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토니 안-양동근 등 ‘조용한 입대’ 증가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 천정명 · 조승우 · 공유 · 토니안

한때 군대, 특히 현역은 남자 연예인들에게 ‘걸림돌’로 불렸다. 공백이 샹겨 제대 후 복귀가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남다른 입대와 보직, 반듯한 군 생활로 활동 당시 못지않은 혹은 그보다 더 큰 인기를 얻는 스타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제대 후 성공적으로 복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달라진 스타와 군대의 관계를 조명한다.

병역비리가 끊이지 않는 연예계. 때문에 당당하게 입대하는 남자 연예인들은 열렬한 환호를 받는다. 하지만 취재진과 팬들이 대거 운집한 ‘화려한 입소 현장’을 곱게 보지 않는 이들도 있다. 해당 연예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일이지만 입대마저 이벤트화된 것 같다는 지적. 이런 상황에서 현역임에도 남몰래 입소하는 스타들이 증가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연기파 배우 조승우도 그 중 한명.


떠날 땐 말없이?

조승우는 지난 15일 오후, 취재진은 물론 팬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충남 논산 육군 신병 훈련소에 입소했다. 이곳에서 5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2년간 현역으로 복무하게 된다. 소속사 관계자는 “본인이 날짜 공개를 원치 않았다”고 밝혔다. 대신 조승우는 자신이 출연했던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300회 공연 축하 영상을 통해 “2년 간 여행을 가 있을 것 같다”는 멋진 작별인사를 전했다.

조승우의 ‘깜짝 입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활동할 때처럼 입대도 소란스럽지 않게 했다. 누구보다 잘 해낼 것이다”, “무대와 스크린을 지킨 것처럼 나라도 잘 지켜달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H.O.T 멤버였던 토니 안 역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지난 달 4일 논산 육군 신병 훈련소에 입소했다. “주목받길 원치 않았던” 토니 안은 담당 매니저의 배웅만 받으며 담담하게 2년 간의 군 생활을 시작했다. 팬들의 격려가 이어진 건 물론이다. 토니 안은 얼마 전 홈페이지에 “잘 지내고 있고 팬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된다. 영원한 이별이 아니기에 작별인사를 하고 싶지 않았다”는 내용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12일 퇴소, 부산 53사단에 자대배치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에도 언론에 노출되는 걸 즐기지 않았던 배우 겸 래퍼 양동근 역시 지난 5월에 소리 소문 없이 현역으로 입대, 네티즌들을 흐뭇하게 했다.


이정, 귀신 잡는 해병대!

소신 있는 ‘자원입대’로 환호 받는 스타들도 있다. 가수 이정이 대표적.

이정은 지난 10월 20일, 군기 세기로 유명한 해병대에 자원입대해 화제를 모았다. 선배 가수이자 해병대 출신인 김흥국의 조언이 있었다지만 연예인으로는 드문 경우. 여기에 입대까지 남몰래 해 “평소의 코믹한 이미지와 다르다. 멋지다”는 칭찬을 한 몸에 받았다. 공익근무로 군 복무를 대체한 스타들과 비교되면서 이정의 ‘남다른 입대’는 더욱 빛을 발했다.

이정은 지난 12월 초 방송된 해병대 신병 군사 훈련과정에서도 시종일관 씩씩한 모습과 “해병대 입대를 후회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보였다. 6주간의 혹독한 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최근 모병 홍보병으로 해병대 사령부에서 군 복무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당당하게 현역으로 복무하고 싶다”고 밝혀 온 배우 온주완 역시 지난 10월 27일 공군에 자원입대 했다. 온주완은 83년생으로 몇 년 더 군 입대를 연기할 수 있음에도 자원입대해 화제를 모았다. <별순검> 촬영 당시 낙마, <피터팬의 공식> 촬영 중 고막 파손 등으로 신체검사 1급 판정을 받지 못할까 봐 애태웠을 만큼 군 입대 의지가 남달랐던 그다.

톱스타 조인성도 최근 공군 군악병에 자원해 합격할 경우 내년 초에 입대할 예정이다. 조인성은 최근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공군 출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꼭 공군에 가고 싶었다”고 자원 배경을 밝혔다.


‘조교’ 천정명 ‘수색대원’ 김태우

입대 후 색다른 보직과 성실한 군 생활이 알려져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스타들도 있다. 배우 천정명과 가수 김태우가 그 주인공.

