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촛불 시위의 과도한 구호가 대한민국의 헌정과 법치를 위협하는데도 이 나라 국가원로와 언론은 바른 소리 한마디 못했다. 소위 ‘국가 원로’라는 사람들을 비롯한 오피니언 리더(여론 지도층)들은 ‘촛불 민심’을 들먹이며 촛불에 영합했다. 헌법과 법치에 의해 유지되는 자유민주체제가 촛불에 타버릴 것 같은 위기감을 금할 수 없게 했다.
물론 대규모 인파가 집결해 외치는 구호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러나 촛불 시위는  “박근혜 구속” “박근혜 즉각 사퇴” 등 초법적 막말 구호로 치달았다. 뿐만 아니라 촛불 시위는 야권 정치세력에 의해 권력 쟁취의 매개로 선동되기도 했다. 그래서 촛불에 반대하는 반(反)촛불 시위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촛불 시위에 나서지 않고 ‘침묵하는 다수’의 ‘민심’도 헤아려야 한다. 여기에 국가 원로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은 촛불과 반촛불의 함성을 귀담아 들으며 객관적인 자세로 냉철하게 대응해야 했다. 흥분하고 분노한 군중심리를 가라앉히고 헌정 질서에 입각한 질서정연한 수습대안을 찾아내야 했다. 
하지만 국가 원로라는 사람들과 언론매체들은 흥분한 촛불 위력에 휘둘려 촛불과 함께 덩달아 춤을 추었다. 17명으로 구성된 국가 원로들의 11월27일 결의서 발표도 그랬다. 전 국회의장 8명, 전 국무총리 1명, 전 국회의원 5명, 종교계 및 학계 3명 등은 2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회동,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비롯 네 가지 촛불 시국 타개책을 결의했다. 이 네 개 결의는 박 대통령이 시국 수습을 위해 적어도 내년 4월까지 하야를 선언해야 하고, 국회는 거국 중립  총리를 하루 빨리 추천하며, 박 대통령은 새 총리에게 내·외치 국정 전반을 맡기고, 제왕적 대통령제 폐기를 위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헌정질서를 뒤집자는 말이었다.
저 같은 국가 원로들의 촛불 정국 수습책은 단지 성난 촛불 시위에 편승해 촛불 참가자와 야권의 정치적 의도를 대변해준 데 불과했다. 헌정질서나 국가 장래를 걱정하기 보다는 그저 촛불 시위대와 야당으로부터 박수나 받을 수 있는 말만 골라했다. 그들의 대통령 4월 하야 요구는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반민주적 폭거였다. 완장을 찬 “혁명위원회” 포고문 같기도 했다.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라면 당연히 시위대에게 듣기 싫은 경고도 서슴지 말았어야 했다. 원로들은 ‘촛불 민의’가 충분히 전달되었으므로 앞으론 촛불을 거두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권고했어야 옳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런 경고는 한마디 없고 성난 시위대를 더욱 자극할 선동만 했다. 대한민국에서 고관대작의 특권을 누렸던 사람들이라면 촛불시위를 진정시킬 쓴 소리도 담았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촛불 시위를 도리어 부추겼다. 비굴한 촛불 영합이다.
신문과 방송 등 언론도 마찬가지이다. 연일 촛불 시위 선동에 열을 올렸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사실관계가 검증되지 않은 부분을 침소봉대해 계속 써댔다. 수사·재판중인 사안들을 기정사실처럼 단정해 확대재생산하기 일쑤였다. 개관적이어야 할 언론이 격분한 촛불 시위에 장단을 맞췄다. 
그밖에도 박 대통령이 16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탄핵소추 심판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자, 한 일간지는 19일자 사설을 통해 ‘현실과 동떨어진 현실 인식’이라며 반박했다. 대통령의 답변서를 깔아뭉개고 촛불 편에 선 논지였다. 탄핵 소추된 대통령의 죽은 권력을 짓밟고 위세 등등한 야당과 촛불세력에 영합한 곡필이었다. 언론의 촛불 영합이다.
촛불 시위에 흥분해 헌정질서와 국가 장래를 외면하는 원로와 언론매체들을 지켜보며 촛불 후의 대한민국 장래가 걱정된다. 원로와 언론의 비굴한 촛불 영합도 국민에 의해 탄핵되지 않으면 최순실 국정농단 못지않게 나라에 독이 된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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