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10년 같았어요”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아트홀에서 열린 Mega TV LIVE 특별기획 '미스터리 형사' 제작발표회에서 주연배우 최필립, 강신일, 박은혜, 이원종, 이태곤(왼쪽부터)이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탤런트 박은혜가 새로운 분야에 도전장을 냈다. 국내 최초 양방향 드라마인 메가TV의 <미스터리 형사>에 출연하는 것. 극중 강력반 형사 역을 맡아 기존의 참하고 바른 이미지까지 버렸다. 결혼 후에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여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배우 박은혜를 만났다.

11월 21일 첫 전파를 탄 <미스터리 형사>는 비리 형사 이채영(박은혜), 폭력 형사 이강호(이원종), 바람둥이 형사 이한(이태곤)의 활약상을 그린 8부작 미스터리물이다. 인터넷과 TV가 결합된 IPTV의 장점을 이용,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양방향 드라마기도 하다. 신문을 보고서야 IPTV 개념을 이해했다는 박은혜. 출연 이유를 묻자 “국내 최초란 점에 끌렸다. 역사에 기록될 지도 모르지 않나”라며 너스레를 떤다.

물론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경찰 25시>가 애청 프로그램일 만큼 미스터리물을 즐기고 <대장금> <이산> 등을 통해 쌓인 여성스럽고 착한 이미지를 벗고 싶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봐줄까’라는 걱정이 없진 않았지만 그보단 도전의식이 먼저였다.

“그동안 선한 역과 악역을 모두 했었는데 착하게 나온 드라마만 성공해서 그런 이미지가 강한 것 같아요. 청순한 역할에 대한 노이로제가 있던 차에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죠. 제 속에 많은 모습이 있어서 그런지 색다른 역할을 맡을 때마다 신나고 재미있어요.”


청순? 액션연기가 체질!

<미스터리 형사>의 채영은 90% 이상의 검거율을 자랑하고 사격이 특기인 강력반 베테랑 형사다. 수사를 위해 범인과 육탄전도 불사할 정도로 터프하다. ‘여린 박은혜가 소화할 수 있을까’ 싶지만 정작 본인은 “보기와 달리 그리 여성스럽지 않아서 얌전한 역할보다 더 잘 맞는다”며 여유를 보인다. 액션 신까지 소화해야 하는 탓에 육체적으론 힘들지만 그만큼 재미도 크다.

“학창시절 체육시간을 제일 싫어했을 정도로 운동신경이 둔해요. 근데도 액션 신이 싫지 않을 걸 보면 체질인 것 같아요.(웃음) 이번 작품에선 1회에 액션 신이 많은데 촬영 전 액션스쿨에서 수업을 받았고 합도 맞췄어요. 남자답게 때리느라 고생 좀 했죠.”

강신일, 이원종, 이태곤, 최필립 등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의 호흡도 좋다. 특히 연기파 배우 강신일과 이원종은 보다 섬세한 감정연기가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홍일점인데 다들 엄청 편하게 대하세요.(웃음) 눈물 흘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 강신일 선배 눈빛을 보는 순간 바로 눈물이 나왔어요. 워낙 연기를 잘하시니까 많은 의지가 되죠.”

박은혜에계 2008년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해였다. 지난 4월 사랑하는 이와 백년가약을 맺는 행복을 맛본데 이어 8월엔 유산의 아픔을 겪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과 낮>으로 지난 2월 베를린 영화제에 참석했고 10월엔 부산영평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MBC <이산>에 ‘효의왕후’로 출연해 많은 사랑도 받았다.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결혼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10년은 된 것 같아요. 연기 인생을 통 틀어서 안 해 본 게 거의 없지 않을까 싶네요.(웃음) 올해 경험이 앞으로 연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특히 박은혜는 유산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네티즌의 위로를 받으며 ‘아직까지는 세상이 따뜻하다’고 느꼈다. 평소 리플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두려움이 있었던 그녀기에 감동도 컸다.

“당시 많은 분들이 경험담까지 밝히면서 힘을 주셨어요. 제 기사 리플은 다 보는 편인데 좋은 리플이 나올 때까지 계속 읽고 거기서 희망을 얻어요. 그 다음부터는 안 읽죠.(웃음)”

결혼 8개월 차의 새색시답게 박은혜는 깨가 쏟아지는 신혼을 보내고 있다. 이원종이 “너무 다정해서 옆에서 보기 힘들다. 최수정-하희라 부부도 못 따라 간다”고 할 정도. 거실에 벗어둔 남편의 양말조차 귀엽다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결혼으로 여유 생겨

“결혼 생활이 무척 재미있고 편하고 행복해요. 물론 일하는 데는 분명 장단점이 있어요. 빨리 귀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니까요.(웃음) 결혼 후 예전보다 욕심이 없어지고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도 생겼어요. 연기자로서도 굉장히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많은 일들을 겪으며 배우로서는 물론 여자로서도 한결 성숙한 박은혜. 소박하고 꾸밈없는 그녀의 내년 소망에서도 어른스러움이 묻어난다.

“많은 분들이 어려운 한 해를 보냈는데 내년에는 밝은 생각을 가지고 힘내셨으면 해요. 개인적으로 2009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큰 욕심은 없어요. 그저 하고자 하는 일들이 노력한 만큼만 풀렸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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