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데이트 - 가수 겸 탤런트 박지윤


정통무협드라마 <비천무>가 드디어 국내 방영을 시작했다. 완성된 지 3년 만이다. 이 드라마를 통해 박지윤도 오랜 공백을 깨고 팬들 곁에 돌아왔다. 그동안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박지윤은 “일 욕심이 많아졌다. 연기도, 음악도 더 열심히 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3월엔 7집 발매계획도 있다는 박지윤. 당분간 그녀의 스케줄엔 ‘쉼표’가 없을 듯하다.

2004년 초 ‘국내 최초 사전제작 드라마’를 표방한 <비천무>는 중국 올 로케이션 촬영을 떠났다. 김혜린의 동명 인기 만화 원작, 주진모와 박지윤 주연, 60억원의 제작비 등으로 화제를 모은 만큼 많은 사람들이 완성만하면 방송은 ‘따 놓은 당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2005년 드라마 제작은 끝났지만 각 방송사와의 판권계약은 틀어졌다. 3년간 표류하던 <비천무>는 지난 1일에서야 첫 전파를 탔다. 14부작 SBS 금요드라마로 편성돼서다. 중국, 대만 등에선 방영돼 호평을 받은 뒤였다.

<비천무> 국내 방송을 기다리며 박지윤은 “슬펐다”고 했다. 흔히 배우들이 ‘자식’에 비유할 정도로 소중한 출연작이 오랜 세월 빛을 보지 못했으니 그 심정이 오죽했을까.

“속상하기보단 슬펐어요. 배우들은 물론 전 스텝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해서 만든 작품을 국내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했으니까요.”

다행히 기다린 보람은 있다. 24편을 14편으로 편집, 속도감을 높였다. CG(컴퓨터 그래픽)과 더빙도 보완, 요즘 시청자들 입맛에 맞는 드라마로 거듭났다.

“시간이 흐른 만큼 더 다듬어졌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얻을 거라 생각한다”는 박지윤에게서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신현준, 김희선 주연의 영화 <비천무>와의 비교에도 당당하다. 이야기가 방대해 2시간짜리 영화보단 드라마에 더 적합하지 않겠냐는 것. 물론 자기 연기는 걱
정된단다.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이 보여서 ‘이대로 방영해도 괜찮나’ 싶었다고 할 정도다.

<비천무>는 중국 원나라를 배경으로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두 남녀의 사랑을 웅장한 화면과 현란한 무협액션 속에 담아낸다. 무공 비기 ‘비천신기’를 노리는 사람들에게 부모를 잃은 진하(주진모)는 원수의 딸임을 모르고 설리(박지윤)와 사랑에 빠진다. 주변의 방해로 이별한 두 사람은 오랜 세월이 흘러 가문의 원수로 재회하고 갈등 끝에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한다.

벌써 4년 전 일이지만 박지윤은 <비천무>에 관한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인간시장>을 끝낸 지 불과 3일 뒤 <비천무> 시나리오를 받은 박지윤은 그 자리에서 출연을 결정했다. 사극을 워낙 좋아하는데다 ‘설리’란 캐릭터에 끌렸기 때문이다.

“요즘 여성들에게선 잘 볼 수 없는,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사랑을 하는 설리가 아름다웠어요. 그 역할을 제가 할 수 있다는 게 기뻤고요. 다시 출연제의를 받아도 할 것 같아요.”

에피소드를 묻자 “공기가 맑아서 서울과 달리 밤하늘의 별이 잘 보였다”며 너스레를 떨지만 중국 오지에서의 촬영이 쉬웠을 리 만무하다.

변변한 화장실 하나 없는 ‘원초적 생활’을 견뎌야 했고 강도 높은 무술과 승마연습도 소화해야 했다. 더욱이 액션 신 촬영 중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일까? 박지윤은 다친 곳이 머리라는 짐작만 하게 할 뿐 구체적인 말은 아꼈다.

“아직도 비오면 머리가 가려워요.(웃음) 좀 많이 다쳤었어요. 한국에서 2주 정도 입원했는데 그것도 빨리 퇴원한 거예요. 촬영이 한 달 간 미뤄진 상태라 더 있을 수가 없었거든요.”

<비천무>방송을 기점으로 박지윤은 본격적인 연예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지난 4년 간 사진과 연기공부, 여행 등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기에 의욕이 넘친다. 무엇보다 과거엔 일에 치여 살았는데 이젠 자신이 주체가 돼 활동할 자신이 생겼단다.

“12살에 데뷔해 10년 간 쉼 없이 활동하면서 많이 지쳤었고 늘 끌려 다니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이젠 아니에요. 성인도 됐고 쉬면서 더 많이 성숙해진 것 같아요. 제가 주인이 돼서 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 욕심도 많아졌고요.(웃음).”

음악과 연기 중 차고 넘치는 열정을 먼저 발산할 곳은 음악이다. 오는 3월, 5년 만에 7집 앨범발매를 계획하고 있는 박지윤은 음반에도 한결 자유로워진 분위기를 담을 계획이다. 구체적인 콘셉트까지 밝힐 순 없지만 짜여 진 음악과 안무로 무대에 섰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스스로 즐길 수 있은 곡들을 선보인다.

물론 부담이 없는 건 아니다. 박진영이 프로듀서를 맡아 성공을 거둔 이전 음반들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음반제작과 발매에 더욱 신중을 기했다는 그녀다.

가요계 자체에 대한 불안도 없진 않다. 1998년 ‘하늘색 꿈’으로 가수에 데뷔, 한국 가요계의 황금기를 풍미했던 박지윤은 “요즘도 가요프로그램을 즐겨보는데 좀 슬프다. 예전 같은 열정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아이돌 스타의 길을 걸어봐서인지 원더걸스, 소녀시대 같은 어린 후배들에 대해서도 깊은 눈길을 보낸다.

“아이돌 스타들 보면 너무 귀엽고 예쁜데 어린 친구들이 바쁘게 활동하는 것 같아서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어린 나이에 데뷔하면 얻는 것도, 잃는 것도 많기 마련이죠.”

하는 것 자체로 행복한 ‘음악’과 더 해보고 싶은 욕심이 드는 ‘연기’. 두 가지 활동에 선을 긋고 싶지 않다는 박지윤의 왕성한 영역 넘나들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