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도서관 개관식 이후 전직 각료들과 만찬 등 외부활동 많아져여전히 호남민심에 막강한 영향력 … 민주당·우리당 등 예의주시 지난 10일 김전대통령은 김석수ㆍ이한동 전총리 등 국민의 정부 시절의 각료와 청와대 수석 등 60여 명과 만찬을 함께 했다.퇴임이후 동교동 자택 밖에서 공식적인 성격의 첫 외부만찬을 가진 것이었다. 스스로 고른 ‘적자(嫡子)’ 때문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는 김 전대통령. 대북송금 특검에 대해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그다. 최근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현대로부터 150억원을 받은 혐의로 12년 중형선고를 받은 소식을 듣고서도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말고는 침묵을 지켰다. 이날 행사는 김전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김 전대통령은 재임 중 함께 일한 각료들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표시하고 격려했다.

그러나 현 정치적 상황에 대해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박전실장 문제에 대해서도 일절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자리에는 이희호 여사도 함께 참석했다. 연말들어 김전대통령의 외부 활동이 많아진 것은 사실. 정치권 인사들이 이런저런 관측을 내놓을 만큼 DJ의 외부활동은 부쩍 많아졌다.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외교통상부가 주최한 동아시아포럼(EAF) 창립총회에도 참석했다. 동아시아포럼은 ‘동아시아의 평화·번영과 진보·도전, 새로운 비전’을 주제로 동아시아 지역 통합과 역내 공동 번영 구축, 역내무역과 투자증진 방안, 동아시아연구그룹(EASG)의 건의사항 이행 문제 등을 논의하는 행사다. 아세안(ASEAN) 10개 회원국과 한중일 3국의 차관급 정부인사 및 산관학 대표들이 참석하고 김 전대통령과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 보 반 키에트 전 베트남 총리, 하타 쓰토무 전 일본 총리 등도 참가했다.

DJ는 최근 단식투쟁을 마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에게도 손수 전화를 걸었다. “고생이 많았다. 몸조리 잘하라”는 위로의 전화였다. 쾌유를 비는 난도 보냈다고 한다. 최근(12월4일) 조순형 민주당 대표 등 민주당 새 지도부와 가진 면담은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 “민주당 당원들이 참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추켜세워 민주당을 기쁘게 만들었다. 당시 민주당 관계자들은 “DJ마음은 민주당을 떠날 수 없다” “결국 DJ는 민주당을 도와줄 것”이라는 등의 아전인수성 해석이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 민주당 관계자들과 일정 거리를 둬온 터라 이날 면담은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민주당 동교동계 인사들의 잇따른 면담 신청도 거절해온 그였다. 조 대표 등의 방문은 김 전대통령의 퇴임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지도부와의 공식 면담이 성사된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함의가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됐다.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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