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데이트 - 연기자 김효진

김효진

큰 눈 가득 발랄함을 머금고 ‘N세대 스타’로 사랑받았던 김효진. ‘만년소녀’일 것 같던 그녀가 한 남자의 아내, 한 집안의 며느리가 됐다. 지난 9일 첫 전파를 탄 SBS 주말드라마 <행복합니다>에서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일취월장, 괄목상대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김효진의 두 눈이 유난히 반짝인다. 그 얼굴이 행복해 보인다.

1990년대 말엔 김민희, 공효진, 신민아 등 잡지모델 출신 연기자들의 활약이 유난히 눈부셨다. ‘N세대 스타’로 불렸던 이들 중엔 김효진도 있었다. 쌍꺼풀 없는 큰 눈과 시원한 입매, 긴 팔다리가 매력적이었던 김효진은 <매직>, <그녀가 돌아왔다> 등의 드라마와 <누구나 비밀은 있다>, <생 날선생> 등의 영화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꾸준히 활동하다 지난 1년 반 동안 방송에서 모습을 감췄던 김효진이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대학졸업과 대학원 입학, 여행과 영화 <배꼽>촬영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은 SBS 주말드라마 <행복합니다>. <전원일기>, <엄마의 바다> 등을 집필한 김정수 작가와 <왕초>, <호텔리어> 등을 연출한 장용우 PD, 김용림, 이휘향, 길용우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행복합니다>는 김효진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전부터 김정수 선생님 작품을 하고 싶었고 장 감독님 연출력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어요. 연륜 있는 선배들과의 작업도 경험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출연제의가 와서 바로 결정했죠. 9개월 동안 한 캐릭터를 끌고 가는 것도 저에겐 큰 훈련이 될 것 같아요.”

재벌가 딸 ‘서윤’과 평범한 집안 아들 ‘준수’의 결혼으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통해 가족과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 이 드라마에서 김효진은 서윤을 연기한다. 당돌하면서도 배려심 많은 서윤은 부모의 재산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삶을 개척하려는 인물이다.

엄마(이휘향)의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입사동기인 준수(이훈)와 사내연애 후 결혼까지 한다.

여전히 하이틴잡지 표지를 장식할 것 같은 김효진이 한 남자의 아내, 한 집안의 며느리를 연기한다는 사실이 적잖이 놀랍지만 정작 본인은 담담하다. “아직 아기는 안 생겨서 다행이다”는 농담을 건넬 정도로 여유 있는 모습이다.

“예전엔 유부녀 역할에 대한 부담 같은 게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 안 해요. 제가 20대 중반이니까 어떻게 보면 결혼했을 수도 있는 나이잖아요. 시집살이 하는 연기가 처음이라 재미있기도 하고요.(웃음)”

작품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김효진은 <행복 합니다>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을 펼친다. 급성맹장수술 뒤 의사의 만류에도 곧바로 촬영에 합류, 이휘향에게 맞는 장면을 오랜 시간 촬영하기도 했다. “그땐 수술 직후라 많이 힘들었는데 촬영하고 나서는 만족감이 들더라”는 김효진에게서 다부진 배우의 면모가 느껴졌다.

현장분위기가 좋고 서윤과 실제 성격이 비슷해 연기하는 재미도 쏠쏠하단다. 독립적이고 삶은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김효진은 시나리오를 읽고 서윤이 ‘딱 나다’ 싶었단다. 그러면서도 “애정 많고 표현에 거침이 없는 서윤이 나보다 훨씬 낫다. 배울
게 많다”며 역할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상대배우 운도 좋다. 낯가림 심한 김효진에게 오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출 배우가 이훈이란 사실은 적지 않은 힘이 됐다. 같은 봉사단체에서 활동하며 친분을 쌓았기에 처음부터 편했고 11살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자연스런 키스신도 연출할 수 있었다.

“낯가림을 하는 편이라 잘 모르는 배우랑 초반에 친한 장면을 찍으면 어색한 게 보여요. 근데 훈이 오빠와는 워낙 편한 사이라 촬영 첫날부터 다정한 장면을 연출했는데도 자연스럽더라고요. 오빠 성격이 화끈하고 분위기메이커라 더 좋아요.(웃음)”

극중 도발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이훈을 적극적으로 리드하는 김효진. 영화배우 유지태와 1년 넘게 열애 중인 그녀는 ‘실제로도 그러냐’는 질문에 “아니다”며 얼굴을 붉혔다. 남자친구에 대해선 유난히 말을 아꼈지만 짧은 문장 속에도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다.

“지태 오빠가 드라마 열심히 하라고 격려는 해줬는데 다른 특별한 말을 하진 않았어요. 평소엔 시나리오를 공유해서 보고 얘기도 나눠요. 주로 제가 검사받는 입장이지만.(웃음)”

<행복합니다>의 성공을 누구보다 바라지만 무슨 일이든 너무 욕심 부리면 안 된다는 걸 알기에 김효진은 마음을 비웠다. 열심히 연기하고 결과를 기다릴 뿐이다. 높은 시청률을 얻는 것보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시청자들에게 전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더 행복하단다.

많은 고생을 했던 영화 <천년호>를 통해 카메라 앞에 서는 행복을 알았고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는 김효진은 배우로서의 목표도 세웠다. 신뢰감 주는 배우가 되는 것.

“연륜은 절대 무시 못 하는 것 같아요. 저도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더 좋아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브랜드를 보고 상품을 사듯 배우를 믿고 작품을 보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렇게 믿음을 주는, 신뢰 가는 배우가 됐으면 해요.”

쉽지 않은 목표란 걸 알지만 김효진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갈 길이 멀기에 더욱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한다”며 활짝 웃었다.

‘N세대 스타’에서 ‘좋은 배우’로 성장 중인 김효진의 미소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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