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 이루고 싶어요”


송혜교가 10월 27일 첫 전파를 탄 KBS-2TV 월화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브라운관에 돌아왔다. KBS 2TV <풀 하우스> 이후 무려 4년만이다. 표민수-노희경이라는 인기 PD와 작가의 만남, 현빈과의 공동주연으로 화제만발인 이 드라마를 통해 송혜교는 데뷔 후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 가장 사실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2004년, <풀 하우스> 촬영 도중 송혜교는 표민수 PD에게 “감독님과 노희경 작가님이 함께 만드는 작품이 있으면 출연하고 싶다” 했고 표 PD는 “그러자” 했다. 두 사람의 약속은 4년 뒤 <그들이 사는 세상>을 통해 이뤄졌다.


“4년 전 약속 지켰죠!”

“표 감독님과 노 작가님의 열렬한 팬이라 <그들이 사는 세상> 제작 소식을 듣고 표 감독님께 전화 드렸더니 ‘연락하려고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서로 약속을 지킨 거죠.(웃음)”

방송사 드라마국 사람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송혜교는 촉망받는 신입 PD ‘주준영’으로 분해 선배 PD ‘정지오’ 역의 현빈과 호흡을 맞춘다. 준영은 상대에 따라 여러 가지 성격이 나타나지만 특히 보이시한 매력이 강하다. 송혜교는 이런 준영을 표현하기 위해 긴 머리를 잘라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긴 헤어스타일은 많이 보여드렸고 보이시한 느낌도 안 나서 단발머리를 했는데 화제가 될 줄을 몰랐어요.(웃음) 여자들은 예쁘다고 하는데 남자들은 다들 별로래요.(웃음)”

지난 4년 간 <파랑주의보> <황진이> <시집> 등에 출연하며 영화 시스템에 익숙해진 송혜교는 드라마 촬영 초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육체적 고통은 물론 순발력 부족도 느꼈다. 특히 노희경 작가의 대본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글이 현실적이라 입에 잘 붙을 줄 알았는데 대사가 길고 평소 쓰지 않는 말투와 방송 용어도 많아 어려웠단다.

“평소보다 대본을 2~3번은 더 보는 것 같아요. 한번은 노 작가님께 ‘제가 이렇게 연기를 못하는 줄 몰랐다’고 했더니 웃으시면서 ‘계속 어렵게 연기하면 앞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셨어요.(웃음) 표 감독님과 스텝들이 잡아주셔서 다행이 빨리 적응했어요.”

촬영의 재미도 크다. 배우가 아닌 PD로 촬영장을 보니 모든 게 새로운 것. 자신의 “큐”와 “컷” 사인에 따라 연기하는 배우를 모니터로 보는 느낌은 묘하고 스텝들의 노력을 자세히 알게 되면서 고마움은 커졌다. 아직은 배우 이야기가 더 와 닿지만 조금씩 감독의 입장을 이해해가는 중이고 연출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

“연기만으로도 버거워서 다른 걸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근데 PD 역을 하면서 언제가 경험이 많이 쌓이고 나이가 들면 내 작품을 만들어 봐도 좋겠다 싶었어요.”


PD 역…연출에 욕심 생겨

<가을동화> <풀 하우스> 등에서 순정만화 주인공 이미지를 풍겼던 송혜교는 <그들이 사는 세상>을 통해 데뷔 후 가장 사실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도 판타지나 SF보다 일상 속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는 송혜교. “자연스러운 연기가 어렵지만 그만큼 재미도 크다”는 그녀의 눈에 열정이 비친다.


성격, A형에서 O형으로?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송혜교는 전에 비해 상당히 여윈 모습이었다. <황진이> 때에 비하면 살이 붙었다지만 갸름한 얼굴에선 ‘여인의 향기’가 묻어났다. 성숙의 기운은 내면에서 더 크게 느껴졌다. 나이를 먹고 경력이 쌓이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20대 초반엔 이미지 변신을 고려해 작품을 골랐지만 지금은 작품만 좋다면 캐릭터가 겹쳐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영화와 드라마의 구분도 두지 않고 시청률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어려서는 시청률에 연연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편해요. 물론 시청률이 잘 나오면 좋지만 실패한다 해도 그걸 통해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성숙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수십 년간 연기할 텐데 너무 좋은 것만 맛보면 그렇잖아요.(웃음)”

성격도 변했다. 데뷔 초엔 낯가림 심하고 말도 못하는 전형적인 A형이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O형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외향적이다. 현빈에게 먼저 다가간 것도 송혜교다.

“현빈씨는 동갑인데도 무척 어른스러워요. 장난을 다 받아주니까 애기처럼 될 때도 있어요.(웃음) 극중 지오와 준영의 관계도 그래서 연기에 더 빨리 몰입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변화와 성숙을 거듭하고 있는 송혜교. 배우로서, 여자로서의 꿈을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답을 내놓는 그녀의 모습에서도 어른스러움이 느껴졌다.

“배우로서는 모든 분에게 연기 잘한다는 인정을 받는 거고 여자로서는 나중에 정말 좋은 가정을 이뤄서 행복하게 잘 사는 거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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