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못 속여’ 가족 스타 전성시대

류승범 · 류승완

<매트릭스>시리즈를 연출한 워쇼스키 형제, 여러 구설수에도 여전히 ‘팝의 황제’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마이클 잭슨과 자넷 잭슨, 최고의 청춘스타 올슨 자매. 해외에선 많은 형제자매 스타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 형제자매 연예인계보도 화려하다.

음악, 연기, 개그 등 다양한 장르에서 부모에게 물려받은 끼를 발산하고 있다. 그 활약상은 점점 더 눈부셔질 전망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를 외치며 연예계를 종횡무진 중인 형제자매연예인들을 살펴본다.


조한선-조한준, 영화 동반출연

‘동생이 형의 아역을 맡았다?’

최근 조한선과 동생 조한준의 이름이 여러 연예기사를 장식했다. 안성기, 조한선 주연 영화 <마이 뉴 파트너>에서 조한준이 조한선의 아역으로 출연했다는 소식이었다.

몇편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신인배우 조한준은 <마이 뉴 파트너>에서 조한선의 고등학생 시절을 연기, 스크린 신고식을 치렀다.
조한선을 쏙 빼닮았으면서도 훨씬 어려보이는 얼굴을 가져 ‘조한선 아역으로 제격’이란 평을 받고 있다. 조한선 역시 “영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좋다”며 동생의 출연을 반기는 분위기다.

조한선-조한준처럼 한 영화에 나란히 출연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연예계엔 많은 형제자매 연예인이 활동 중이다. 남매, 자매, 형제 등 관계도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남매연예인의 활약상이 가장 눈에 띈다.

엄정화-엄태웅, 김태희-이완, 최진실-최진영 등이 대표적인 남매연예인. 이들은 누나와 동생 모두 배우로 활동하며 팬들의 사랑을 고루 받고 있는 케이스다. 김태희와 이완의 경우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 함께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남매 스타 “눈에 띄네~”

‘맹구’로 이름을 떨친 연극배우 겸 코미디언 이창훈과 탤런트 이미영, 가수 겸 연기자 손호영과 방송인 손정민, 개그우먼 서현선과 개그맨 서동균도 남매 사이다. 지금은 활동이 뜸한 이은희도 영화배우 이병헌의 여동생이다. 영화배우 김혜수의 경우 둘째 남동생 김동현과 셋째 남동생 김동희까지 연예인이라 ‘삼남매 스타’로 불리며 남다른 유전자를 인정받고 있다. 개그맨 김준호와 ‘얼짱’ 기상캐스터 김미진, 탤런트 채림과 탤런트 박윤재, 영화배우 하지원과 탤런트 전태수는 최근 남매연예인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형제스타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이들은 류승완 감독과 영화배우 류승범이다.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통해 감독과 배우로 데뷔한 이들은 이후 <다찌마와 리>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 대작전> <주먹이 운다> 등에서 호흡을 맞추며 ‘형제 파워’를 과시했다.

서로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만큼 함께 작업하면서 ‘윈-윈 효과’를 끌어낸다는 평을 받았다.

‘015B’의 장호일(본명 정기원)과 정석원, ‘조트리오’의 조규천과 조규찬, 조규만, 최근 슬픈 일을 겪은 ‘산울림’의 김창완, 김창훈, 故 김창익 등 형제연예인의 활동은 음악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바니걸스’ 쌍둥이 스타 시초

자매연예인 중 요즘 가장 바쁜 이들은 변정수와 변정민이다. 슈퍼모델출신 변정수는 뛰어난 패션감각을 바탕으로 의류사업에 한창이고 변정민은 SBS드라마 <조강지철 클럽>에서 악녀 ‘정나미’로 출연,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두 사람 다 8등신의 늘씬한 몸매와 개성 있고 아름다운 얼굴을 가져 부러움을 받고 있다. 가수 양희은과 탤런트 양희경의 경우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장수 자매연예인이다. 이 밖에도 채시라-채국희, 홍리나-홍리정, 미스코리아 출신 설수진-설수현 등이 자매연예인 명단에 올라있다.

