒤 금방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트랜스젠더란 점이 활동 폭을 좁게 만들고 안티를 대거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시연의 실패를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다. 연기를 해도 맡을 수 있는 역할이 한정돼 있어 다양한 변신이 쉽지 않다는 것.

한 연예 관계자는 “이시연은 남자일 때 활동했기 때문에 그 때 이미지를 완전히 지우기가 쉽잖을 것이다. 성전환 수술 뒤 데뷔한 하리수도 남성적 이미지로 네티즌들 공격을 받는데 이시연은 더 힘들지 않겠느냐”고 부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새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선 이시연. ‘그녀’의 앞날은 모든 게 불투명하다. 연예관계자들의 말대로 성공과 실패 가능성은 반반이다. 어쩌면 불안한 요소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녀보다 먼저 ‘성적 소수자 연예인’의 길을 걸은 하리수의 조언대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끝없이 노력하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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