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데이트 - <싱글파파는 열애중>의 강성연


2005년 2년간의 공백을 깨고 영화 <이대로 죽을 순 없다>로 컴백한 강성연. 이후 조선시대 요부 장녹수(왕의 남자), 강력반 여형사(수), 남편의 외도로 마음 고생하는 아줌마(新 현모양처) 등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한 그녀가 이번엔 성공을 위해 아이까지 버린 냉정한 피아니스트로 변신했다. 지난 18일 첫 전파를 탄 KBS 2TV <싱글파파는 열애 중>에서다. “쉽지 않은 캐릭터를 잘 소화해보고 싶다”는 강성연의 각오가 다부지다.

여기윤소이란 여자가 있다. 밝고 낙천적인 남자 강풍호(오지호)와 불같은 첫사랑에 빠져 20대 초반에 아이까지 낳은 사람이다. 하지만 피아노와 성공에 목말랐던 그녀는 스폰서를 만나 풍호와 아들 강산을 버리고 유학길에 오른다. 그리고 유명 피아니스트가 된다.

꽃미남 싱글파파 ‘풍호’의 삶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 <싱글파파는 열애중>의 윤소이는 누가 봐도 나쁜 여자다. 성공을 위해 아이까지 버린 냉혈녀. 강성연은 그런 소이에게 끌렸다. “차가운 외면 깊은 곳에 감춰진 응어리와 연약함을 보았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보고 작품을 선택하는데 이번에도 소이가 와닿았어요.

소이는 연약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 실제 자기 모습 위에 한 꺼풀 덧씌워 살아가는 인물이에요. 성공을 원하지만 뼈 속까지 독하진 못한, 그래서 불쌍한 여자죠. 그런 면을 보여주고 싶어요.”

배우로서의 욕심도 발동했다. ‘뻔한 묘사’를 싫어하는 강성연에게 밖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심리를 품고 있어야하는 소이는 도전욕구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문제는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소이가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운 캐릭터라는 것. <싱글파파는 열애중>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강성연은 ‘어렵다’는 단어를 여러 번 썼다.

“실제 저는 신파성이 있거든요. 화나면 소리를 지르고 슬프면 우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소이는 아니잖아요. 모든 행동에 목적이 있고 이중, 삼중의 심리로 움직여요. 감독님이 심리가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다정하고, 표정에서도 마음이 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시는데 그걸 표현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웃음)”

힘들다고 포기할 강성연이 아니다. 만만찮은 감정연기를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밝은 성격을 가라앉히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뉴에이지음악을 듣고 친해지고 싶은 오지호, 아역배우 안도규와는 일부러 거리를 둔다. 극중 풍호와 새로운 사랑을 하는 ‘하리’ 역의 허이재는 견제까지 한다. “혼자 동떨어진 인물”이라고 스텝들이 불쌍해할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 중이다.

<수>와 <그녀는 짱>의 강도 높은 액션 신을 소화했을 만큼 연기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강성연은 이번에도 대역을 쓰지 않으려 했다.

피아노 연주장면에서 직접 피아노를 칠 계획이었던 것. 체르니30번까지 연주했던 실력이 있기에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피아니스트들도 기피한다는 라흐마니노프곡이 연주장면에 사용됐기 때문이다.

“데뷔 후 대역을 쓴 적이 거의 없어요. 이번에도 직접 피아노를 치려고 설 연휴에 50번 이상 라흐마니노프 곡을 들었어요. 나중엔 피아노소리만 들어도 경기할 정도였죠.(웃음) 생각보다 어려워서 결국 피아니스트 도움을 받았어요. 피아노 치는 모습만 따려고 감독님이 아무 곡이나 연주해보라고 하셨을 땐 저도 모르게 ‘엘리제를 위하여’를 쳤어요.(웃음)”

아름다운 자태를 위해 등 파인 드레스를 입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7시간 동안 피아노 앞에 앉아있었다는 강성연.

그녀는 ‘힘들었겠다’는 말에 “코디네이터한테 당분간 등 파인 드레스는 가져오지 말라고 했다”는 농담을 건넨 뒤 “오지호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며 상대배우를 챙겼다.

극중 격투기선수 역을 맡은 오지호는 20시간 이상 액션 신을 촬영하고 40방 이상 침을 맞을 정도로 힘든 촬영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소이 캐릭터에 애착이 큰 강성연이지만 처음부터 그녀의 모든 걸 받아들인 건 아니다. 성공을 위해 아이를 버리는 행동은 특히 납득하기 힘들었다. 매일같이 ‘나라면 어땠을까’를 자문한 강성연은 아이를 버릴 수는 없지만 이해할 수는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소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사연을 안고 아이와 헤어진 채 사는 주변사람들을 보면서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강산과 나이가 같은 조카가 있어서 언니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저는 모성애가 강해서 남자는 버릴 수 있어도 아이는 버릴 수 없을 것 같아요. 아이를 워낙 좋아해서 아역배우들과도 친하게 지내는데 이번엔 일부러 거리를 두고 있죠. 하지만 저도 모르게 자꾸 손이 가요.”

정형화된 캐릭터는 보는 사람에게도, 연기하는 사람에게도 재미없다는 강성연. 윤소이라는 쉽지 않은 캐릭터를 통해 한결 섬세해진 연기력, 엇박자의 독특한 감정표현을 보여줄 계획이란 그녀의 열연이 어떤 반응을 얻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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