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목숨 건 연애' 천정명ㆍ진백림 사이에서 사랑과 우정의 묘한 감정 표출

-손수 쓴 에세이 ‘지금 이 순간’처럼 순간 순간 모든 것이 소중해
-올해 부친상으로 힘든 시기 보냈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극복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시크릿 가든’을 비롯해 ‘기황후’, ‘허삼관’ 등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하지원이 오랜만에 무거운 캐릭터가 아닌 말랑말랑한 로맨틱코미디(이하 로코)의 주인공을 변신해 관객들을 찾아왔다. 영화 ‘목숨 건 연애’를 통해 천정명, 진백림 등 최고의 남자 둘 사이에서 섬뜩한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추리소설 작가 ‘한제인(하지원 분)’을 연기한 하지원의 달콤한 사랑이야기를 만나봤다.

오랜만에 로코물로 관객을 찾아온 하지원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일요서울]을 만나 개봉소감과 함께 곧 데뷔 20년을 앞둔 소회를 전했다.

배우에게는 비교적 이른 시간에 얼굴을 내비친 그는 “아직도 잠이 덜 깬 것 같다”고 미소를 지으며 “이번 작품은 로맨틱코미디와 스릴러의 조합이 특이했다. 매번 영화를 직을 때 최선을 다해도 늘 아쉽지만 간만에 말랑말랑한 작품을 하게 돼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더욱이 하지원은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웃을 수 있는 영화로 인사드리게 돼 기쁘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 동시 개봉이 무산된 것에 대해 그는 “상하이영화제 때 관객들과 같이 보지는 못했지만 반응들이 더 크고 재미있어 하는 걸 느꼈다. 많이 기다린 중국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못내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아쉬움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것 또한 하지원의 매력이다.

“제가 혼자 잘 웃는다”는 그는 개봉을 앞두고 열린 시사회에서도 방귀 뀌는 장면에 스스로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그간의 심각한 캐릭터를 벗어난 것만으로도 만족감이 컸다. “기황후나 허삼관의 멜로와는 다르게 말랑말랑했다.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만화 같기도 하고 통통 튀는 매력이 있었다”며 “극중 진백림 씨에게 처음 안겼을 때 얼굴을 들이밀잖아요. 실제는 못하는 부분이다. 연기를 하면서 민망하지만 그런 게 재미”라고 설명했다.

사랑을 두고 어떤 성향인지를 묻자 “지금까지 남사친(남자사람친구)은 없었다. 약간 한눈에 반하는 스타일”이라며 “남자로 보이면 남자로만 생각한다. 다만 이렇게 살다 보면 평생 연애는 못할 것 같다”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하지원은 “지금은 작품을 하는 게 재미있다. 지금 시기에 더 많이 하고 싶다. 항상 다음 작품, 더 많은 장르와 역할들이 머릿속에 떠다닌다”면서 “오히려 더 연기하고 싶은 갈증이 난다. 그게 좋은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사랑이 나타나 주변에 반대가 있더라도 끝까지 설득해보겠다는 게 그의 사랑법이다.

극중 선보인 영어 연기에 대해서는 “영어를 틈틈이 배우고 있다. 특별히 진출을 위해서 공부하는 건 아니고 팬 미팅 등 해외 일들도 있어서 공부를 하게 됐다”며 중국어도 조만간 시도해 보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더욱이 이번 작품 특성상 유창한 어휘를 발휘할 필요는 없었지만 감정을 살리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더했다.

하지원은 “먼저 한국어로 연기를 했다. 최대한 느낌을 살려서 다시 영어로 표현했다”며 “듣기에 어색할 때가 있어 다시 녹음하고 듣는 것을 반복했을 정도였다”고 고충을 늘어놨다.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준비를 하곤 있지만 시간상 잘 연결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아쉬움이다.

