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강압적 자살→타살?

故 안재환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과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애초 사인으로 자살이 확실시 됐으나 故 안재환 누나가 타살 가능성을 제기했고 새로운 주장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고인은 말이 없건만 주변은 시간이 갈수록 더 혼란스러워지고 있는 셈. 그 혼란스러운 상황들을 정리해봤다.

지난 9월 8일. 서울 하계동 주택가 앞 골목에 주차된 승합차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탤런트 안재환. 경찰은 차문이 안에서 잠겨 있고 유서와 화덕, 연소된 연탄 등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故 안재환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40억 사채설’과 아내 정선희와의 불화설 등 각종 루머가 퍼지고 2차례의 부검 결과 만취 상태에서의 연탄가스(일산화탄소) 중독이 사망 원인이라는 잠정 소견이 나오면서 자살은 기정사실화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故 안재환 가족이 고인의 자살에 여러 가지 의문을 나타내면서 재수사를 요구하고 나선 것.


故 안재환 누나 재수사 요청

故 안재환 발인식이던 지난 9월 11일. 고인의 부친 안병관씨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채와 관련된 강압에 의한 자살 가능성’을 제기했다. 故 안재환의 유서 필체가 엉망인 점, 파산신고 등을 통해 빚을 갚을 수 있는데도 부모와 아내를 두고 자살한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특히 이날 오전 한 스포츠신문에서 사채업자에 의한 故 안재환의 납치·감금 가능성을 제기하는 K씨(가수 겸 故 안재환 측근) 관련 기사를 보도해 안병관씨의 발언에 더욱 높은 관심이 모아졌다.

故 안재환 셋째 누나 안미선씨의 경우 경찰에 정식으로 재수사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안씨는 “동생의 죽음은 자살이 아닌 타살이며 정선희는 용의자를 알고 있다”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었다.

먼저 안씨는 지난 9월 16일 입원 중이던 병원에서 몇몇 기자들과 만나 “동생은 절대 사채로 죽지 않았다. 돈 때문에 죽을 애가 아니라는 걸 주변 사람들은 다 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故 안재환의 위가 비어있었다는 부검 결과 등 여러 정황을 근거로 자살에 의혹을 제기했다. ‘40억 사채설’과 관련해서는 “가족 중 누구도 사채 독촉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안씨는 9월 22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ETN과의 인터뷰에서 故 안재환의 타살 가능성을 언급했다. 인터뷰에서 안씨는 “동생의 사망 원인을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 전까지는 사건을 절대 종결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어 故 안재환과의 마지막 만남, 故 안재환과 친분이 있고 돈도 빌려준 것으로 알려진 60대 여인 원모씨와의 만남 등을 공개하며 “동생의 죽음에 의문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안씨는 수차례 실종신고를 하려 했지만 정선희가 “안재환은 외부와 연락이 안 되는 기도원에 있다”며 “두 사람 다 공인이라 실종신고 사실이 알려지면 일어서기가 힘들다”며 만류했다. 또 “정선희가 9월 11일 오후 2시에 안재환이 돌아온다고 했다”며 정선희에게서 받은 ‘그냥 제발 절 좀 믿으세요! 자세한 설명 못 드리는 제 입장이요. 잘 있어요. 절대 비밀이고요!’라는 문자도 공개했다.

하지만 이 문자는 故 안재환의 사망 추정일(8월 22일경)보다 한참 뒤인 9월 5일에 발송된 것. 때문에 정선희가 왜 이런 문자를 보냈으며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정선희, 입을 열어라!”

안씨는 지난 9월 25일 노원경찰서에 자진 출두해 마지막 진술을 받는 한편 故 안재환 사망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정식으로 요청했다. 뿐만 아니라 정선희의 출국금지도 신청했다.

이날 진술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씨는 “동생은 절대 자살이 아니고 타살이다. 자살로 위장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선희가 장례식장에서 동생과 같이 잡혀갔다가 풀려났다고 했다”며 “범인, 용의자 얼굴을 알 텐데 왜 입을 다물고 있는가. 빨리 나와서 수사에 협조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선희가 장례식장에서 해외에서 2~3년 간 쉬고 오겠다고 했는데 절대 출국 못한다”며 출국금지 신청을 한 배경을 밝혔다.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선희는 이와 관련 9월 26일 현재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9월 24일 저녁 정선희 소속사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안씨의 문자 공개 등에 대해 “정선희씨의 개인적인 일이라 현재로서는 소속사 입장에서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소속사 차원의 공식 입장표명도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채권단, 기자회견?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현재까지 故 안재환 사망과 관련해 타살 정황을 찾지 못했고 유서 필적도 고인의 것으로 확인됐다.

안씨의 정선희 출국금지 요구와 관련해서도 “정선희가 범법자가 아닌 만큼 요청할 상황이 아니다”는 입장. 하지만 재수사 요청이 있었던 만큼 정선희에게 추가 진술은 받을 계획이며 故 안재환과 통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계속해 갈 방침이라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故 안재환의 채무와 관련한 논란도 뜨겁다.

원씨가 지난 9월 24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Mnet에서 고인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들 중심의 채권단을 결성하겠다고 밝힌 것. 10월 초엔 채권단이 기자회견도 열 예정이라 어떤 이야기가 나올 지 관심이 모아져 있다.

36살,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난 故 안재환. 사망 이후에도 계속되는 고인을 둘러싼 논란을 많은 이들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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