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이 가져서는 안 될 악덕(惡德)이겠으나 정치인에게는 필요악(必要惡)쯤 되는 요소가 하나 있다. 바로 후안무치(厚顔無恥)하다는 것이다. 낯가죽이 두꺼워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이다.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정치판 속성을 알고 있기에 우리 보통사람들은 어지간한 그들 꼴불견에는 애꿎은 혀만 찬다. 그러나 그 도가 지나칠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더 이상 정치판에서 버티기 힘들 정도로 융단폭격의 비난이 쏟아진다. “정치인이기 전에 먼저 인간이 돼라”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킨 여야 의원들 중 적지 않은 수의 정치인들은 자기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 눈 속의 티를 탓하는 낯 두꺼운 면모를 보였다. 
20대 총선에서 현역의원 160명이 입건돼 33명이 재판에 회부된 사실을 그들은 벌써 잊었다. 이들 중에는 공천헌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야당 의원이 있는가 하면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야당 의원들도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체육회 행사에서 돈이 든 봉투를 선거구민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이미 혐의가 확정된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아직 혐의가 확정되지도 않은 대통령을 온갖 혐의를 씌워 단죄하고 있다. 
이번 탄핵안에 투표한 20대 국회의원의 전과 통계는 더욱 가관이다. 전체 300명 가운데 30.7%인 92명이 전과기록을 보유했다. 전과가 2회 이상인 의원이 35명에 이른다. 거물급 의원의 전과기록도 수두룩하다. 이런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열고 고위 공직자 후보자의 지난 과오를 파헤치고 공격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인 게다. 이들의 행태야말로 ‘뒷간 기둥이 물방앗간 기둥을 더럽다 한다’는 격이다. 
야당은 또 야당이니 백 번 양보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선거 때 박근혜 대통령과 찍은 사진 한 장을 대문짝만하게 내걸고 박근혜 마케팅으로 국회에 들어온 사람들이 누구누구인지를 유권자들이 모르고 있지 않다. 그런 사람들이 이 상황되니 “때는 이때다” 하고 자기 살 길 찾아 주군의 은공을 배신하며 그를 수렁에 빠뜨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 모두가 정치탈을 쓴 낮도깨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박 대통령이 탄핵안 가결 직후 국무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는 심경을 토로했을까.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고는 이제 즉각 사임하라며 박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여론과 촛불민심이 그렇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국회와 법원은 뭐 하러 있는지 모르겠다. 여론과 촛불민심으로 법 만들고 재판하자는 건 모든 걸 인민재판 형태로 끝장내자는 얘기 아닌가 말이다. 
야권은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 탄핵소추사유 ‘일부 선별심리’ 불가 방침을 밝힌 데 대해 “헌법재판소의 존립 근거를 의심케 하는 반국민적인 발표”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는 촛불민심이 원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모든 길은 ‘촛불’로 통하는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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