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선행의 ‘빛과 그림자’


연예인들의 선행이 줄을 잇고 있다. 각종 사회문제와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연예인의 선행은 더욱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를 곱게 보지 않는다. “이미지 관리용”이라며 비난을 가한다. 일부 연예인들의 ‘진정성이 결여된 선행’ 때문이다. 물론 선행을 하지 않으면 더 큰 질책을 받는다. 좋은 일을 해도, 안 해도 욕먹는 것이다. 연예인들의 선행을 둘러싼 논란, 그 원인과 상황을 충남 태안 봉사활동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다양한 선행에 ‘감동’

연예인들은 팬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사회에 되돌린다. ‘선행’이란 방법을 통해서다. 물질적 기부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연예인들의 선행이 다양해지고 있다.

탤런트 최강희는 지난 해 말 남몰래 백혈병환자에게 골수를 기증을 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일면식도 없는 이를 위해 백혈구 면역치료까지 받아 골수기증을 했다는 점에서 감동은 더욱 컸다. 그녀는 2007년 한해에만 30번의 헌혈을 하기도 했다. 가수 김장훈은 지난 9년간 30억원을 기부하며 ‘나누는 삶’을 실천했다.

개그맨 박수홍과 MC 정은아는 최근 ‘목소리 기부’란 새 형태의 기부문화를 선보였다. 유명인들의 목소리를 기부 받아 나레이션 더빙을 하고 이를 후원금으로 쓰는 S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무지개>에 참여한 것.

정준호가 부회장으로 있는 연예인 봉사모임 ‘따사모(따뜻한 사람들의 모임)’는 다양하고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펼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도 수익금 일부의 기부나 각종 복지단체 홍보대사활동 등 연예인들의 선행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서해안과 어민들의 가슴을 검게 물들인 태안반도 원유 유출사고 현장에서도 연예인들의 선행은 꽃을 피웠다.

소속사에도 알리지 않고 자원봉사를 간 박진희를 비롯해 송일국, 김제동, 심은진, 김원희, 유준상, 김강우, 이진 등 많은 스타들이 기름덩어리 제거에 팔을 걷어붙였다. SBS 오락프로그램 <라인업>은 이경규, 김구라, 김용만 등 전 출연진이 방제작업을 벌였고 이를 방송으로 내보냈다. ‘욘사마’ 배용준은 3억2000만원을 태안지역주민 돕기 성금으로 기탁했다. 비는 아버지, 소속사 직원들과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물론 3억원 상당의 방한복과 식수도 기증했다.


소외 이웃 관심 불러 눈길

이런 연예인들의 선행은 소외된 이웃과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 모으고 대중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지난 달 15일 태안의 오염실태를 담은 <라인업>이 방송된 뒤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엔 ‘사태의 심각성을 실감했다’는 소감과 ‘태안으로 봉사활동 가자’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사회면에서 다뤄지던 태안반도사태가 연예면까지 장식하며 관심을 모았던 것.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따라 태안 돕기에 나선 팬들도 적잖았다. 배용준 팬들은 지난 해 12월 두 차례 1천만원 상당의 성금을, 비 팬클럽 ‘비나무’도 최근 정성껏 모은 성금을 태안에 보냈다. 가수 바다 팬클럽회원 100명은 바다와 함께 타르를 제거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태안군 관계자는 “연예인들의 봉사활동으로 태안반도오염의 심각성이 밖으로 더욱 크게 알려졌고 도움의 손길도 많아졌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선행을 모든 사람이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건 아니다. 일각에선 “이미지 관리를 위한 쇼”라며 비난을 퍼붓는다.

태안에서 봉사활동을 펼친 연예인들 관련기사에도 적잖은 악플들이 달렸다. “굳이 기사를 통해 봉사활동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느냐”는 것. <라인업>의 경우 태안의 심각성을 세간에 알렸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더불어 “태안반도사건을 시청률 올리기에 이용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특히 <라인업>은 봉사활동 때 제작진이 일반인 자원봉사자들을 함부로 대하고 일부 출연진이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짜증을 냈다는 요지의 글이 인터넷에 돌아 논란에 휩싸였다.