실제 다른 작품을 하고 있어서 기회를 놓친 그는 “또 기회가 온다면 열심히 준비해서 진출해 보고싶다”며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최근 회자되고 있는 ‘길라임’에 대한 소감을 묻자 “우연히 뉴스를 보고 있는데 자막에 길라임이 뜨는 것을 보고 놀랐다. 당시 문자가 폭주할 정도로 체감 상 어마어마했다”며 “며칠 뒤가 제작보고회였는데 저의 심경을 궁금해 하시는 것 같아 소신있게 얘기하자고 마음먹었다. 제작발표회에서 ‘한제인은 쓰지 말아 달라’고 했는데 당시 기자 분들이 크게 웃어주셔서 유쾌하게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얼마 전 녹화를 마친 ‘인생술집’애 대해서는 “훈훈하면서 따뜻했다”고 회상하며 “편하게 술 한 잔 먹는 분위기였다. 예능 느낌이 아니라서 편안했다. 사방에 카메라만 있어서 깜짝 놀라기도 하고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실제 술을 종종 즐긴다는 하지원은 주량을 묻자 ‘소주 한 병’이라고 답하면서도 애주가임을 극구 부인하지는 않았다.

어느덧 데뷔 20년차를 바라보고 있는 하지원은 “작품을 기준으로 시간을 느낀다. 곧 20년차라는 걸 못 느낄 정도로 실감이 안 난다”며 “단지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 달려가는 책임감 같은 것이 있었을 뿐이다. 큰 변신이 아니라 한 작품 한 작품 보여드릴 때마다 작은 변화라도 보여드리기 위해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로지 작품을 위해 부담감이란 단어조차 머릿속에서 지운다고 전해 타고난 배우임을 드러냈다.

하지원은 “좋아하는 일이긴 하지만 많은 순간, 선택할 일이 많다. 쉬운 선택은 아니다. 고민도 많이 하는데 선택을 했을 때는 후회 없이 잘 하려는 데에 집중한다”며 “제가 결정했으니깐 늘 오케이 가자”를 외친다고 강조했다.

과거 신인시절에는 작품선택도 회사의 결정에 따르는 편이지만 따로 회사를 시작한지 5년이 됐고 회의도 하면서 의견을 모아 결정한다며 “저도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들이 굉장히 실험적인 영화가 될 수도 있고 작은 역할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5년을 이끌어온 회사에 대해서는 ‘아기자기하다’는 단어로 대신하며 “가족적인 분위기도 좋고 경영을 맡은 대표님이 따로 계셔서 오로지 연기만 하고 있다. 하지만 제 편이 많이 생긴 것이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대해 하지원은 “스릴러를 하고 싶다. 예전에 스릴러를 찍어봤지만 니콜 키드먼이나 조디 포스터 같은 배우들은 끌고 가는 게 장렬하다. 그런 연기를 너무 하고 싶다”면서 “평소 좋아하는 말이 ‘지금 이 순간’이다. 제가 쓴 에세이 제목도 ‘지금 이 순간’인데 제가 살아 있는 순간을 최대한 많이 느끼려고 한다.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더 즐길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2016년을 돌아보면 저에게 가장 큰 시련(부친상)도 있었고 시련이 오고난 뒤에 좋은 일도 생기고 어떤 단어로 한정하기는 힘들다”며 순간 자신의 아버지 생각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지만 “2017년에는 우선 작품들을 많이 하고 싶다. 아직 다음 작품을 결정 못했지만 좋은 작품으로 찾아 뵙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특히 하지원은 “‘하지원’이라는 배우한테 계속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은 뭔가 기대할 수 있도록 변화하면서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다양한 모습과 장르, 작품으로 팬들에게 보답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 ‘목숨 건 연애’는 동네 사람 모두를 살인범으로 의심해 경찰은 물론 이웃들 사이에서도 이태원 민폐녀로 통하는 추리소설작가 ‘한제인’이 이태원 연쇄 살인 사건을 소재로 신작을 쓰기로 결심한 어느 날 남다른 촉으로 위층에서 살인사건의 정황을 포착한다. 하지만 경찰은 그의 말을 믿어주고 않고 직접 수사를 시작하며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아냈다.

특히 제인이의 소꿉친구이자 든든한 팬인 ‘설록환(천정명 분)’과 정체불명의 매력남 ‘제이슨(진백림 분)’ 사이에서 친구와 사랑의 감정이 오가며 살인사건이 해결되는 절묘한 조합을 선보였다. 지난 14일 개봉.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사진=송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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