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읽고 ‘내 작품’이란 느낌”

김민선

탤런트 김민선이 조선시대 천재화가 ‘신윤복’의 삶을 산다. 11월 13일 개봉하는 영화 <미인도>에서다. “10년을 기다려온 작품”이라 할 만큼 <미인도>에 대한 애착이 크기 때문일까? 김민선은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신윤복’을 연기하는 문근영과의 비교에 “캐릭터가 완전히 달라 조금도 부담스럽지 않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미인도>는 조선시대 천재화가 ‘신윤복’의 삶을 그린다. ‘신윤복이 남장여자였다’는 상상에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을 더해 진짜 같은 이야기를 직조해낸다. 특히 ‘미인도’를 중심으로 신윤복과 그녀의 첫사랑 강마(김남길), 신윤복의 스승 김홍도(김영호), 최고의 기녀 설화(추자현) 등 네 남녀의 치명적인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99년 <여고괴담2>로 스크린에 데뷔, <하류인생>과 <가면> 등을 거치며 연기 폭을 넓혀온 김민선에게 <미인도>는 놓칠 수 없는 작품이었다. 연출을 맡은 전윤수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캐스팅 안 해주면 연기를 그만 두겠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작품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어요. <여고괴담2> 이후 조금만 참으면 좋은 작품을 만날 거란 생각으로 10년을 기다렸는데 <미인도>를 놓치면 공황상태가 될 것 같더라고요. ‘이 작품에 캐스팅 안 되면 해외에 나가서 공부하고 와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캐스팅 위해 감독 협박”

욕심이 큰 만큼 <미인도>에 기울인 노력도 크다. 김민선은 촬영 3개월 전부터 일주일에 3일씩, 하루 3시간 이상 그림수업을 받았고 승마 신도 직접 촬영했다. 캐스팅 전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가 관계자들에게 “신윤복 작품을 보게 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결국 문화관광부의 도움으로 수장고에 있던 신윤복 그림 4점을 감상하는데 성공했다고.

“<미인도>가 제 작품이 되게 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캐스팅 전에 모든 걸 연습한 배우는 저 밖에 없을 걸요? (웃음) 윤복이 천재화가라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그림 그리고 싶어서 현장에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했어요.”

이번 작품에서 김민선은 파격적인 정사신도 선보인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색, 계>에서 탕웨이가 보여준 베드신 못지않게 수위가 높다. 예고편에서 누드 뒤태가 공개돼 인터넷을 달구기도 했다. 촬영이 힘들었겠다 싶지만 김민선은 ‘결심이 더 어려웠다’고 말한다.

“정사신은 마음먹기가 가장 힘들었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윤복이가 여자로 태어나고 꽃봉오리가 터지는 걸 표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고 막연하게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웃음) 순간순간 열심히 촬영했는데 결과물이 좋은 것 같아서 만족해요.”

노력이 빛을 발한 걸까. 전윤수 감독은 “김민선씨는 훌륭하다. 뒤태도 아름답고 연기도 잘하고. 내 머리 속에 있는 신윤복의 이미지와 딱 맞아 떨어진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국립중앙박물관서 사료 공부

<미인도> 개봉을 앞둔 지금 김민선은 행복하다. 영화를 찍는 동안에도 행복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느낀 ‘내 작품이다. 하면 행복하겠다’는 감이 맞아 떨어진 것.

“<미인도>를 통한 성장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그냥 촬영하면서 하루하루가 행복했고 즐거웠어요. 작품을 끝낸 후에도 그 느낌이 남아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싶어요.”

김영호, 김남길, 추자현과의 찰떡 호흡은 촬영을 더욱 즐겁게 만들었다. 분위기 메이커인 김남길은 순수한 면이 있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해준 추자현은 여자인 자신이 봐도 매력적이며 무게감으로 작품의 밸런스를 잡아준 김용호와는 다시한번 작업하고 싶다고.

원해서 출연했고 최선을 다해 연기했기 때문일까. <미인도>와 ‘신윤복’에 대한 김민선의 자신감은 단단하게 여물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신윤복’을 연기하는 문근영과의 비교에도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시대, 인물, 설정이 같다보니 비교되는 질문이나 기사를 많이 접하는데 역사와 인물에 대한 팁이 풍부해져서 좋다고 생각해요. 문근영씨와 제가 표현하는 신윤복이 너무 틀려서 한번도 부담감을 느낀 적은 없어요. 문근영씨가 열심히 하는 배우라 응원도 하고 있고요. 근영씨와는 또 다른 신윤복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림을 위해 여자임을 숨겼던 신윤복과 작품을 위해 자신의 전부를 걸 수 있는 김민선. 닮은꼴 두 여인의 매력이 담긴 <미인도>가 어떤 반응을 얻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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