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연인으로 살아요~호호”

KBS 2TV 수목 드라마 '바람의 나라' 촬영현장 공개가 지난 10월 28일 오후 KBS 수원 드라마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박건형 최정원 송일국(왼쪽부터)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탤런트 최정원은 요즘 과거 속에 살고 있다.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KBS 2TV 수목드라마 <바람의 나라>에서 외유내강형의 부여공주 ‘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는 것. “첫 사극 연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최정원을 드라마 촬영장에서 만났다.

지난 10월 28일 <바람의 나라> 촬영이 한창인 수원 KBS 드라마센터. 하늘색과 하얀색으로 된 한복을 입은 여인이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순간 주변이 환해진다. 남자 스텝들의 얼굴에도 활기가 도는 듯하다. 스텝과 취재진의 시선을 사로잡은 주인공은 ‘연’ 역의 최정원.


“벌레가 친근해요~”

당일 새벽 3시까지 촬영했음에도 최정원은 피곤한 기색 없이 송일국, 박건형, 오윤아 등 동료배우들과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최정원은 “모든 제작진이 마찬가지다. 괜찮다”는 어른스러운 대답을 건넸다.

동명 인기 만화가 원작인 <바람의 나라>는 우리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소유했던 고구려 대무신왕 무휼(송일국)의 삶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 때문에 제작진은 전국의 산과 들, 바다를 누비며 촬영 중이다. 야영생활을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덕분에 최정원의 생활력은 절로 강해졌다. 운 좋으면 일주일에 한번, 그것도 촬영하러 수도권에 오다보니 이제는 서울이 낯설기까지 하다고.

“예전엔 모기만 봐도 어쩔 줄 몰랐어요. 첫 촬영 때도 산 속 장면을 찍고 났더니 온 몸에 벌레가 붙어 있어서 놀랐죠. 근데 지금은 털어 내거나 죽여요. 적응 안하면 저만 힘드니까 하게 된 거죠. 요즘은 자연인으로 사는 느낌이에요.(웃음)”

<바람의 나라>에서 최정원이 연기하는 ‘연’은 청순한 외모와 고운 마음씨를 지닌 부여공주이자 의술가. 남매처럼 자란 도진(박건형)과 내면의 아픔을 가진 무휼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행복한 여인’이기도 하다. 드라마에서 무휼과 애틋한 멜로라인을 형성하는 최정원. ‘실제라면 누구를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잠시 망설인다.

“무휼과 도진 둘 다 멋져서 갈등돼요.(웃음) 무휼은 늘 부상 입은 모습을 보여줘서 모성애를 자극하고 도진은 오랫동안 한 여자만을 바라보죠. 변함없는 사랑을 한다는 점에서 도진이 더 매력적인 거 같아요. 아무튼 두 남자의 사랑을 받아서 연기할 때 행복해요.(웃음)”


두 남자 사랑 받고 “행복해”

극중에선 물론 촬영장에서도 송일국과 박건형은 최정원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해신> <주몽> 등 사극 경험이 풍부하고 상대배우를 잘 챙겨주는 송일국에겐 연기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 박건형에겐 엔돌핀을 얻는다. 물론 다른 출연진들과도 돈독한 친분을 맺고 있다.

“힘든 만큼 정이 쌓여서 <바람의 나라> 제작진은 남이 아니라 가족 같아요. 현장 분위기도 너무 좋고요. 이번 드라마를 통한 가장 큰 수확도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해요.”

<바람의 나라>는 최정원에게 첫 사극이다. 때문에 연기가 쉽다면 거짓말. 준비해야 할 것도 생각할 것도 많아 초반엔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 장거리 촬영이 주를 이루고 스케줄도 빡빡해 육체적 고통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정원은 한번도 <바람의 나라> 출연을 후회한 적이 없다. 오히려 회를 거듭할수록 만족과 보람이 커지고 있다.

“연기 내공을 쌓는데 사극만큼 좋은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주변에 선배들이 많이 계셔서 조언과 도움을 해주세요. 여전히 부족하지만 배우로서 많이 채워진 것 같아요.”


‘미칠이’ 이미지 벗었죠

최정원은 어떤 작품보다 열정적으로 <바람의 나라> 촬영에 임하고 있다. 얼마 전엔 위험한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하다 비탈길에서 굴러 온 몸에 타박상을 입기도 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최정원은 시청자들에게 “연 역에 제격”이란 평을 듣고 있다.

사실 <바람의 나라> 방송 초기엔 최정원 출연을 두고 미스 캐스팅 논란이 일었었다. <소문난 칠공주>에서 연기한 통통 튀고 이기적인 ‘미칠’ 이미지가 강해 여신 같은 연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편견을 잠재우고 미칠이 이미지를 벗기 위해 최정원은 치열하게 노력했고 결국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래서일까. 시청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기는 최정원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모든 배우에게 연기변신과 맡은 캐릭터를 소화하는 건 숙제인 것 같아요. 저도 새로운 작품을 할 때마다 기존 캐릭터를 떠나보내고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데 이번엔 특히 많이 노력했어요. <바람의 나라>가 끝날 때까지 팬 여러분도 미칠이는 잊고 있는 그대로의 연, 그리고 배우 최정원을 봐주셨으면 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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