복귀 수순으로 비치기도

대중이 연예인들의 선행을 삐딱하게 보는 건 ‘생색용 선행’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과거 일부 연예인은 연말연시를 비롯한 특정시즌에 취재진을 대동하고 봉사활동에 나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물의를 빚어 활동을 멈춘 연예인들 중 일부가 복귀를 앞두고 봉사활동 하는 모습을 공개하면서 연예인들의 선행에 대한 색안경은 더욱 두꺼워졌다. 사실 여부를 떠나 대중에겐 선행이 연예계 복귀수순으로 비쳐진 탓이다. 2001년 불미스러운 일로 연예계를 떠났던 황수정의 경우 2004년 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 하는 모습을 공개하고 기자회견까지 열어 ‘복귀 시도 아니냐’는 빈축과 의혹을 사기까지 했다.

김지현(여·29)씨는 “문제가 있었던 연예인들이 복귀할 무렵엔 늘 봉사활동하고 지냈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순수하게 생각하기 힘들다”면서 “선행이 망가진 이미지를 추스르기 위한 방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예계에선 선행이 ‘이미지 만들기’의 한 방법으로 손꼽힌다.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될수록 호감을 얻는 연예인에게 남을 돕고 부를 나누는 선행만큼 좋은 홍보방법은 없다는 것. 탤런트 매니저 A씨는 “호감 가는 이미지를 만드는데 봉사활동이나 기부는 상당히 효과적이다”면서 “특히 각종 사건사고로 이미지가 망가진 연예인들에게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봉사 참뜻 알고 동참 늘어

하지만 모든 연예인들의 선행을 진심 없는 ‘쇼’로 보는 건 옳지 않다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들에 따르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기부나 봉사활동을 하는 연예인은 점점 줄고 있다. 과거만큼 선행을 통한 홍보효과가 크지 않고 자칫 잘못하면 비난만 받을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뭣보다 봉사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동참하려는 연예인들이 느는 추세다.

가수매니저 B씨는 “예전엔 목적 있는 선행도 있었지만 요즘은 봉사활동과 기부의 필요성에 공감, 동참하는 연예인들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남몰래 좋은 일을 하려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전했다.

아쉽게도 연예인들의 ‘몰래 선행’은 대부분 불발로 끝났다. 스타가 제 아무리 숨기려 해도 주변사람들을 통해 알려지기 일쑤다. 도움을 받은 사람이나 단체가 홍보를 위해, 혹은 고마운 마음에 선행을 공개하기도 한다. 이렇게 선행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연예인은 ‘이미지 관리용 아니냐’는 의혹을 받게 된다.

최근 태안에서 자원 봉사한 사실과 함께 사진까지 공개돼 ‘보여주기 선행’ 논란을 빚은 비도 마찬가지다. 비는 봉사사실을 숨기려 했지만 태안군 요청으로 사진을 찍었다. 태안군 관계자는 “태안주민 한명이 인터넷에 비 봉사활동사진을 태안군청 이름으로 공개했다. 이왕 세간에 알려진 건 우리가 찍은 사진을 주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 비 쪽의 양해를 얻어 언론사에 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설렁설렁 일하는 연예인도 있었지만 비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대부분 밥을 먹고 나면 돌아가는데 비는 ‘식사하고 빨리 가서 일하자’며 직원들을 재촉하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사진 속 비의 옷과 고무장갑이 지나치게 깨끗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날 날씨가 너무 추워서 타르가 얼어붙었고, 비 일행이 비교적 오염이 심하지 않은 곳에서 봉사활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태안군 관계자는 “연예인 봉사활동에 대한 평가는 자유지만 연예인들이 움직이면 국민적 관심이 커지는 건 사실이다. 아직 이곳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며 연예인 선행에 대한 지나친 비난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연예계 관계자는 “선행을 하면 연출이라고 비난하고, 안하면 안했다고 비난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좋은 일을 하고도 욕먹는 기분이라 마음이 썩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예관계자는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선행사실이 알려져도 악플에 시달리니까 일부 연예인들이 선행의욕을 잃는 것 같다. 조금만 긍정적으로 봐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을 흐리듯 많은 일부 연예인의 거짓봉사가 많은 스타들의 진심어린 선행까지 비난받게 만들고 있다. 생색내기 선행을 하는 연예인들에게 각성하란 말까지 하고 싶진 않다.

이미지를 위해서든, 인기를 위해서든 좋은 일을 하기로 했으면 ‘쇼’란 티가 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했다.

오늘날 대중들은 가짜에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그리고 봉사활동을 하는 자리엔 언제나 많은 눈들이 있다. 자칫 잘못하면 ‘불순한 목적’이 곧바로 들통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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