쌍둥이연예인도 적잖다. 깜찍한 외모와 가창력으로 1970년대를 풍미한 ‘바니걸스’의 고정숙과 고재숙, ‘수와 진’의 안상수-안상진, ‘량현랑하’의 김량현-김량하는 대표적인 쌍둥이가수. 뛰어난 모창실력을 가진 쌍둥이코미디언 강주희-강승희는 최근 ‘윙크’란 트로트듀오로 변신해 가수로도 활동 중이다. 비류(이은주)-온조(이은실)는 연기 장르에서 쌍둥이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부모에게 끼 물려받아

형제자매스타의 왕성한 활동 이유로 연예관계자들은 ‘남다른 유전자’를 꼽는다. 부모로부터 비슷한 예술적 기질을 물려받아 나란히 연예인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

상당수 형제자매 연예인이 오래 전부터 각자 데뷔를 준비했고 같은 분야에서 활동한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은 더욱 힘을 얻는다.

실제 하지원의 동생 전태수는 한 인터뷰에서 “누나는 우연히 연예계에 발을 들여놨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연예계를 동경했다. 근데 누나가 먼저 데뷔, 신기했다”고 말했다.

한 탤런트매니저는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은 형제자매 연예인들에게 딱 들어맞는다. 데뷔 시기가 달라서 그렇지 형제자매 연예인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연예인을 꿈꾼 경우가 많다. 부모에게 똑같이 끼를 물려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먼저 연예계에 진출한 형제자매로 인해 데뷔하는 경우도 있다. 이완이 대표적이다. 김태희 지갑에 있던 이완 사진을 본 <천국의 계단>의 이장수PD는 드라마 출연제의를 했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제의를 받아들인 이완은 이후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간접 영향을 받는 경우도 많다. 고3 때 일주일간 밴드싱어를 하면서 연기자의 꿈을 꾼 엄태웅은 이후 오랜 무명시절을 겪으면서도
누나 엄정화를 보며 연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노력하면 자신도 누나처럼 잘 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스타 형제자매에게 연예계 데뷔기회가 더 자주 찾아온다. 연예인 못지않은 혹은 그보다 뛰어난 외모를 가진 스타 형제자매는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조인성의 남동생, 그룹 ‘빅뱅’ 탑의 누나, 이연희의 언니, 고은아의 남동생, 최정원의 여동생 등이 대표적이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스타의 형제자매에게 캐스팅제의를 하는 경우가 적잖은 것으로 안다. 끼도, 외모도 기본 이상은 되기 때문이다. 요즘엔 데뷔 전부터 인터넷상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어 앞으로 이런 경우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OOO의 동생’ 활동 걸림돌?

스타의 형제자매는 연예계에 데뷔할 때 단숨에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여느 신인과 달리 빠른 시간 안에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것. 하지만 이는 활동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본명보다 ‘OOO의 동생’ 혹은 ‘OOO의 형, 누나’로 불릴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먼저 활동을 시작한 형제자매와 늘 비교 당하고 실력이 못할 경우 혹독한 비난을 받기도 한다.

이를 이겨내기 위한 방법은 한 가지 뿐이다. 오직 노력이다. 피나는 노력으로 실력을 쌓아 스타인 형제자매를 넘어서고 팬들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엄태웅도 한동안 ‘엄정화 동생’이란 꼬리표를 달고 다녔지만 다양한 작품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인 뒤 지금은 그냥 ‘엄태웅’으로 불린다. 양희은과 양희경도 각자의 이름으로 불리지 ‘양희은 동생’ ‘양희경 언니’로 불리는 일은 거의 없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연예계는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형제자매가 스타라고 자신도 절로 스타가 되는 건 아니다”면서 “철저한 준비와 치열한 노력은 기본이고 오랜 기다림도 각오해야 자기이름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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