지난 1월에 육군에 입대한 천정명은 현재 30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조교로 복무 중이다. 연예인으로는 드물게 훈련조교를 맡은 사실이 알려진 후 관심을 받았던 천정명은 지난 10일 MBC <프라임-신세대 훈련병 일기>에 출연해 다시 한번 인터넷을 달궜다. 이날 천정명은 ‘꽃미남 배우’가 아닌 때론 무섭게, 때론 다정하게 신병들을 훈련시키는 조교의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대한민국 남자면 누구나 오는 군대이기 때문에 특권의식이나 열외의식을 갖고 싶지 않다”는 멋진 멘트도 남겼다.

가수 김태우는 최근 육군웹진 <아미진>의 ‘육군 이 사람’ 코너에 기사가 실려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 해 3월, 육군 현역으로 입대한 김태우는 현재 27사단 수색대대 수색대원으로 복무 중이다. 워낙 군 생활을 잘해 상관으로부터 “직업군인을 해도 될 것 같다”는 평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미진>에 공개된 사진에서도 완벽한 수색대원 김태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얼굴에 위장크림을 바르고 매서운 눈빛을 빛내며 총을 잡고 있는 김태우에게선 강한 남성미가 느껴진다. 김태우는 <아미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단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최정예 수색대대원으로서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수색대 대원은 팀워크뿐 아니라 개개인의 능력이 매우 중요한 만큼 나 자신과 분대원들의 전투기술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군대서도 끼 발산

입대 전 활동과 끼를 바탕으로 국방홍보원 홍보지원대원으로 활동 중인 이들도 있다. 탤런트 공유(본명 공지철), 가수 노유민과 김재덕 등 10여 명이 이에 속한다.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톱스타 반열에 오른 뒤 입대한 공유는 현재 국군방송 <공유가 기다리는 20시의 DJ>를 맡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가수 성시경 역시 현재 1군 사령부 군악대에 복무하며 다양한 육군 기념행사에 참석해 음악적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이달 초 <아미진>의 ‘육군 이 사람’ 코너에 ‘이병 성시경의 위풍당당한 병영생활’이라는 사진이 공개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붉은 군복을 입고 섹소폰을 부는 모습은 물론 족구와 빨래하는 모습, 휴식을 취하는 모습 등 소박한 일상이 담겨 있어 “인간미가 느껴진다”는 팬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8사단 수색대대에 복무 중인 가수 강타(본명 안칠현)와 3사단 군악대 소속 양동근은 건군 60주년 기념 뮤지컬 ‘마인(MINE)’의 주연을 맡아 변함없는 실력을 인정받았다.


군대 피해? 즐겨라!

제대 후 성공적으로 복귀하는 스타들이 늘면서 군대에 대한 남자연예인들의 두려움도 줄어들고 있다는 게 연예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복무 기간을 공백이 아닌 재충전 혹은 이미지 변신과 인간적 성숙을 위한 시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입대 전 수많은 안티 팬에 시달렸던 가수 문희준은 군대에서 보여준 성실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사랑받기 시작해 제대 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물론 안티 팬도 눈에 띄게 줄었다. 소지섭은 제대 후 첫 영화인 <영화는 영화다>로 최고의 해로 보냈고 송승헌과 연정훈은 <에덴의 동쪽>으로, 지성은 <뉴하트>로 안방극장 복귀에 성공했다. 장혁은 제대 후 <고맙습니다>, <불한당>, <타짜>의 주연을 잇달아 꿰차며 식지 않은 인기를 보여줬다. 가수 김범수 역시 제대 후 “불안함 속에서 발매했다”는 6집 타이틀곡 <슬픔 활용법>을 히트시켰고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했던 김종국은 오락프로그램까지 아우르며 활동 중이다.

한 연예 관계자는 “화려하고 남달라 보이던 연예인들이 군대에서 인간적이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줘 팬들의 지지를 받는 것 같다”며 “예전과 달리 군에 있어도 지속적으로 소식이 알려지고 팬들과 교류할 수 있는 만큼 군대를 너무 어려워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활동의 걸림돌로 인식되어 온 군대를 통해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새로운 매력을 인정받은 스타들. 내년에도 스타들의 입대가 줄줄이 예정돼 있는 상태에서 앞으로 어떤 이가 ‘군대 스타’ 명단에 이름을 올릴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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