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결혼보다 일이 좋아!”

지난 3일 이태원 하드록카페에서 진행된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김성기, 송창의, 윤공주, 바다가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룹 S.E.S 출신 바다는 2003년부터 본명 ‘최성희’로 뮤지컬 무대에 서고 있다. 혹자는 “유명세에 기댄 출연”이라하지만 뮤지컬 배우는 바다의 오랜 꿈이었다. 얼마 전 ‘제14회 한국 뮤지컬 대상’에서 여자 신인상과 인기스타상을 동시에 수상하고 창작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는 등 뮤지컬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바다를 만났다.

“마리아~아베 마리아~”

지난 11월 3일 이태원 하드락 카페.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흰색 미니원피스를 입은 바다가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의 삽입곡 ‘마리아’와 ‘별’을 열창했다. S.E.S 시절부터 탁월한 가창력을 인정받은 그녀의 노래는 단숨에 취재진을 사로잡았다.

동명 영화가 원작인 <미녀는 괴로워>는 전신성형을 통해 뚱녀 대리가수에서 S라인 미녀가수로 거듭난 ‘강한별’의 자아 찾기를 코믹하고 따뜻하게 그린 뮤지컬. 바다는 한별을 연기한다. 영화에선 김아중이 이 역을 맡아 매력을 인정받고 스타덤에 올랐다. 때문에 바다가 김아중을 신경 쓰지 않을까 싶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한별에게서 나를 봤다”

“극장에서 <미녀는 괴로워>를 봤는데 캐릭터가 너무 확실해서 김아중씨보다 인물이 먼저 보였어요. 그래서 뮤지컬을 할 때도 솔직히 김아중씨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대신 바다는 강한별에게서 자신을 발견했다. 편찮으신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가수, 뮤지컬 배우를 향한 꿈으로 가득했던 중학교 시절. 6년 간 매일 집 근처 성당 앞에서 속옷을 짜면 물이 나올 정도로 노래하고 춤췄던 어린 최성희를.

“<한번 뿐인 인생>이란 곡을 부르면서 예전 생각이 많이 났어요. 제 삶을 캐릭터 안에 녹여내야 진실한 연기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저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S.E.S 시절의 아픈 경험(?) 덕에 한별의 외모 콤플렉스도 이해할 수 있단다.

“S.E.S 일본 활동 때 저 혼자만 66을 입었어요. 슈와 유진은 44, 55였고요. 그 땐 디자인이나 색상 선택은 꿈도 못 꾸고 사이즈만 맞으면 감사한 마음으로 입어야 했죠.(웃음)”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재미 중 하나는 125kg의 ‘한별’이 전신성형을 통해 45kg의 ‘제니’가 된다는 설정과 그 변화과정이었다. 뮤지컬도 예외가 아니다. 바다는 무대에서 노래 한곡이 불려 질 동안 뚱녀에서 날씬녀로 변신하는 ‘매직’을 선보인다.

“지금은 솜으로 된 커다란 살색 옷을 입고 연습 중인데 옷이 워낙 무거워서 ‘한별이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싶어요. 땀도 무척 많이 나고 힘든데 무대에 선 순간의 쾌감을 생각하면서 참고 있죠. 몸매관리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웃음)”


뚱녀서 미녀로 변신!

한별 역에 더블 캐스팅된 윤공주, 한별이 짝사랑하는 음악 프로듀서 ‘상준’ 역의 송창의와의 연습이 즐겁다는 바다는 <미녀는 괴로워>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아직 공연 전이라 모르겠지만 또 하나의 모험이 될 것 같고 새로운 저를 보여줄 것 같아요.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건 물론 저도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고요.”

바다는 2003년 <페퍼민트>를 시작으로 2007년 <텔 미 온 어 선데이>, 2008년 <노트르담 드 파리>에 출연하며 뮤지컬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지난 달 열린 제14회 한국 뮤지컬 대상에선 여우 신인상과 인기스타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뮤지컬이 호황이라 연예계에서 왔다”는 삐딱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바다는 S.E.S로 데뷔하기 전부터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워왔다. 어려운 집안 형편을 돕고 싶은 마음에 선생님들의 추천으로 가수활동을 먼저 시작했고 이후 10년 간 배우의 꿈을 다스려온 바다. 그래서일까. ‘예뻐졌다’는 말에 바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마음이 편해서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바다는 올 초 46년 간 소리꾼으로 살아온 아버지 최세월씨에게 <최세월의 로맨스 첫 번째 DVD 앨범>을 제작해 선물로 드렸다. 힘들어도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희생한 아버지는 바다가 노래와 무대를 향한 꿈을 키우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아버지 그리고 삶

“<미녀는 괴로워>를 하면서 아버지 생각을 많이 하고 연락도 더 자주 드리고 있어요. 많은 연세에도 여전히 음악 활동 하시는 모습이 너무 멋있으세요.(웃음)”

올해로 29살. 흔히들 말하는 결혼 적령기지만 바다는 아직 결혼 생각이 없다. 뮤지컬 배우로서는 물론 가수 활동도 병행할 생각이란 말에서 일 욕심이 묻어난다.

“어느 날 ‘이 사람이다!’ 싶은 남자를 만나면 빨리 결혼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생각이 없어요. 지금은 열심히 일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계속 뮤지컬 배우로 활동할 거고 중간 중간 음반도 발표할 계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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