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고객들에게 가입비 2천만 원 요구하기도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더 이상 30세의 여성은 노처녀라 불리지 않는다. 통계청이 밝힌 ‘2015년 혼인 이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녀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2.6세, 여자 30.0세다. 2014년보다 0.2세 오른 것으로, 여성 연령이 30대에 진입한 건 70년대 이후 처음이다. 그 원인은 청년들이 취업난에 시달려 ‘3포 세대’라 불리는 결혼·연애·출산을 포기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결혼적령기를 놓치는 청년들이 많아졌다. 또 이혼·재혼율이 급증하면서 결혼정보회사들이 호황이다. 하지만 ‘회원 확보전쟁’으로 인한 문제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학벌 점수… 서울대 25점, 연·고대 20점, 지방 사립대 5점

고객 등급제, 공장에서 나온 제품에 바코드 부여하는 것 같아

결혼정보회사가 성황을 이루기 시작한 때는 1999년도이다. 당시 ‘결혼상담 업종’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됐다.

현재는 신고조차 하지 않는 자유업으로 전환돼 전국에 1,000개가 넘는 결혼정보회사가 난립하고 있다. 결국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사활을 건 회원 확보 전쟁이 벌어졌다.

정확한 신분 확인, 최적의 조건 맞춤 만남이 아닌 많은 회원 수를 확보하고 알선해 매출액을 높이는 것에 급급한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회원관리 부실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고액 상품 제안

재벌급 상대 소개?

과거 한 결혼정보회사에 상담을 받으러 갔던 임모(38·여)씨는 당시 커플 매니저에게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그녀는 연봉 3천만 원 이상을 받고 있었는데 고액 상품에 가입하면 결혼을 통해 신분 상승이 가능하도록 재벌급 상대를 소개시켜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가입비를 지불하는 순간 커플 매니저의 태도는 급변했다.

소개자리에 나왔던 남성들은 임 씨가 기대했던 대상이 아니었고 조건과 전혀 다른 사람들이었다. 일부 결혼정보회사에서는 신분 상승을 미끼로 여성 고객들에게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2천만 원까지의 가입비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 대비 고객 만족도는 높지 않다.

결혼정보업 시장에서 여성고객의 비율이 높은 편이고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은 남성 고객 수는 적다 보니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한 여성들의 피해 건수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남성 고객도 마찬가지다.

직장인 남성 윤모(35·남)씨는 유명 결혼정보회사 커플 매니저의 입담에 혹해 고액 상품에 가입했다. 하지만 막상 알선자리에 나가 보니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과거 알선자리에서 만났던 여성을 또 다시 만난 것이다. 윤 씨는 상대 여성과 이야기를 나눠 보니 전체적인 사상과 종교관이 맞지 않아 간단한 소개자리를 가지고 만남을 끝맺었다.

하지만 한껏 멋부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나갔던 소개자리에 과거와 동일한 여성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큰 한숨을 내쉬었다.

불편했던 소개자리를 마치고 화가 난 윤 씨는 담당 결혼정보회사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지만 데이터 상의 오류가 있었을 뿐 전체적인 문제는 아니라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결혼정보 회사에 대한 신뢰는 나락으로 떨어진 지 오래였다. 이후 윤 씨는 법적인 조치를 취하려 했으나 직원의 끊임없는 부탁으로 일단락 지었다.

그는 “데이터 상의 간단한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혼정보회사에도 많은 커플 매니저들이 있고, 자신이 담당하는 가입자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입자에게 똑같은 사람을 소개시켰다는 것은 관리를 매우 소홀히 한다는 것이다”라며 “이후 남아있던 횟수, 서비스 등을 제공받았으나 상대가 제안받았던 이력사항과는 다른 부분도 많았을 뿐더러 커플 매니저의 과대포장이 컸다. 매번 실망하는 말투로 전화하기도 지쳐 더 이상 알선받기를 원치 않았다”고 전했다.

<뉴시스>

결혼정보회사 직원까지

고객 상대로 제안

결혼정보회사 직원이었던 이모(35·여)씨는 회사에서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회사 측은 “가입비 없이 무료로 의사·검사, 소위 사짜로 끝나는 직업들을 소개시켜주겠다”며 “얼굴이 괜찮으니깐 이런 제안도 하는 것이다. 이 씨 외에도 괜찮은 여자직원들이 2~3번씩 나가 봤다”며 고객과의 만남을 추천했다.

그녀는 결혼적령기도 지났고 좋은 제안이다 싶어 소개자리에 나가 봤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이처럼 일부 업체들은 직원들에게까지 고객의 소개 상대로 제안을 하기도 한다. 제대로 된 만남을 주선하기보다는 회원 수를 늘리기에 급급하고 결국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업체 신분 인증 과정

‘가끔은 너무하다 싶어’

결혼정보회사에서는 회원들의 등급을 정한다. 최대 15등급까지 세분화돼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 학벌, 재산, 부모 출신 학교 등을 기준으로 점수화하다 보니 차별이 없을 수 없다.

일부 결혼정보회사에서는 남자의 경우 서울대 25점, 연세대·고려대 20점, 지방 사립대 5점. 여자는 서울대·이화여대 10점, 연세대·고려대 8점, 지방 사립대 3점이라는 자의적 기준을 적용해 차별을 부추기고 있다.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했던 한모(37·남)씨는 “정확한 신분 인증을 하는 것이 결혼정보회사의 기능이라고 하나 이력으로써 인증하고, 상대에게 표현하는 것이 아닌 점수로 사람의 신분을 결정짓는 것은 마치 ‘공장에 나온 제품에 바코드를 부여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는 좀 너무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이 외에도 현재 유명한 소개팅 어플리케이션에서도 사진과 간단한 이력으로 사람을 점수화한다. 이는 사람들이 서로 차별하는 것에 대한 의식을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도 입시전쟁, 외모지상주의 같은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걱정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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