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바로 <쌍화점>의 홍일점이죠!”


송지효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유하 감독 연출, 조인성과 주진모 주연의 기대작 <쌍화점>에 비운의 왕후로 출연하는 것. 조인성과 강도 높은 베드신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그녀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더욱 뜨겁다. “이번 작품을 통해 생각이 깊어지고 보는 눈이 넓어졌다”는 <쌍화점>의 ‘홍일점’ 송지효를 만났다.

“영화를 보고나면 관객들도 베드신보다 드라마에 더 치중하게 될 거에요.”


조인성과 격정적 정사신

고려 말을 배경으로 왕(주진모)과 호위대 수장 홍림(조인성)의 이야기를 다룬 <쌍화점>에서 송지효는 원나라 출신 ‘왕후’를 연기한다. 동성애자인 왕은 후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랑하는 홍림에게 왕후와의 합궁을 명하고 이후 세 남녀 사이에 금지된 욕망과 배신이 싹튼다.

합궁 장면에서 송지효는 조인성과 파격적인 정사신을 선보인다. 베드신과 관련, 연출을 맡은 유하 감독은 “<결혼은 미친 짓이다>보다 수위가 높다” 했고 최근 공개된 예고편에 일부가 포함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색즉시공2>로 노출연기를 경험했던 송지효지만 ‘센’ 정사신은 처음. 부담감이 없진 않았지만 등장인물의 감정이 치밀하게 묘사된 <쌍화점> 시나리오를 외면하긴 힘들었다.

“<색즉시공2>를 끝내고 출연제의를 받았어요. 워낙 오픈되지 않은 작품이라 몰랐는데 시나리오를 보니 베드신 수위가 세더라고요. 하지만 베드신보다 드라마에 더 중점을 둔 작품이라고 느껴서 출연하게 됐어요.”


“홍일점이라 행복했죠”

조인성과 주진모, 여기에 36명의 꽃미남으로 이뤄진 왕의 친위대 ‘건룡위’에 이르기까지. 출연진 대다수가 남자인 <쌍화점>에서 송지효는 ‘홍일점’이었다. 처음엔 혼자 여자라 힘들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는 기우였다. 현장 분위기는 좋았고 남자들의 배려는 섬세했다. 덕분에 6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촬영기간 동안 한결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영화 <무사>와 드라마 <비천무> 등 여러 사극에 출연한 주진모는 조언을 해줬고 매너 좋은 조인성은 잘 챙겨줬다. 자타공인 최고의 꽃미남인 두 배우의 매력을 묻자 잠시 망설이는 송지효. ‘세상에 조인성과 주진모만 남는다면 누굴 택하겠냐’는 우문에 “노코멘트하겠다”는 현답을 건네며 웃는다.

“너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분들이라 제가 감히 매력을 비교할 순 없을 것 같아요. 그냥, 두 분 다 잘 해주세요.(웃음)”


<쌍화점> 통해 성숙

송지효는 왕후 역을 위해 촬영 3개월 전부터 악기 ‘비파’를 배우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강한 이미지의 왕후를 잘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송지효가 가장 많이 의지한 사람은 유하 감독이었다.

“<쌍화점>을 위해 연기적으로 준비한 건 감독을 믿고 매달리고 의지한 것 밖에 없어요. 왕후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을 때 감독님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송지효는 왕후 캐릭터를 완성시킨 게 유하 감독 덕이라고 몸을 낮추지만 조인성과 주진모는 그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어려운 도전을 하는데도 웃는 얼굴을 잃지 않아 상대배우가 더 열심히 촬영하게 만들었고(조인성) 남자배우들 틈에서 자신도 남자인양 행동하며 쉽지 않은 역할을 밀고 나갔단다.(주진모).

치열하게 노력한 덕분일까. 12월 30일 <쌍화점> 개봉을 앞둔 송지효는 “영화가 멋지게 잘 나온 것 같다. 보람을 느낀다”며 은근히 만족감을 표한다. <쌍화점> 작업을 통해 얻은 것도 많단다. 내적 성숙과 넓어진 시야가 그것.

“생각이 깊어지고 보는 눈이 넓어졌어요. 예전에는 캐릭터나 작품을 단편적으로만 봤다면 지금은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엄정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한가인, <비열한 거리>의 이보영 등 매 작품마다 출연 여배우의 새로운 면을 끌어내 호평 받게 한 유하 감독. 그가 “자연미인인데다 몽골에서 온 순수하고 소박한 고려 왕후를 잘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는 송지효가 <쌍화점>을 통해 어떤 평가와 성과를 얻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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