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여자? 딱 저에요!”

주연 드라마 <하늘이시여>와 <행복한 여자>를 잇달아 성공시킨 윤정희. 그녀가 SBS 새 주말드라마 <가문의 영광>으로 1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스크린 데뷔작인 공포물 <고사>를 흥행시킨 후의 금의환향이다. ‘흥행보증 수표’ 윤정희의 ‘파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1일 첫 전파를 탄 <가문의 영광>은 4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조강지처 클럽>의 후속작. 출연진 입장에선 전작의 인기를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따를 수밖에 없다. 드라마 두 편을 연속 성공시킨 윤정희는 높은 기대치까지 감수해야 한다. 다행이 이 영민한 배우는 ‘부담’이라는 올가미에 자신을 묶지 않는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근데 거기에 너무 신경 쓰면 나중에 실망할 것 같아서 그냥 열심히, 즐겁게 촬영하고 있어요.(웃음)”

<가문의 영광>은 종가집 딸 ‘하단아’와 졸부집 아들 ‘이강석(박시후)’의 만남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끄집어낸다. 윤정희가 연기하는 단아는 이름만큼 단아하고 차분한 성격의 민속학 조교수. 얼핏 <하늘이시여>의 ‘자경’과 <행복한 여자>의 ‘지연’과 비슷해 보인다. 윤정희는 “180도 다르진 않지만 분명 차별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단아는 자경, 지영보다 훨씬 강해요. 결혼 첫날 남편을 잃고도 꿋꿋하게 살면서 집안 대소사까지 챙기죠. 철없는 작은 오빠를 다독이는 모습에서 특히 강한 면이 많이 보여요. 작가님이 기존의 우울한 이미지는 안 쓰신다니 ‘눈물의 여왕’이 될 일도 없을 것 같아요.(웃음)”


성공 부담? 그저 열심히!

<가문의 영광>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정형화된 연기 패턴을 바꾸고 싶다는 윤정희는 드라마 예고편에서 코믹연기도 선보였다. 대역 없이 와이어액션까지 소화했다. 그 모습이 제법 잘 어울린다는 말에 단아한 미소와 차분한 말투의 윤정희가 한마디 건넨다.

“예전엔 코믹연기를 하고 싶어도 자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잘하진 못해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흥미로운 시나리오와 캐릭터에 끌리는 윤정희. 그녀가 <가문의 영광>을 선택한 것도 ‘가족’이란 가볍지 않은 소재를 재미있고 따뜻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특히 종가집, 대가족이 배경이라 ‘핵가족 구성원’ 윤정희에겐 신선한 경험이 되고 있다. 여자는 제사에 참석하지 않는 가풍에서 자란 탓에 제사상 차리는 것도 신기하단다. 2회에 등장하는 전통장례도 마찬가지.

“상복을 갖춰 입고 ‘아이고~아이고~’라고 곡을 하다보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감정이 끓어올라요. 크게 울어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곡을 하니까 눈물연기가 절로 되더라고요.”

대선배들과 작업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연기 흐름을 타게 된’ 윤정희는 이번에도 신구, 서인석, 연규진 등을 통해 연기 맥을 이어갈 계획이다. 작품이 끝난 후 선배들이 먼저 안부 전화를 걸 정도로 예쁨 받는다니 “선배들과의 작업은 행운”이라 할 만하다. 또래배우 박시후와의 호흡도 괜찮다. 낯가림이 심한 윤정희에게 박시후가 먼저 다가와 줘서 편하게 촬영 중이라고.


2000년 미스코리아 경기 미 출신

인내를 미덕으로 알고 할 말도 못하는 단아는 “촌스러운 옛날 여자”다. 윤정희도 단아와 비슷하다. 매사에 느리고 소심하다. 하지만 하고자 하는 일엔 악바리 근성이 발휘된다. 연기도 그 중 하나.

2000년 미스코리아 ‘경기 미’ 출신 윤정희는 연기자 데뷔 후 계속되는 연기력과 발음 논란, “목소리와 얼굴이 매치가 안 된다”는 지적에 자신감을 상실했었다. 꿈을 접고 일본 유학을 준비하던 중 <하늘이시여> 오디션에 합격, ‘흥행보증 수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연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던 시절이 있었는데 당시 쌓인 열정이 계속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되는 것 같아요. 그 때 기억 때문인지 쉴 때보다 일 할 때가 더 좋고요.”

100만 관객을 돌파한 공포물 <고사>로 성공적인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 윤정희. <고사> 이후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시나리오만 좋다면 영화, 드라마 구분 없이 출연하겠다는 이 다부진 배우의 목표는 뭘까? 대답 속에서 ‘악바리 근성’이 엿보인다.

“일단 시작했으니 큰 산이든 작은 산이든 정상엔 올라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웃음)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이니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면 좋고 욕심도 있지만 그게 궁극적은 목표는 아니에요. 저, 윤정희만의 색깔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게 어떤 색깔인지는 활동하면서 찾아가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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