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눈물에 폭 빠졌어요”

한혜진

‘술 못 마시는’ 한혜진이 요즘 와인에 푹 빠졌다. 지난 1일부터 방송 중인 SBS 월화드라마 <떼루아>의 주연을 맡은 것. 와인처럼 다양한 사람과 사랑 이야기를 펼쳐내는 이 드라마에서 한예진은 발랄한 성격의 27살 아가씨로 분해 톡톡 튀는 매력을 발산한다. “1, 2회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앞으로가 <떼루아>의 진짜 재미”라고 확신하는 한혜진을 만났다.


김주혁 덕분에 즐겁게 촬영

“오늘은 따뜻한 편이라 견딜 만해요.(웃음)”

지난 12월 초. 경기도 용인 ‘장욱진 미술문화재단’ 내에 마련된 <떼루아> 세트장은 촬영 준비로 분주했다. 1억원 이상을 들여 통유리로 지은 와인바 ‘떼루아’는 당장 운영해도 될 만큼 멋진 외관과 정교한 내부를 자랑했다. 스텝들 틈에서 대본 연습에 한창이던 한혜진도 세트에 대한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온풍시설이 없어 춥겠다는 말에 두꺼운 외투를 들어 보이며 “오늘은 견딜 만하다”며 웃었다.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와보니 정말 잘 지어놨더라고요. 세트가 너무 예쁘고 사실적이라 연기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돼요. 근데 아쉽게도 촬영 끝나면 허문데요.”

<떼루아>에서 한혜진은 톡 쏘는 스파클링 와인처럼 밝고 당찬 ‘이우주’를 연기한다. 절대후각을 가진 우주는 할아버지의 전통주 제조장 ‘남초’를 와인바로 만든 태민(김주혁)을 통해 소믈리에로 성장하고 사랑도 키워간다. 극중에선 태민과 사사건건 부딪히지만 실제론 김주혁 덕분에 즐겁게 촬영 중이라고.

“오빠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해주고 늘 유쾌한 모습을 보여줘서 고마워요. 저뿐 아니라 모든 스텝과 연기자들을 즐겁게 해줘요. 장난도 잘 치고요.”


주연배우 고통 느껴

국내 최초 와인 전문드라마, 김주혁과 한혜진 주연 등으로 기대를 모은 <떼루아>. 하지만 1, 2회 시청률은 한 자리 수에 불과했다. MBC <에덴의 동쪽>의 독주를 막지 못한 것. 이에 일각에선 <굳세어라 금순아>와 <주몽>을 잇달아 성공시킨 한혜진이 ‘이번에는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보였다.

<떼루아>를 위해 머리카락을 단발로 자르고 와인 수업을 받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인 한혜진이기에 속상할 법도 한데 시청률엔 개의치 않는단다. ‘떼루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3회부터 극의 재미가 커질 거라 믿기 때문이다. 더욱이 성공과 실패를 운운할 만큼 작품 경험이 많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신이 쳐지면 스텝들이 힘들다는 사실을 알기에 하루 3시간 밖에 자지 못하는 강행군 속에서도 밝게 촬영 중이다.

“시청률에 크게 신경 쓰진 않지만 주연배우들이 느꼈을 고통과 부담은 알아가고 있어요.(웃음) <굳세어라 금순아> 때는 신인이었고 <주몽> 주인공은 송일국 오빠라 진짜 제 주연작은 <떼루아>거든요. 더 열심히 촬영에 임해서 고통과 부담을 극복해야죠.”

‘우주가 <굳세어라 금순아>의 금순이와 비슷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굳세어라 금순아> 때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일 뿐 두 캐릭터는 전혀 다르다는 것.

“제가 가장 많이 신경 쓴 것도 ‘금순’과의 차별이었어요. 같은 사람이 연기하니까 비슷해 보이 수 있겠지만 둘은 말투부터 달라요. 더욱이 우주는 극이 전개되면서 와인이 숙성하듯 성숙해져요. 여인이 되죠.(웃음)”

자기 연기에 만족하는 배우는 없다. 한혜진도 마찬가지. “가족들과 봤다”는 <떼루아> 1회 시청 소감을 묻자 “아쉽다”고 답한다. 80분 분량을 60분 분량으로 줄이면서 편집이 많이 돼 아쉬움은 더욱 커졌다.


편집 많이 돼 아쉬워

“도둑촬영까지 했던 프랑스 촬영분이 상당 부분 잘려서 서운했어요. 극의 흐름이 어색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니 남은 분량에 신경 써야죠.”

지인들에게 ‘<떼루아> 시청’이라는 단체문자를 보냈더니 “재미있다”는 답장이 왔다는 한혜진. 연인인 가수 나얼의 반응을 묻자 “아무 얘기도 안했다”며 웃는다. 하지만 우주처럼 남자친구에게 갑작스런 이별 통보를 받으면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엔 표정이 진지해진다.

“그냥 헤어지면 몰라도 우주처럼 여자가 생겼다는 이유로 애인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듣는다면 충격 받을 것 같아요.”

기후, 토양, 습도 등 포도재배에 필요한 모든 요건을 의미하는 동명어를 제목으로 삼은 <떼루아>. 이 작품을 통해 한혜진이 어떤 결실을 맺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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